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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
이다빈 지음 / 아트로드 / 2020년 1월
평점 :
그동안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아둥바둥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건들을......
사람들을......
그리고 세상을......
하지만 그토록 얻고자 기를 썼지만 막상 뒤돌아보니 잃어버린 것들이 있었습니다.
나와 세월을 같이 했던 물건들을......
나의 어린시절을 같이 했던 이들에게 소홀함을......
그리고 지금의 위치에서의 행복을......
이 책을 읽기 전 이 문장이 자꾸만 저에게 질문을 건네었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잃어버렸나요?
길 위의 남겨진 상실의 흔적을 찍다
그동안의 난 무엇을 잃어버린 채, 아니 잃어버린 것도 모른채 살아오고 있는지......
잠시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멈추도 되돌아봅니다.
『잃어버린 것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218/pimg_7523781182450753.jpg)
본문에 앞서 저자는 이야기하였습니다.
생각해 보니 잃어버린 것은 내 것이 아니라 원래 있는 자리로 돌아간 것이었다. 많이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짐이 그동안 늘어난 모양이었다. 나의 그림자는 문득문득 드는 의문을 덮어버리고 논리를 만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관념이 본능을 늘 앞질렀고 삶에서 마주치는 직관을 무시했다. 더하고 싶었지 빼려고 하지 않았다.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니 온통 결핍 덩어리들이었다. 그 결핍때문에 사랑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이별을 했다. 이제 다른 곳으로 흘러가기 위해서 기억과도 이별을 하려 한다. 멈추면 내 곁에 영원히 있을 거라는 생각이 나를 옭아매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들을 묶어서 세상에 내보낸다. - page 4 ~ 5
그녀는 덤덤히 자신의 이야기들을 서술해가고 있었습니다.
다른 곳으로 흘러가기 위해......
그렇게 자신을 찾기 위해서 말입니다.
많은 것들 중에서도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쉽게 내려놓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절망의 바닥>에서의 이야기가 유독 제 눈물을 흐르게, 그 흐름을 멈출 수 없게 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믿음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왜 10만 분의 1의 확률이 내 딸에게 닥친 것인지,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런 시련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절망의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동안 꿈꾸며 쌓아왔던 탑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책 속의 의사는 병을 빨리 인정하라고 했다. 설마, 혹시나 하는 생각이 병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하고 약물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며칠 동안 이게 꿈이었으면, 혹시 오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뿌리칠 수 없었다. 아이의 몸속에선 이미 전쟁이 시작되었는데도 나는 헛된 꿈속에 있었다. - page 31
백혈병에 걸린 아이를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엄마의 시선.
골수 이식 환자들을 수없이 봐왔던 아이의 굳은 다짐.
"엄마, 나 중학교 가고 싶어. 공부 좀 하게 해줘. 다시는 병원에 안 갈 거야. 골수 이식 안 할 거야." - page 33 ~ 34
결국 아이의 작은 소망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그렇게 6주가 지나고 중학교 입학식을 앞둔 하아얀 눈이 눈물처럼 내리던 날, 딸은 결국 내 곁을 떠나가고 말았다. 비정한 세상은 아이의 소망을 외면한 채 긴 겨울 속에 육신을 가두어 버렸다. - page 34
이 이야기를 읽는데 하늘에선 간만에 눈다운 눈이 내렸었습니다.
마치 그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
그리고 우연인지 <VR 휴먼다큐멘터리>에서 '너를 만났다'를 보았었습니다.
4 전 혈액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딸을 그리워하는 엄마의 모습과 가상현실에서의 만남.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작스레 떠난 아이를 차마 보낼 수 없었던 엄마는 다시 만난 아이에게 약속을 합니다.
"나연이가 어디에 있든 엄마 나연이 찾으러 갈 거야.
엄마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것들 다 마치고 나면 나연이한테 갈게
그때 우리 둘이 잘 지내자. 사랑해 나연아."
저자의 이야기와 티비에서의 엄마 이야기.
저 역시도 엄마이기에 가슴 아픈, 가족의 상실만큼은 더디게 다가오길 바라곤 합니다.
아니, 그 아픔이 그냥 나이길 바래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잃어버린 것들이 많았습니다.
물건 뿐만 아니라 사랑을, 자유를, 청춘을, 꿈을, 희망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나'를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저자 역시도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고자 <나를 찾아 떠난 여행>을 후반에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기 위해 떠난 여행 이야기에서도 상실로 인한 절망에 방황의 시간을 보내며 길을 헤매던 저자.
하지만 그 끝에 저자는 순리대로 흘러가는 자연으로부터 삶의 진리를 배우고, 자신을 구속했던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중에서도 김삿갓 주거지에서 마주하게 된 나를 찾는 여행 이야기 <나그네>.
김삿갓의 이름으로 쓴 시가 유독 인상적이었습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218/pimg_7523781182450752.jpg)
단종의 시체가 던져진 동강과 폐족이 된 김병연의 가족이 머물다 간 영월은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지 못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여행처럼 떠나서 잠시 멈추고 바라보다가 다시 떠나가는 과정이다. 김삿갓의 발걸음도 그러했을 것이다. - page 144
우리네 인생을 표현한 것과도 같아서, 이 책의 저자가 '잃어버린 것들'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의 '나그네'가 아닐까라는 생각......
마지막 호주에서의 마지막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오스틀로이드라고 불리는 '참사람 부족'의 이야기 역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이 전한 이야기.
참사람 부족의 메시지는 모든 종교나 깨달은 자들이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는 것을 좀처럼 정의하지 못하는 까닭은 모습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신은 본질, 창조성, 순수, 사랑, 한없는 에너지이며 모든 생명은 하나라는 사실을 그들은 강조했다.
그들은 만물의 어머니인 대지를 우리에게 맡기고 호주의 사막 깊숙한 곳으로 떠났다.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이 어떤 숲도 파괴하지 않고, 어떤 오염 물질도 자연 속에 내놓지 않으면서 풍부한 식량과 안식처를 얻을 수 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 page 190
이기와 욕심, 집착이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게 한 것들이라는 것을 그들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난 뒤 스스로에게 자문하게 됩니다.
'나는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모르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제라도 그 답을 하나씩 찾아가려합니다.
그러다보면 결국 '나 자신'을 찾을 것 같았습니다.
사실 요즘들어 사춘기도 아닌데 내가 누구인지조차 잘 몰라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나라는 '존재'자체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차분히 그 답을 찾아보는 여행을 떠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