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 김진명 장편소설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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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다룬 밀리언셀러 데뷔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충격적인 명성황후 시해의 실체를 그린 「황태자비 납치사건」

한국인을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힘을 그린 「하늘이여 땅이여」

미천왕으로부터 광개토대왕에 이르는 뜨거운 역사를 다룬 필생의 역작 「고구려」 시리즈까지.

그야말로 한국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베스트셀러들을 발표해온 그가 집필 30주년 기념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름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사실 제목만으로도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하지만 저자는

"나는 전 세계인이 힘을 합쳐

푸틴의 핵 협박을 이겨내야만 한다는 신념으로 이 책을 썼다."

라고 하였습니다.

결코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 아니기에...

과연 소설 속에서는 어떤 결말이 이루어질지 기대해 보며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인류에 가해진 최초의 핵 협박

푸틴이 성공하면 김정은도 성공한다

그가 핵을 쓰지 않을 거라는 당신의 확신은 과연 타당한가?

타임지, 뉴스위크지, CIA 홈페이지가 소개한 시대의 작가 김진명

그의 상상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틴 처단 오퍼레이션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우크라이나 키이우 북쪽의 도시 부차.

폐허가 된 부차는 러시아 점령군이 자행하는 약탈과 고문과 살인에 의해 지옥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부차 외곽은 도로에서 벗어나있어 눈에 잘 띄지 않아 그런대로 안전한 편이었고 그곳에 살고 있었던 서른여섯의 미하일은 소박하고 따뜻한 저녁 식사를 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 루슬라와 딸 알리사.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식사를 하던 중 금발의 한 젊은이가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겼을까 천진하다 못해 애틋한 느낌까지 드는 청년은 공손한 표정인 데다 밝은 미소를 입가에 떠올리고 있어 방심하던 찰나 청년, 아니 러시아군으로부터 칼에 찔려 의식을 잃게 되었고 아내와 딸마저 잃게 됩니다.

"이제야 깨어나셨군요. 3개월 하고도 8일 동안 병원에 누워 계셨습니다. 내내 의식 없는 상태로요." - page 29

성치 않은 몸으로 러시아군이 시체를 파묻어놓은 구덩이들을 돌아다니며 아내와 딸의 시신을 찾아 헤매는 미하일.

결국 찾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하자 어느 날 마을에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여보, 그리고 알리사. 조금만 기다려줘. - page 30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이끄는 러시아의 핵 공격에 대비해 만들어진 극비 오퍼레이션 '네버어게인'.

이 팀의 일원인 스토니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구호활동을 하다 감금된 러시아인 여성 구호 활동가 구출 명령을 받고 도움을 청하고자 미 해군사관학교 시절 동기 '케빈 한'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의 기상천외한 계책으로 구출 작전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공으로 '네버어게인'에 영입하게 됩니다.

"여하튼, 지금 푸틴의 핵 공갈에 대응할 방법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러시아 국민들을 일깨워야 합니다." - page 79

가족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었던 미하일은 한시바삐 가족들 곁으로 가고자 바흐무트 공방전에서 목숨을 내놓고 싸우고 있었습니다.

죽기는커녕 전쟁영웅이 되어버렸지만 세 발의 총상을 입고 통합병원으로 후송됩니다.

이젠 몸과 마음이 지친 그.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케빈은 마치 달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구름이 다 덮었어도 희미하게나마 빛을 내는 달, 그 빛에 의지해 밤길을 걷는 그.

그렇게 이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우정을 쌓게 됩니다.

그러던 중 케빈이 한 가지 제안을 하는데...

"사실은 은밀히 사람을 모집하려던 참이야."

"뭐 하게?"

...

"보석. 여기 오데사에 어마어마한 보석이 있어. 마케의 다이아몬드야."

"마케의 다이아몬드? 그게 뭐지?"

"시바의 여왕 마케가 가졌던 전설의 다이아몬드야. 값을 따질 수 없을 정도지."

"그걸 훔치려는 거야"

"그래."

...

"무슨 소리야? 너 그런 사람 아니잖아."

