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러스먼트 게임
이노우에 유미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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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구에 끌렸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해드립니다!"


지금은 직장을 다니지 않지만 직장을 다닐 때 누구나 겪었을 것입니다.

꼭 한 명씩!

내가 전생에 죄를 지었는지 꼭 집어서 '나'를 괴롭히는 상사가 있었습니다.

그가 있어서 참으로 많은 한숨을, 술을 기울이며 아침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붙잡으며 다녔었습니다.

이제는 지난 과거지만......


하지만 제 주변 직장을 다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한결같습니다.

"일이 힘든 건 이해하겠지만......

사람이 괴롭히는 건 너무 힘드네......"


그래서 이 소설이 더없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니,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

알고보니 <하얀 거탑> 각본가 이노우에 유미코 원작이라고 합니다.

너무나도 열심히 보았던 드라마!

우리나라에서도 '김명민' 배우가 열연을 펼쳤던 그 드라마.

이 소설은 무조건 읽어야할 것 같았습니다.

"걱정 말게. 최강의 상사를 보내줄 테니."


해러스먼트 게임


해가 뜨기 전까지 한 시간이 승부처다.

배의 바닥을 두드리는 파도의 감촉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낚싯줄을 늘어뜨렸다. 바다는 아직 먹물을 떨어뜨린 듯 어둡다. - page 9


아침 물때라고 불리는 새벽 시간대에 낚시를 하는 그, 아키쓰 와타루.

오늘도 짠내를 풍기며 종업원들보다 조금 일찍 도야마 추오점에 출근한 그는 점포에서 입는 초록색 앞치마를 다리미로 꼼꼼히 다리면서 오늘 해야 할 일을 확인합니다.

"매장은 저희한테 맡기고 따뜻한 커피나 한잔하시고 오세요."

"잘 부탁합니다. 오늘도 완전 편한 마음으로 손님들을 맞아주세요. 어서 오세요! 어서 옵쇼!" - page 12

파트타임 주부들과 일제히 도야마 사투리로 "어서 옵쇼!"를 외치며 개점을 하는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점장님, 본사 인사부에서 전화 왔어요." - page 13


왜 전화가 왔는지 전혀 짚이는 게없는 아키쓰는 살짝 불안한 마음으로 수화기를 듭니다.

수화기 넘어로 들리는 인사부장의 감정 없는 목소리.

"아키쓰 와타루 씨, 당신에게 인사이동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이동 근무지는 도쿄 본사로,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으로 발령 났습니다."

"네? 이 시기에 이동이라고요?" - page 13

왜 하필 나인가?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그는 도쿄롤 부랴부랴 달려가게 됩니다.


그가 다시 도쿄로 불러들이게 된 사건이 벌어지기 두 시간 전.

마루오 슈퍼 고객상담실에 갑자기 젊은 여자의 성난 목소리가 들여옵니다.

"우리 아이가 죽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 page 14

사건의 전말은 다섯 살 아들이 아침식사로 크림빵을 먹고 있었는데 빵 안에서 1엔짜리 동전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크림빵은 마루오의 오리지널 브랜드 상품이면서 곧 있으면 시나가와점의 오픈까지 있기에 회사 차원에서는 이 컴플레인에 조심할 수 밖에 없는 현실.

마코토가 더 참지 못하고 시계를 보았을 때 비로소 마루오 사장이 일어섰다.

"새로운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을 임명하도록 하죠. 신속하게 조사를 시켜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는지 찾아내도록 말이오."

인사 담당인 아오키 이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럴 때 긴급 인사이동을 하겠다는 말씀입니까?"

"컴플라이언스실은 사장실 직속이오. 나한테 임명권이 있어요."

"물론 규정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대체 누가 이런 화급한 시점에......"

"마루오 전 직원 천팔백 명, 그중 이 궁지를 헤쳐나갈 인물이 반드시 있을 겁니다."

그런 인물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어리둥절해 있는 마코토를 보며 마루오 사장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안심하게. 반드시 최강의 상사를 보내줄 테니."

"...... 최강." - page 21 ~ 22


'최강의 상사' 아키쓰의 등장.

그리고 그의 하나뿐인, 아키쓰는 그녀에게 '선배'라고 하는 '마코토'.

B&Y법률사무소의 야자와.

