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키이우 북쪽의 도시 부차.
폐허가 된 부차는 러시아 점령군이 자행하는 약탈과 고문과 살인에 의해 지옥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부차 외곽은 도로에서 벗어나있어 눈에 잘 띄지 않아 그런대로 안전한 편이었고 그곳에 살고 있었던 서른여섯의 미하일은 소박하고 따뜻한 저녁 식사를 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 루슬라와 딸 알리사.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식사를 하던 중 금발의 한 젊은이가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겼을까 천진하다 못해 애틋한 느낌까지 드는 청년은 공손한 표정인 데다 밝은 미소를 입가에 떠올리고 있어 방심하던 찰나 청년, 아니 러시아군으로부터 칼에 찔려 의식을 잃게 되었고 아내와 딸마저 잃게 됩니다.
"이제야 깨어나셨군요. 3개월 하고도 8일 동안 병원에 누워 계셨습니다. 내내 의식 없는 상태로요." - page 29
성치 않은 몸으로 러시아군이 시체를 파묻어놓은 구덩이들을 돌아다니며 아내와 딸의 시신을 찾아 헤매는 미하일.
결국 찾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하자 어느 날 마을에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여보, 그리고 알리사. 조금만 기다려줘. - page 30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이끄는 러시아의 핵 공격에 대비해 만들어진 극비 오퍼레이션 '네버어게인'.
이 팀의 일원인 스토니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구호활동을 하다 감금된 러시아인 여성 구호 활동가 구출 명령을 받고 도움을 청하고자 미 해군사관학교 시절 동기 '케빈 한'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의 기상천외한 계책으로 구출 작전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공으로 '네버어게인'에 영입하게 됩니다.
"여하튼, 지금 푸틴의 핵 공갈에 대응할 방법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러시아 국민들을 일깨워야 합니다." - page 79
가족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었던 미하일은 한시바삐 가족들 곁으로 가고자 바흐무트 공방전에서 목숨을 내놓고 싸우고 있었습니다.
죽기는커녕 전쟁영웅이 되어버렸지만 세 발의 총상을 입고 통합병원으로 후송됩니다.
이젠 몸과 마음이 지친 그.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케빈은 마치 달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구름이 다 덮었어도 희미하게나마 빛을 내는 달, 그 빛에 의지해 밤길을 걷는 그.
그렇게 이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우정을 쌓게 됩니다.
그러던 중 케빈이 한 가지 제안을 하는데...
"사실은 은밀히 사람을 모집하려던 참이야."
"뭐 하게?"
...
"보석. 여기 오데사에 어마어마한 보석이 있어. 마케의 다이아몬드야."
"마케의 다이아몬드? 그게 뭐지?"
"시바의 여왕 마케가 가졌던 전설의 다이아몬드야. 값을 따질 수 없을 정도지."
"그걸 훔치려는 거야"
"그래."
...
"무슨 소리야? 너 그런 사람 아니잖아."
"그 보석의 실제 주인은 러시아의 올리가르히 알렉세이 모르다쇼프야. 나토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인물이지. 나는 그걸 빼앗아 우크라이나 난민을 도우는 데 쓰려는 거야." - page 129
미하일은 전쟁 통에 사리사욕을 챙기는 친러 무기 암거래상이 갖고 있는 다이아몬드를 훔쳐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자는 제안에 우크라이나인 범죄자들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한편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서방 국가를 상대로 내건 휴전 조건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고뇌하기 시작합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
패배한 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지고 처량한 최후를 맞을 것인가.
아니면 힘 있는 휴전을 이루어내 러시아의 위엄을 되찾고 국민들의 열화 같은 지지를 받으며 종신 집권을 할 것인가.
"핵. 지금이야말로 핵을 써야 할 때야. 내가 그토록 애써 핵을 개발한 것은 오로지 이런 때를 위한 것이었네. 블라디미르, 지금이 핵을 쓸 때야. 결코 무시당해서는 안 될 슬라브의 힘을 보여줄 때라고. 핵을 쏘면 상대방들은 휴전밖에는 달리 길이 없네. 우크라이나에 핵을 쏘고 동시에 전 세계를 향해 핵 미사일을 겨누게. 그러면 승리는 자네의 것이야."
단호한 음성을 남기고 사라져버린 스탈린의 빈자리를 보며 푸틴은 주먹을 으스러져라 움켜쥐었다. - page 162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잠수함사령부는 핵탄두 288개를 탑재한 전략핵잠수함 로드아일랜드를 흑해에 잠항시키는 작전을 실행하게 됩니다.
작전 수행 중 러시아 해군의 추적을 받다 암초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수리를 마치고 돌아가려던 찰나 정체불명의 사람들로부터 잠수함을 탈취당하게 되는데...
핵탄두 288개가 탑재된 전략핵잠수함은 지금 이 순간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과연 푸틴은 핵 단추를 누를 것인가...
그 끝을 향해 소설은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이걸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실제 인물, 실제 사건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기에 '팩트'에 가까웠고 그래서 더 불편하지만 직면해야 했습니다.
그동안은 뉴스로만 접했기에 심각성은 익히 알았지만...
글로 직면하게 되니 참혹함과 역겨움이 한꺼번에 몰려와 책장을 덮기 일쑤였습니다.
역시나 바라지 않았던 일이 펼쳐졌고 그 결과는...
"러시아를 무너뜨린 건 당신이야. 러시아를 망가뜨린 사기꾼!"
"누구도 이렇게 되기를 원하지 않았어. 당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푸틴, 세상의 파멸을 원하는 건 오직 당신 하나뿐이야. 그러느니 당신이 사라져야 해." - page 396
이 전쟁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무의미한 이 전쟁 속에 자신이 옳았음을 확신하며 핵 협박을 하는 그.
핵 협박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결정되는 갈림길에 놓은 지금.
"전쟁이 쉽게 끝나지는 않겠지. 끝나도 저 푸틴이 있는 한 언젠가는 같은 일이 반복될 테고. 평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그 놈을 죽여야 하지만 아무도 푸틴을 건드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잖아. 미국도 나토도 그놈을 너무 겁내. 이 전쟁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거나 다름없어. 러시아 놈들이 차면 중력이 붙어 맹렬한 속도로 날아오고 우리가 차면 중력이 뒤에서 잡아끌잖아. 그러니 제대로 된 전쟁이 될 리 있어?" - page 109
우리에게 그는 전하였습니다.
전 세계인이 힘을 합쳐 푸틴의 핵 협박을 이겨내야만 한다는 신념을 말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의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