"그 보석의 실제 주인은 러시아의 올리가르히 알렉세이 모르다쇼프야. 나토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인물이지. 나는 그걸 빼앗아 우크라이나 난민을 도우는 데 쓰려는 거야." - page 129

미하일은 전쟁 통에 사리사욕을 챙기는 친러 무기 암거래상이 갖고 있는 다이아몬드를 훔쳐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자는 제안에 우크라이나인 범죄자들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한편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서방 국가를 상대로 내건 휴전 조건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고뇌하기 시작합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

패배한 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지고 처량한 최후를 맞을 것인가.

아니면 힘 있는 휴전을 이루어내 러시아의 위엄을 되찾고 국민들의 열화 같은 지지를 받으며 종신 집권을 할 것인가.

"핵. 지금이야말로 핵을 써야 할 때야. 내가 그토록 애써 핵을 개발한 것은 오로지 이런 때를 위한 것이었네. 블라디미르, 지금이 핵을 쓸 때야. 결코 무시당해서는 안 될 슬라브의 힘을 보여줄 때라고. 핵을 쏘면 상대방들은 휴전밖에는 달리 길이 없네. 우크라이나에 핵을 쏘고 동시에 전 세계를 향해 핵 미사일을 겨누게. 그러면 승리는 자네의 것이야."

단호한 음성을 남기고 사라져버린 스탈린의 빈자리를 보며 푸틴은 주먹을 으스러져라 움켜쥐었다. - page 162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잠수함사령부는 핵탄두 288개를 탑재한 전략핵잠수함 로드아일랜드를 흑해에 잠항시키는 작전을 실행하게 됩니다.

작전 수행 중 러시아 해군의 추적을 받다 암초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수리를 마치고 돌아가려던 찰나 정체불명의 사람들로부터 잠수함을 탈취당하게 되는데...

핵탄두 288개가 탑재된 전략핵잠수함은 지금 이 순간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과연 푸틴은 핵 단추를 누를 것인가...

그 끝을 향해 소설은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이걸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실제 인물, 실제 사건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기에 '팩트'에 가까웠고 그래서 더 불편하지만 직면해야 했습니다.

그동안은 뉴스로만 접했기에 심각성은 익히 알았지만...

글로 직면하게 되니 참혹함과 역겨움이 한꺼번에 몰려와 책장을 덮기 일쑤였습니다.

역시나 바라지 않았던 일이 펼쳐졌고 그 결과는...

"러시아를 무너뜨린 건 당신이야. 러시아를 망가뜨린 사기꾼!"

"누구도 이렇게 되기를 원하지 않았어. 당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푸틴, 세상의 파멸을 원하는 건 오직 당신 하나뿐이야. 그러느니 당신이 사라져야 해." - page 396

이 전쟁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무의미한 이 전쟁 속에 자신이 옳았음을 확신하며 핵 협박을 하는 그.

핵 협박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결정되는 갈림길에 놓은 지금.

"전쟁이 쉽게 끝나지는 않겠지. 끝나도 저 푸틴이 있는 한 언젠가는 같은 일이 반복될 테고. 평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그 놈을 죽여야 하지만 아무도 푸틴을 건드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잖아. 미국도 나토도 그놈을 너무 겁내. 이 전쟁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거나 다름없어. 러시아 놈들이 차면 중력이 붙어 맹렬한 속도로 날아오고 우리가 차면 중력이 뒤에서 잡아끌잖아. 그러니 제대로 된 전쟁이 될 리 있어?" - page 109

우리에게 그는 전하였습니다.

전 세계인이 힘을 합쳐 푸틴의 핵 협박을 이겨내야만 한다는 신념을 말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의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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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심장 스토리콜렉터 100
크리스 카터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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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악'과 관련된 책을 종종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겠지만...

아무튼 이번에도 '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양들의 침묵> 속 살인마 '한니발 렉터'에 버금가는 무시무시한 인텔리 사이코패스의 등장과 충격적인 내용으로 인해 출간 즉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화제의 소설이라 하였습니다.

와...

그렇다는 건 얼마나 더 소름 끼칠지...

저도 그 악의 심장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

범죄심리학자가 연쇄살인범이 된다면,

과연 누가 그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의 피부를 수집하는 사악한 영혼의 연쇄살인마,

그리고 FBI가 탐내는 LA 경찰 최고의 강력범죄 수사관

끔찍한 진실을 두고 격돌한 두 남자의 치열한 두뇌 싸움

악의 심장



와이오밍주의 남동부 휘틀랜드 외곽에 있는 '노라의 휴게소 식당'.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월턴 보안관과 보비 데일 보안관보가 갓 구은 시나몬 애플파이를 먹기 위해 찾아옵니다.

