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는 남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28
조경아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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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곳보다 우리의 본모습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공간.

세상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숨길 수 있는 안전한 공간.

바로 '집'.

하지만 집이란 의미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높아진 집값으로 그 빚의 무게로, 최근에는 사기로 인생의 나락을 경험하기도 한 집.

그렇다면 과연 집이란 곳은 어떤 의미일까...

이 소설의 주인공 테오의 눈을 통해 '집'에 대해 재정의를 내려보고자 합니다.

평범한 동네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연쇄 죽음,

그 죽음을 추적하는 집 보는 남자 테오의 부동산 휴먼 미스터리

"지금 어떤 집에 살고 있나요?"

집 보는 남자



남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지내며, 취미는 마당 텃밭에서 토마토를 키우는 것이고, 좋아하는 음식도 토마토뿐이며, 멀쩡한 집을 놔두고 하루 종일 어두운 차고에 처박혀 지내는 데다가, 극도로 예민하기까지 한 '반테오'.

그는 차고에서 부동산 매매 프로그램 사이버 고객센터 운영자로 일을 하며 히코모리처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쉽게 허물어질 것 같지 않던 테오의 철벽이 아주 어처구니없는 계기로 무너지게 됩니다.

다름 아닌 동생이자 불청객인 '고희'가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겠다며 그의 차고로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희를 차고에서 내보낼 수 있을까...?

"그러니까 여동생이 살 집을 보고 싶다?"

"네."

"구체적으로 원하는 조건이 있을 것 같은데? 아니면 예산이라도."

"여자 혼자 사는 집이니까 깨끗하고 보안 장치가 제대로 된 방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작업실 겸용으로 이용할 수 있으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은 없지만, 현재 직장이 없으니까 보증금보다 월세가 저렴한 집이면 좋겠습니다." - page 50 ~ 51

그리하여 테오는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극도의 예민함을 이유로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자신의 선택이 무색할 만큼 테오는 남의 집에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집의 상태와 집주인의 흔적들을 모든 감각으로 받아들여 데이터화하다 보면 집주인의 생각과 행동을 읽어 낼 수 있었던 겁니다.

집을 '보는' 능력을 지닌 테오는 차츰 집을 보러 다니는 일 자체에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 예상치도 못한 연석동 연쇄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테오가 보러 다닌 집, 바로 그 시간대의 지척에서 연고자가 없던 집주인들이 계속해서 죽어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테오는 '녹색 대문 집'에서의 약물 살인과 '하얀 집'에서의 황린을 이용한 폭발 테러 살인, 그리고 '고양이 할머니네 집'에서의 주사기를 이용한 할머니와 고양이들을 향한 무자비한 살인까지 거대한 살인극의 비밀을 파헤치는데...

하지만 이때, 누군가의 신고로 인해 용의자로 특정되어 경찰서에 끌려간 테오.

도대체 누가 범인인 것일까...?

테오를 이용해 상업 아이템을 구상 중인 친화력 갑 동생 '고희'와 오피스텔에서 쫓겨나자마자 무작정 테오를 찾아온 괴짜 유튜버 '명석', 그리고 같이 일하자며 테오에게 먼저 손을 내민 부동산계의 셀럽 '임서라', 테오가 연석동 연쇄 살인의 유력 용의자라고 생각하는 형사 '제영'까지.

이들과 함께 의문의 연쇄 죽음 사건을 파헤쳐 보는 건 어떨지.

테오를 통해 바라본 '집'이란...

사람들은 타인을 대할 때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거나 마음과 다른 행동을 하기 마련이지만, 집이라는 공간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본성을 드러내게 된다. 그렇게 쌓인 본성들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들이 집 안에 먼지처럼 쌓여 집의 정체성, 아니 집에 사는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 page 59 ~ 60

그 사람의 정체성이 묻어 있는 '집'.

그런 집을 통해 변화된 테오의 모습은...

테오는 언제나 낡고 익숙한 것이 좋았다. 사람의 체온과 세월로 만들어진 낡음을 무엇보다 사랑했다. 누군가는 테오를 바보같다고 생각하겠지만, 테오는 늘 그랬고, 그래 왔던 사람이었다. 어쩌면 테오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서 사람이 사는 집을 보러 다니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 page 175

다른 사람들의 집을 통해 소통하고 협력하고 반목하며 자신의 억압되고 뒤틀린 정체성을 조금씩 찾아가던 테오.

결국 집이란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집을 보다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술 잘 읽히는 소설이었습니다.

미스터리보다는 휴먼 소설이었던, 그래서 훈훈했던 이 소설.

책을 읽고 나서는 나의 집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 손때가 묻어 있고 내 취향이 담겨 있는 '우리 집'.

덕분에 더 포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깡통 전세 사건도 있고 제 주변에 재개발로 시끌시끌한 요즘.

잠시나마 소설을 통해 시끄러웠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습니다.

부디 모두가 행복한 '집'이 되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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