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안톤 슈낙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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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제목이 저에게 질문으로 다가왔습니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주 사소한 것들만 생각이 났습니다.

그렇다면 저자 '안톤 슈낙'이 전하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무엇일지 알고 싶었습니다.


저자가 전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추억과 향수들이었습니다.

지나간 시간들 속 그 때의 향기와 그 곳에 있었던 것들......

되돌아보니 아쉽고 여운이 남아 이 감정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저자는 우리에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나열하였습니다.

울고 있는 아이들, 가을철, 아무도 살지 않는 텅 빈 고궁,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 한 통 등......

수없이도 많았습니다.

특히나 저에게 슬프게 다가왔던 것.

어느 어린아이의 손에 쥐어진 펜촉의 사랑스러운 끄적임. 그것은 '사랑하는 어머니!'라는 구절 다음에 한동안 막혀버린다. - page 15

누구에게나 가슴 울컥하게 하는 단어, '어머니'.

또다시 그 단어만으로 눈물이 나게 하였습니다.

어릴 적 나의 어머니가 돌아보니 이젠 나보다 너무나 야위어 계신......

그래도 항상 자식을 위해 그 자리에 버팀목처럼 계신......

그래서 응석부릴 수 있는 나의 어머니......

그녀가 있기에 내가 존재함을 가슴 깊이 저며들었습니다.


<아버지와의 대화>에 인상적인 문장이 있었습니다.

"이 나무는 우리의 인생보다 더 위대한 거다. 이 나무의 고향은 거대하고 말없는 자연이란다. 자연은 다시 돌아오는 것이야. 자연은 이런 나무들이 심어진 모든 대지와 더불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또한 자연은 모든 도시를, 프랑크푸르트와 아샤펜부르크를, 비르프부르크와 뮌헨을 가로질러 흐르는 따스하게 끓어오르는 강물과 함께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이 돌아오면 불현듯, 그야말로 야생으로 돌아간 친구들이 대문 앞에 서서 창문 안으로 돌팔매질을 하게 되는 것이란다. 그다음의 인생은 다시금 스스럼없고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 page 69 ~70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자연'의 의미를 통해 느끼게된 아련함.

돌고 돌아 스스럼없고 자유로워짐......

그리고 그 곳엔 다시 자연.

그 자연 속으로 나도 돌아가겠지라는 생각에 잠시 상상 속 강물 속 여정을 떠나보았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보단 지난날의 추억에 대해, 고향에 대해, 자연에 대해 낭만적이면서 아련함과 씁쓸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저자의 마지막 이야기 <마인 강의 목재 화물선>이 우리의 운명과도 닮아 슬픈 여운을 남겼습니다.

만물은 이렇듯 흔히 번거롭고 긴 도정, 나쁜 길, 멸망의 길, 몰락과 죽음의 길을 걸어간다. 만물의 모습을 더럽히며 변질시키고, 굴복케 하며 파괴시키는 그런 길을. 역시 이것은 당위이며 태초부터 그래 왔던 것이다.

이것은 만물의 운명이다. 억압과 신고, 악과 고뇌로 이루어진 천 갈래의 인간의 운명도 이와 무엇이 다르랴. 안경알 뒤에서 몽롱히 빛나는, 그러면서도 예리한, 이 서성거리는 사나이의 눈, 그 밖에도 떠나가는 배들에 시선을 주고있는 무수한 다른 눈들, 푸른 눈, 초록빛 눈, 근시의 눈, 찌르는 듯한 시선의 눈, 이 모든 눈들은 아마도 이 배 위에 한 조각 영혼이 같이 실려졌다는 것을 예감하지 못했으리라. - page 246 ~ 247

목재를 실은 화물선의 뒤태가 쓸쓸한 여운을 남긴 채 이 책은 끝을 맺었습니다.


슬프게 하는 것들 뒤엔 조금의 희망이, 기쁨이 보이곤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저자의 문체가 너무나 섬세하게 다가와 큰 여운을 남기고 그 끝엔 희미한 빛을 남겼기 때문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을 덮고 또 다시 책을 펼쳐들고 싶었습니다.

왠지 이번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라는 설렘도 가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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