이곳의 여름 폭우는 흔한 일이지만 유달리 심했던 오늘 아침.

오븐에서 갓 나온, 시나몬 향이 살짝 섞인 달콤한 파이 냄새가 실내를 완전히 에워싸고 있을 때,

월턴 보안관이 테이블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천국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그러더니 돌연 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젠장." 그는 숨을 내쉬며 스툴에서 뛰어내렸다. - page 13

전혀 제어가 되지 않아 보이는 픽업트럭이 식당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절망적인 비명과 혼돈에 점령당하던 그때.

쾅!

다행히 차는 식당을 단 몇 미터 앞에 두고 지면의 움푹 팬 구덩이에 부딪히며 왼쪽으로 방향을 급격히 틀었고 주차돼 있던 포드 토러스의 후미를 친 후 그대로 화장실과 창고가 있는 옆 건물을 들이받은 것이었습니다.

사건 현장을 향해 가던 보안관과 보안관보.

그런데...

"모두 움직이지 마!" 그가 소리 질렀다. 이 사람 저 사람을 오가며 총을 조준하는 손이 흔들렸다. "보안관님!" 보안관보가 불안정한 목소리로 외쳤다. "오셔서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page 16

트럭이 아닌 토드 토러스 트렁크 속에 신원을 확인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한 고문의 흔적이 가득한 두 여성의 잘린 머리가 발견된 것입니다.

용의자는 즉시 체포돼 FBI에 구금됩니다.

하지만 구금된 상태에서도 기이할 정도로 평정심을 유지하며 묵비권을 행사하는 용의자 '루시엔 폴터'.

그러다 딱 두 마디 말을 하였습니다.

"로버트 헌터, 난 그 사람한테만 말할 겁니다."

격무에 시달리다 겨우 휴가 일정을 얻어 하와이로 떠나려던 LA 경찰국(LAPD) 강력범죄수사대의 형사 '로버트 헌터'.

그의 상사와 FBI의 긴급 호출을 받고 용의자가 구류되어 있는 콴티코의 FBI 아카데미로 불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학교 시절 친구이자 범죄심리학도로서 라이벌이었던 루시엔 폴터를 마주하게 됩니다.

"제발 이미 안다거나 나를 그런 사람으로 믿지 않는다는 말 따윈 하지 말. 동정을 원하는 게 아니니까, 로버트. 나는 네가 알기를 원해. 정말로 알기를 원해. 그래서 네게 말하려는 거야. 네가 FBI건 아니건, 너라면 내가 하는 말이 진실이란 걸 확인해줄 테니까." - page 96

루시엔 폴터는 자신이 한 짓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지만 미심쩍은 루시엔의 행동.

그가 알려준 자신의 은신처에 간 헌터는 그곳에서 경악스러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벽에 걸려 있는 액자는 모두 다섯 개였다.

헌터는 여전히 움직임 없이 바로 앞에 있는 액자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액자 속 그림인 줄 알았던 것이 실은 인간의 피부였다는 사실 때문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 헌터를 얼어붙게 만든 것은, 지금 그가 보고 있는 액자 속 인간의 피부 위에 그려진 그림이었다. 아주 독특한 문신. 그 문신이 피부에 새겨지던 현장에 헌터가 있었기에, 그는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 자리에는 루시엔도 있었다. 가시 돋친 줄기가 피 흘리는 심장을 교살하듯 감싼 빨간 장미 문신.

수전의 문신이었다. - page 127

한때 루시엔과 함께 삼각관계를 이뤘던 수전을 포함해 수많은 피해자의 문신한 피부를 '수집'했던 루시엔.

희생자들의 시신과 신언을 알아내 유족에게 알려주기 위해 로버트 헌터는 루시엔 폴터가 제안하는 두뇌 게임에 참여해야 했는데...

계속되는 심문과 치열하고 긴박한 수 싸움 속 자신의 악마성을 드러내는 루시엔.

이 잔인하고도 충격적인 게임의 끝은...