이렇게 세 명은 '최강'의 콤비를 자랑하며, 아니 무대포로 행동하는 아키쓰를 따라다니면서 환상의(?), 아니 환장의 콤비를 활약하며 컴플레인을 해결하게 됩니다.


동시에 마루오 사장은 왜 '아키쓰'를 불러들였는지에 대해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하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오버랩되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김과장>

왠지 이 소설이 드라마로 재현된다면 아키쓰의 역으로는 김과장의 '남궁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엉뚱하지만 결국은 사건의 전말을 해결해 나가는 그의 모습.

주변에서 같이 일하기는 힘들지라도 그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최강'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영어로 파워 해러스먼트를 줄여서 '파와하라'라고 하는 신조어를, 성희롱을 뜻하는 섹슈얼 해러스먼트를 줄여 '세쿠하라', 말이나 태도에 의한 정신적 폭력인 모럴 해러스먼트를 '모라하라'라고 불리는 것을.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해러스먼트가 있음에 새삼 놀라웠습니다.

그만큼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말과 행동의 횡포가 많았다니......


소설의 마지막 그의 모습.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인 아키쓰입니다. 편히 생각하시고 말씀해주세요. 당신이 조금이라도 일하기 쉬운 환경이 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 page 350

왠지 재킷을 휘날리며 또다시 컴플레인을 해결할 그들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는 시대.

이 대사가 부디 마지막이 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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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별과 인간의 경이로운 여정 서가명강 시리즈 9
윤성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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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책으로 만날 수 있기에 더없이 값진 이 책들.


이번에는 '장엄한 우주'를 주제로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번 주제가 반가웠던 것은 조금씩 읽고 있던 책과도 연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스모스』

광활한 우주 속 우리는 한 점, 아니 눈에도 보이지 않을 티끌과도 같지만 그런 우주 속 별에서 등장한 우리의 이야기.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이번 주제는 '천문학'과 관련된 학문이었습니다.

그럼 우선 천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알아야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천문학의 연구 대상은 태양과 태양계, 항성, 성간물질, 은하, 블랙홀과 같은 것이지만, 우주적 관점을 통해 인류의 미래와 인간의 정체성을 다른 차원에서 한층 더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 page 5

우주의 기원과 진화에서 비롯하여 우리의 정체성까지의 긴 여정.

그 여정을 이 책을 좇아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우주에는 영원하고 불변하는 법칙이 있으며 우연적인 사건들은 그 법칙 외의 현상이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생각.

하지만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영원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이에 대해 고대로부터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특히나 우리에게 친숙한 이 '플라톤'이 등장합니다.

그는 세계라는 활동사진을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그림으로 만들려고 애를 썼다. 그를 다른 소심한 철학자들처럼 오직 질서만을 사랑했고, 아테네 민주정치의 소란에 놀라서 개인의 가치를 극적으로 무시했다. (...) 그의 국가는 정적이다. (...) 이 국가에는 과학만 있고 예술은 없다. 이 국가는 과학적 정신에 소중한 질서만을 찬양하고 예술의 정수인 자유는 전적으로 무시한다. - page 26

플라톤을 비판했던 현대 철학자 듀란트.

그의 과학에 관한 인식 역시도 플라톤 시대에 머물러 있었고 오늘날까지도 이런 이원론적 사고방식이 여러 가지 형태로 변함없이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게 현실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하고자 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고대인들에게 세상은 생기로 가득 차 있는 곳이었다. 살아 있음은 자연의 매우 기본적인 상태였고, 오히려 그들이 이해하지 못한 것은 '죽음'이었다. 만물에 생기가 가득한데 왜 어느 순간 생물은 죽음을 맞이하는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생명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이 우주의 기본적인 상태인 것처럼 보인다. 현대인들은 이제 고대인들과는 정반대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죽음의 공간인 우주에서 생명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기적이 도대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 우주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page 70

더없이 별들이 반짝일 수 있는 곳.

광대하고도 먹먹한 우주라는 공간.

지구를 벗어나는 순간 우리에게는 죽음의 공간인 그 곳에서의 우리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우주란 무엇인지에 대해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져있었습니다.