좁은 방 안에서 범죄자와 수사관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문은 그 어떤 것보다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였습니다.

또한 '범죄심리학자 수사관 vs 사이코패스 범죄심리학자'라는 구도는 일반적인 프로파일러가 사이코패스를 추적하는 서사를 벗어나 더없이 독자들을 몰입시키곤 하였습니다.

"경찰로서나 프로파일러로서, 또는 연방요원으로서 너희들은 항상 나 같은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하지. 안 그래? 너희들은 항상 냉혹한 살인마의 정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내려고 해. 인간이 다른 인간의 생명을 어떻게 그렇게 경시할 수 있을까? 어떻게 나 같은 괴물이 될 수 있을까?" 루시엔은 모든 단어를 흔들림 없는 단조로운 음성으로 전달했다. "글쎄, 한편으론 나 같은 괴물 역시 너희 같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고 싶어. 사회의 영웅들...... 최고 중의 최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사람들 말이야." 그는 극적인 효과를 노리고 잠시 뜸을 들이는 것 같았다. "너희는 날 이해하고 싶어 하고, 나는 너희를 이해하고 싶어 하지. 지극히 간단한 문제야, 테일러 요원. 프로이트의 말처럼 누군가의 정신을 깊이 파고들고 싶고 현재의 그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가장 좋거든. 그렇지, 로버트?" - page 205

살인자의 머릿속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알고 싶어 스스로 괴물이 되어 자신의 족적을 학문적으로 남기려 했던 루시엔의 모습.

"그 글은 그들을 도살한 다음날 쓰였어. 거기 쓰인 묘사와 단어들은 명확하고 간결해. 히스테리나 긴장한 기색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아. 감정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상태였다는 의미겠지. 자네가 말했듯이, 그의 글은 각 범행 전후와 범행하는 동안 악랄한 살인자의 정신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연구하고 기록한 것처럼 보이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고, 무엇이 '그'를 움직이는지 말이야. 로버트, 날 이기적이라고 해도 상관없네. 나는 그 지식을 원해. 우리는 그 지식이 필요해. 그런 책들이 존재한다면, 나는 갖고 싶네." - page 296 ~ 297

그리고 살인마가 남긴 살인 일지 '백과사전'이 금서로서가 아닌 사법기관의 범죄와의 싸움을 판도부터 바꿔버릴 '성서'가 될 거라는 살인마의 주장에 동조하는 수사관들의 모습.

이들을 통해 선과 악의 경계의 딜레마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읽으면서 책장을 멈추기 일쑤였습니다.

그 잔인함에, 이들의 두뇌싸움에 잠시의 쉼이 필요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여느 소설에서 엿볼 수 없었던 경험이었기에 마지막까지 달려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

'로버트 헌터' 시리즈가 있다고 하니 조만간 또다시 로버트 헌터와의 만남을 기약하며...

그때까지는 순한 맛을 읽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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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역사 - 울고 웃고, 상상하고 공감하다
존 서덜랜드 지음, 강경이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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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제 주변엔 '문학'들이 즐비하고 있는데 정작 '문학'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문학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왜 문학을 읽을까?

이 책을 통해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고 그 해답을 찾고자 하였습니다.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곁에 있는 문학.

문학의 진면목을 마주해보겠습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열정적인 탐구와 깊은 울림의 역사

우리는 왜 수천 년 전에 쓰인 문학을 여전히 즐길 수 있을까?

장엄한 대서사시부터 환상 속 마법의 세계까지,

인간의 상상력이 빚어낸 문학으로의 매혹적인 여행!

문학의 역사



책을 펼치자마자 저자는 우리에게 문학의 역사에서 가장 광범위하면서도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말하자면, 문학은 흰 종이 위에 찍힌 작고 검은 약호들, 곧 '글자들'의 고유한 조합입니다.

아니, 더 나은 대답으로는 문학은 세상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의 정점에 이른 인간의 지성이라 하였습니다.

그럼 우리는 왜 문학을 읽을까?

문학은 그 무엇과도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들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 작품을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중요한 맥락을 짚어주는 문학의 역사를 개괄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면서 문학 관련 책을 스무 권 이상 저술하고 부커상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한 저자 '존 서덜랜드'.

그는 이 책을 통해 전체적인 문학의 흐름을 따르면서 주요 작품과 작가들의 활동상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문학을 둘러싼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환경도 함께 언급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문학이 인간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위대한 문학 작품은 왜 몇 번을 읽어도 새로운 무언가가 샘솟는지,

무엇이 우리를 문학의 세계로 잡아끄는지 등

에 대한 탐색하며 우리에게

인간 정신의 놀랍도록 창조적인 산물인 문학은 어떤 새로운 형태로든, 어떻게 상황에 적응하든 영원히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우리의 삶이라고 말했지만, 당신의 삶이라고 해야겠다. 당신과 당신 아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 page 383

일러주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연대표로 보는 문학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고대 신화와 서사시, 그리스 비극, 중세의 신비극 등 구술 문학에서 인쇄 혁명이 일어나고 대중 시장을 위한 책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저작권에 대한 인식, 도시화와 대출 도서관의 출현으로 독서 대중 확장, 영화 매체의 등장으로 문학 작품의 각색, 장르의 세분화와 국경 없는 세계문학 등 문학의 세계도 참 급변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의 '영국 문학' 아니 '영어로 쓰인 문학'은 14세기 말, 즉 「캔터베리 이야기」를 쓴 제프리 초서라 하였습니다.

영문학 최초의 영웅 서사시로 일컬어지는 「베오울프」를 비롯해 그 이전의 작품들은 누가 지었는지, 창작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한 사람이 지었는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는지 등 불명확해서 추측에 근거할 따름이었지만 초서 이후로 문학은 '작가'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문학의 역사는 곧 작가들의 계보로 이어지게 됩니다.

무엇보다 20세기 이후의 문학은 장르의 세분화와 매체의 다양화, 국경 없는 세계문학, 독서 대중의 영향력 확대와 적극적인 참여 등으로 인해 빠르게 변화함을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하였는데...

새롭게 해석되고 구성되는 영화나 드라마, 디지털 콘텐츠가 원작에 주는 효과,

특정 '세계어들'의 지배로 작가와 독자가 문학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꿔놓았기에

문학을 어떻게 바라보며 대할지에 대한 몫은 우리에게 남겨져 있었습니다.

오늘날 독서 대중은 선택지가 훨씬 많아졌고, 원하는 책을 훨씬 많이 얻을 수 있다. 과연 좋은 일인가?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많을수록 나쁘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양에서 질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독서 대중이 많아질수록 더 건강해진다. 푸딩이 클수록 자두가 더 많이 들어 있다. - page 169

그래서 저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답을 해 주었습니다.

변화는 피할 수 없다. 예언자인 척하고 한마디 하자면 문학과, 문학을 업으로 삼는 사람과 문학 참여자들의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문학이 지닌 '유대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어떻게 문학이 공동의 것인지를 탐색한다. 문학은 우리보다 더 위대한 마음과 나누는 대화이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재미의 옷을 걸친 생각들이자,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문학이 있어서 가능했던 이런 마음의 만남은 지금 우리 존재의 핵심을 이룬다. 일이 잘 된다면 이런 마음의 만남은 더 강렬해지고, 더 친밀해지고, 더 활기차질 것이다. - page 382 ~ 383

사실 '역사'란 말에 조금은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양'의 시선으로만 바라보았기에 우리의 문학으로도 이처럼 한 권의 책이 완성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상상의 세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연결 통로가 되어주는 '문학'.

문학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결국 자신의 삶과도 연관되기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문학을 읽어나아가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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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역사 - 울고 웃고, 상상하고 공감하다
존 서덜랜드 지음, 강경이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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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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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보는 남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28
조경아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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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곳보다 우리의 본모습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공간.

세상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숨길 수 있는 안전한 공간.

바로 '집'.

하지만 집이란 의미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높아진 집값으로 그 빚의 무게로, 최근에는 사기로 인생의 나락을 경험하기도 한 집.

그렇다면 과연 집이란 곳은 어떤 의미일까...

이 소설의 주인공 테오의 눈을 통해 '집'에 대해 재정의를 내려보고자 합니다.

평범한 동네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연쇄 죽음,

그 죽음을 추적하는 집 보는 남자 테오의 부동산 휴먼 미스터리

"지금 어떤 집에 살고 있나요?"