우리의 핏속을 흐르는 철, DNA를 구성하는 원소들은 모두 과거 언젠가에 별 속에서 생성되었다. 별들의 먼지로 구성된 우리 몸은 별의 탄생, 별의 진화, 별의 죽음과 초신성 폭발의 과정을 기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도 만들어졌고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들이 지구에 마련되었다. 우리 모두 아주 먼 과거에는 별 속에 있었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는 빅뱅과 별과 물질의 순환을 통해 이루어진 전 우주의 장엄한 역사가 새겨져 있다. 그러니 만약 하늘의 별에 관해 알기 원한다면 저 하늘을 보기 전에 먼저 거울 앞에 선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거울에 비친 당신은 우주 역사의 체현이다. - page 200


마지막엔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 이야기는 생명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약 6500만 년 전 혜성과 지구의 충돌은 공룡을 멸종으로 이끌었지만 전 지구적 관점으로 볼 때 생명은 여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았고 포유류가 번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자신을 적응시키며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은 생명의 위대한 특성이다. 이런 생존 능력은 결국 생명의 진화를 이끌어낸다.

진화할 수 없는 것은 생명이 아니다. 생명이라는 현상을 태초부터 미리 정해진 '원형'을 통해 이해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고정된 질서는 생명에게 죽음을 뜻할 뿐이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긴다. 과연 생명은 어느 정도의 극한 환경에서까지 적응이 가능할까? 과학기술 문명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산소가 없어나 온도가 100도인 환경에서 영구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인간은 그만큼 연약하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생명은 연약하다'라는 편견에 사로잡히곤 한다.

하지만 미생물의 세계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 초기 지구의 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하고 그 변화도 심했다. 그럼에도 지구에는 생명이 출현했고 번성했다. 생명은 결코 연약하지 않다. - page 238 ~ 239

우리는 연약하더라도 결코 쓰러지지않음에.

강인한 생명력으로 생명의 진화를 이끌어가지만 결코 자만하지 말기를 일러주었습니다.


저자는 마지막에 이 이야기를 합니다.


 


그 우주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견하고 깨달아야함을 전해주었습니다.


오늘도 밤하늘엔 별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과연 우주에서 바라본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그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탄생과 소멸 속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지며 살아가야할지 광대한우주만큼이나 생각이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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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잔, 유럽 여행
권경민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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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좋아하는 1인이라 그와 관련된 책이 있으면 무조건 읽어봅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었습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맥주 한잔으로 만나는 더 리얼한 유럽!

저마다 특색있는 맛을 간직한, '맥주'의 본고장에서 맛보는 '맥주'의 맛은 어떨지 궁금하였습니다.

맥주 한잔, 유럽 여행


저 역시도 꿈꾸는 여행이었습니다.

맥주를 즐기면서 현지에서 맛보게 되는 맥주의 맛이......

그리고 더불어 유럽 여행.

그래서 이 책이 더 매력있게 다가온 것은 단순히 '어디에 다녀왔다'라는 여행이 아닌 '어디에서 무엇을 했다'를 보여주었기에 그들의 여행에 동행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떠나게 된 곳은 '독일'.

맥주순수령으로 맥주의 종주국임을 자랑하는 나라, 독일.

이곳에서 마주하게 된 슈바이네학센과 소시지, 그리고 맥주.

맥주의 본맛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대형 양조장의 라거 맥주는 특별한 풍미도 향도 없기에 오로지 빨리, 또 차갑게 마실 수 있는 마케팅을 오랫동안 펼쳐 왔다. 때문에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럽의 맥주 온도는 미지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탄산을 강하게 주입하여 톡 쏘는 맛을 강조하고, 밋밋한 맛을 감추기 위해 더 차갑게, 더 빨리 마시게끔 하는 마케팅을 한 탓에 맥주 본연의 맛을 느껴볼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유럽에서 제공되는, 우리나라 펍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미지근한 온도의 맥주 맛을 느껴보면,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라는 노래의 한 구절이 절로 생각날 것이다. '맥주가 무슨 맛이 있어? 그냥 마시는 거 아니야?'라며 소맥을 말아왔던 수많은 이들이 '아~ 맥주에도 맛이 있구나!'라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 page 28 ~ 29

요즘은 우리도 수제맥주 뿐만아니라 다양한 맥주들이 선보이면서 맥주 본연의 '맛'을 강조하기에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지만......

왠지 모르게 '유럽'이라는 이미지 때문일까......

우리의 '치맥'처럼 그들의 '족맥'이 너무나 부럽게 느껴졌었습니다.