집 보는 남자



남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지내며, 취미는 마당 텃밭에서 토마토를 키우는 것이고, 좋아하는 음식도 토마토뿐이며, 멀쩡한 집을 놔두고 하루 종일 어두운 차고에 처박혀 지내는 데다가, 극도로 예민하기까지 한 '반테오'.

그는 차고에서 부동산 매매 프로그램 사이버 고객센터 운영자로 일을 하며 히코모리처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쉽게 허물어질 것 같지 않던 테오의 철벽이 아주 어처구니없는 계기로 무너지게 됩니다.

다름 아닌 동생이자 불청객인 '고희'가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겠다며 그의 차고로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희를 차고에서 내보낼 수 있을까...?

"그러니까 여동생이 살 집을 보고 싶다?"

"네."

"구체적으로 원하는 조건이 있을 것 같은데? 아니면 예산이라도."

"여자 혼자 사는 집이니까 깨끗하고 보안 장치가 제대로 된 방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작업실 겸용으로 이용할 수 있으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은 없지만, 현재 직장이 없으니까 보증금보다 월세가 저렴한 집이면 좋겠습니다." - page 50 ~ 51

그리하여 테오는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극도의 예민함을 이유로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자신의 선택이 무색할 만큼 테오는 남의 집에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집의 상태와 집주인의 흔적들을 모든 감각으로 받아들여 데이터화하다 보면 집주인의 생각과 행동을 읽어 낼 수 있었던 겁니다.

집을 '보는' 능력을 지닌 테오는 차츰 집을 보러 다니는 일 자체에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 예상치도 못한 연석동 연쇄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테오가 보러 다닌 집, 바로 그 시간대의 지척에서 연고자가 없던 집주인들이 계속해서 죽어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테오는 '녹색 대문 집'에서의 약물 살인과 '하얀 집'에서의 황린을 이용한 폭발 테러 살인, 그리고 '고양이 할머니네 집'에서의 주사기를 이용한 할머니와 고양이들을 향한 무자비한 살인까지 거대한 살인극의 비밀을 파헤치는데...

하지만 이때, 누군가의 신고로 인해 용의자로 특정되어 경찰서에 끌려간 테오.

도대체 누가 범인인 것일까...?

테오를 이용해 상업 아이템을 구상 중인 친화력 갑 동생 '고희'와 오피스텔에서 쫓겨나자마자 무작정 테오를 찾아온 괴짜 유튜버 '명석', 그리고 같이 일하자며 테오에게 먼저 손을 내민 부동산계의 셀럽 '임서라', 테오가 연석동 연쇄 살인의 유력 용의자라고 생각하는 형사 '제영'까지.

이들과 함께 의문의 연쇄 죽음 사건을 파헤쳐 보는 건 어떨지.

테오를 통해 바라본 '집'이란...

사람들은 타인을 대할 때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거나 마음과 다른 행동을 하기 마련이지만, 집이라는 공간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본성을 드러내게 된다. 그렇게 쌓인 본성들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들이 집 안에 먼지처럼 쌓여 집의 정체성, 아니 집에 사는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 page 59 ~ 60

그 사람의 정체성이 묻어 있는 '집'.

그런 집을 통해 변화된 테오의 모습은...

테오는 언제나 낡고 익숙한 것이 좋았다. 사람의 체온과 세월로 만들어진 낡음을 무엇보다 사랑했다. 누군가는 테오를 바보같다고 생각하겠지만, 테오는 늘 그랬고, 그래 왔던 사람이었다. 어쩌면 테오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서 사람이 사는 집을 보러 다니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 page 175

다른 사람들의 집을 통해 소통하고 협력하고 반목하며 자신의 억압되고 뒤틀린 정체성을 조금씩 찾아가던 테오.

결국 집이란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집을 보다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술 잘 읽히는 소설이었습니다.

미스터리보다는 휴먼 소설이었던, 그래서 훈훈했던 이 소설.

책을 읽고 나서는 나의 집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 손때가 묻어 있고 내 취향이 담겨 있는 '우리 집'.

덕분에 더 포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깡통 전세 사건도 있고 제 주변에 재개발로 시끌시끌한 요즘.

잠시나마 소설을 통해 시끄러웠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습니다.

부디 모두가 행복한 '집'이 되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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