이 책은 맥주 양조장을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 나라의 일정 중간 중간에 현지인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로컬 펍을 찾아가 만난 매력적인 맥주 한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에서는 음식과 어우러진 맥주의 이야기가, 진정 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맥주의 맛이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의 로망인 '체코'에서의 이야기는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체코'에 대한 로망이 있기에(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으로 큰 감흥을 가진 1인이기에) 언젠가는 그곳에서의 맥주 한잔을 즐기고파 이 나라에서의 이야기는 다른 나라보다 한 자 한 자 열심히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일의 학센과 흡사한 체코 전통 돼지 족요리인 '콜레뇨'와 맥주 한잔.

필터링 되지 않은 밀맥주의 효모에서 나오는 향긋함과 강한 탄산의 경쾌함이 입안을 말끔하게 리프레시 해 준다. 무슨 연유로 세송이의 장미라는 이름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무조건 알 것 같다고 믿고 싶어졌따. 맛 들인 요리에 멋들어진 맥주, 그리고 펍의 분위기까지. 이곳을 빨리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문밖의 프라하가 우리를 재촉하고 있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어느 것 하나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정말 최적의 여흥을 갖고 펍을 떠났다. - page 182 ~ 183

기약없지만 언젠간 만날 그들.

입안의 군침을 삼키며 다음 여행을 쫓아다녔습니다.


책 속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니 어차피 선택은 자신의 몫, 평소 즐기는 스타일의 맥주를 주문하든, 아니면 새로운 스타일의 맥주를 선택하든 본인의 몫이다.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대다수는 '우멀 억을까?'가 '무엇을 마실까?'에 앞선다. 술을 그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음식을 먹을 때 거드는 정도로 '안주가 맛있으면 어떤 술을 마시든 무슨 상관이야?'하는 인식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그렇다 보니 국산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혹평이 나오고, 항상 대형 공장의 양산 맥주에 대한 비평이 많다. 하지만 역으로 맥주 제조사의 항변을 들으면 새로운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고 출시해도 결국 소비자의 선택은 카스,하이트로 간다는 것이다. - page 237 ~ 238

우리 역시도 맥주 강대국이 될 수 있는데......

'맥주'를 그 자체로 인정해 주는 일.

'소주'가 세계화 속에서 자리잡은 것처럼 조금만 인식의 변화를 준다면 충분히 우리의 맥주를 알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맥주를 위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맥주와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여행인 『맥주 한잔, 유럽 여행』.

이 책을 보다 재미나게 읽기 위해선 옆에 캔맥주 하나 정도의 센스!

맥주를 즐기는 그의 모습에 마냥 부러웠습니다.

현지인들의 일상이 녹아 있는 맥주의 매력.

조금은 '알딸딸'한 취기와 함께 즐거운 여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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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
이다빈 지음 / 아트로드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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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아둥바둥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건들을......

사람들을......

그리고 세상을......


하지만 그토록 얻고자 기를 썼지만 막상 뒤돌아보니 잃어버린 것들이 있었습니다.

나와 세월을 같이 했던 물건들을......

나의 어린시절을 같이 했던 이들에게 소홀함을......

그리고 지금의 위치에서의 행복을......


이 책을 읽기 전 이 문장이 자꾸만 저에게 질문을 건네었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잃어버렸나요?


길 위의 남겨진 상실의 흔적을 찍다

그동안의 난 무엇을 잃어버린 채, 아니 잃어버린 것도 모른채 살아오고 있는지......

잠시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멈추도 되돌아봅니다.

잃어버린 것들


본문에 앞서 저자는 이야기하였습니다.

생각해 보니 잃어버린 것은 내 것이 아니라 원래 있는 자리로 돌아간 것이었다. 많이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짐이 그동안 늘어난 모양이었다. 나의 그림자는 문득문득 드는 의문을 덮어버리고 논리를 만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관념이 본능을 늘 앞질렀고 삶에서 마주치는 직관을 무시했다. 더하고 싶었지 빼려고 하지 않았다.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니 온통 결핍 덩어리들이었다. 그 결핍때문에 사랑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이별을 했다. 이제 다른 곳으로 흘러가기 위해서 기억과도 이별을 하려 한다. 멈추면 내 곁에 영원히 있을 거라는 생각이 나를 옭아매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들을 묶어서 세상에 내보낸다. - page 4 ~ 5

그녀는 덤덤히 자신의 이야기들을 서술해가고 있었습니다.

다른 곳으로 흘러가기 위해......

그렇게 자신을 찾기 위해서 말입니다.


많은 것들 중에서도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쉽게 내려놓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절망의 바닥>에서의 이야기가 유독 제 눈물을 흐르게, 그 흐름을 멈출 수 없게 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믿음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왜 10만 분의 1의 확률이 내 딸에게 닥친 것인지,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런 시련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절망의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동안 꿈꾸며 쌓아왔던 탑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책 속의 의사는 병을 빨리 인정하라고 했다. 설마, 혹시나 하는 생각이 병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하고 약물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며칠 동안 이게 꿈이었으면, 혹시 오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뿌리칠 수 없었다. 아이의 몸속에선 이미 전쟁이 시작되었는데도 나는 헛된 꿈속에 있었다. - page 31

백혈병에 걸린 아이를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엄마의 시선.

골수 이식 환자들을 수없이 봐왔던 아이의 굳은 다짐.

"엄마, 나 중학교 가고 싶어. 공부 좀 하게 해줘. 다시는 병원에 안 갈 거야. 골수 이식 안 할 거야." - page 33 ~ 34

결국 아이의 작은 소망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그렇게 6주가 지나고 중학교 입학식을 앞둔 하아얀 눈이 눈물처럼 내리던 날, 딸은 결국 내 곁을 떠나가고 말았다. 비정한 세상은 아이의 소망을 외면한 채 긴 겨울 속에 육신을 가두어 버렸다. - page 34

이 이야기를 읽는데 하늘에선 간만에 눈다운 눈이 내렸었습니다.

마치 그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

그리고 우연인지 <VR 휴먼다큐멘터리>에서 '너를 만났다'를 보았었습니다.

4 전 혈액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딸을 그리워하는 엄마의 모습과 가상현실에서의 만남.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작스레 떠난 아이를 차마 보낼 수 없었던 엄마는 다시 만난 아이에게 약속을 합니다.

"나연이가 어디에 있든 엄마 나연이 찾으러 갈 거야.

엄마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것들 다 마치고 나면 나연이한테 갈게

그때 우리 둘이 잘 지내자. 사랑해 나연아."

저자의 이야기와 티비에서의 엄마 이야기.

저 역시도 엄마이기에 가슴 아픈, 가족의 상실만큼은 더디게 다가오길 바라곤 합니다.

아니, 그 아픔이 그냥 나이길 바래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잃어버린 것들이 많았습니다.

물건 뿐만 아니라 사랑을, 자유를, 청춘을, 꿈을, 희망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나'를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저자 역시도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고자 <나를 찾아 떠난 여행>을 후반에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기 위해 떠난 여행 이야기에서도 상실로 인한 절망에 방황의 시간을 보내며 길을 헤매던 저자.

하지만 그 끝에 저자는 순리대로 흘러가는 자연으로부터 삶의 진리를 배우고, 자신을 구속했던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중에서도 김삿갓 주거지에서 마주하게 된 나를 찾는 여행 이야기 <나그네>.

김삿갓의 이름으로 쓴 시가 유독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종의 시체가 던져진 동강과 폐족이 된 김병연의 가족이 머물다 간 영월은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지 못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여행처럼 떠나서 잠시 멈추고 바라보다가 다시 떠나가는 과정이다. 김삿갓의 발걸음도 그러했을 것이다. - page 144

우리네 인생을 표현한 것과도 같아서, 이 책의 저자가 '잃어버린 것들'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의 '나그네'가 아닐까라는 생각......


마지막 호주에서의 마지막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오스틀로이드라고 불리는 '참사람 부족'의 이야기 역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이 전한 이야기.

참사람 부족의 메시지는 모든 종교나 깨달은 자들이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는 것을 좀처럼 정의하지 못하는 까닭은 모습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신은 본질, 창조성, 순수, 사랑, 한없는 에너지이며 모든 생명은 하나라는 사실을 그들은 강조했다.

그들은 만물의 어머니인 대지를 우리에게 맡기고 호주의 사막 깊숙한 곳으로 떠났다.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이 어떤 숲도 파괴하지 않고, 어떤 오염 물질도 자연 속에 내놓지 않으면서 풍부한 식량과 안식처를 얻을 수 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 page 190

이기와 욕심, 집착이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게 한 것들이라는 것을 그들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난 뒤 스스로에게 자문하게 됩니다.

'나는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모르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제라도 그 답을 하나씩 찾아가려합니다.

그러다보면 결국 '나 자신'을 찾을 것 같았습니다.


사실 요즘들어 사춘기도 아닌데 내가 누구인지조차 잘 몰라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나라는 '존재'자체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차분히 그 답을 찾아보는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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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질문하고 삶이 대답하다 - 책을 통해 나를 찾는 시간들
심현아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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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게 된 계기는 첫 아이를 낳고 내 자신을 잃어버리면서였습니다.

무엇이든 '처음'이었던 그 때.

그래서 더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 나를 붙잡아준 것이 '책'이었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게 되면서 때론 위로도 받기도 하였고 재미도 주었으며 내가 몰랐던 정보도 주었습니다.

책 한 권을 통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도 들곤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책을 읽으면서 인생이 변하였다는데......

나는 제자리걸음인데......

어떻게 책을 읽어야하는 것일까......'


이번에 읽게 된 책에서 그 해답을 얻고 싶었습니다.

'책을 왜 읽을까?' 궁금한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삶이 달라지는 독서 비법

책이 질문하고 삶이 대답하다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이는 그것을 마구 넘겨버리지만, 현명한 이는 열심히 읽는다. 인생은 단 한 번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라는 장 파울의 독서 명언이 있다. - page 5

그녀 역시도 한땐 아무리 책을 읽어도 변화하지 않는 상황이나 환경을 탓한 적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서는 생활이다. 독서를 매일 해야 되는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목적이 없는 독서는 의미가 없다. 책의 방대한 내용 중에서 딱 하나라도 내 삶에 적용할 것을 찾아내고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 page 5

책을 읽으면서 묻고 사색하고 자기만의 경험과 연결함으로써 자신의 인생이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보여준 이 책.

읽고나서야 비로소 저도 책을 읽어야하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할지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각 장마다 '질문을 던져준 책'과 '그 속에서 만난 질문'이 있었습니다.

특히 '공병호'저자의 책을 통해서 나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찾는 과정이 종종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공병호 《공병호의 소울메이트》에서 만난 질문

꿈에 대한 자기결정권에 대해 고민해보기

이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의 결과가 모이고 모여서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 당장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 것인가도 선택이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중심이 누구냐?'인 것이다. 선택의 중심이 나 자신이라면 후회가 적고, 흔들림이 없다. 갈등이 줄어든다. 그게 바로 진로에 있어서의 자기결정권이다. 자기결정권은 10대인 청소년에게도, 성인에게도 필요하다. 살아가는 동안 많은 장애물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나의 꿈을 멸시하거나 비웃는 사람, 왜곡하는 사람, 온갖 훈계를 두는 사람들과 마주하다 보면 모든 걸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은 순간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상황에 조건에 상관없이 꿈과 진로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넘기지 않고 자기 길을 묵묵히 걷다보면 웃을 수 있는 날이 생길 것이다. - page 218

자기결정권......

지금까지의 나는 그렇지 못하였기에, 그리고 나 역시도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였는지, 너무 관여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생각에 반성을 더해보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읽고 싶은 책도 있었습니다.

김제동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에서 김제동은 "우리는 전부 노동력을 제공하는 주인들입니다. 그런데 인격까지 내주겠다고 한 적은 없어요. 그건 분명히 해둬야 합니다. 내가 이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면 인격적으로 대우를 받는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잖아요."라고 했다. - page 200

우리가 헌법의 '진짜 주인'이 되어야하지만 막상 현실은 그럴까......

가르쳐준 사람도 없고,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던 헌법이다. 법은 '내가 지켜야 할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반대로 법은 '나를 지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법을 생각하는 자세가 바뀔 것 같다. - page 201

헌법 제1조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그 의미를 다시금 새겨봅니다.

제가 이 책을 통해서 얻고자했던 '독서'의 의미.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저자는 들어가기 앞서 이런 이야기를 하였었습니다.

책을 통한 삶의 풍요로움은 결국 책에서 나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찾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 - page 6 ~ 7

결국 삶이 달라지는 독서 비법은 결국 '나'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던지는 질문 뿐만아니라 나만의 '질문'도 던지며 고민하고, 사색하고 그렇게 답을 찾으며 내 삶도 조금씩의 변화를 일으켜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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