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취향수집 에세이
신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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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내 삶이 삐그덕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나'에서 시작해 '딸', '아내', '엄마'라는 역할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나'라는 존재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휘청거리고 말았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쳐진, 아니 그냥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내 삶의 균형을 맞추고 싶었습니다.


이 책의 문구가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일은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행복이자

흔들리는 나를 지탱하는 힘이다

이젠 내가 좋아하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나에게 이 책을 읽고나면,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알게 될까......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저도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맥스멈 라이프'를 하고 있지만......

공허함을 느낄 때마다 물건을 사면서 마치 그 공허함을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막상 사고 난 뒤 더없는 공허함에 빠지곤 합니다.

그래서 저자의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내게 맞는 삶의 규모를 여전히 찾아가고 있다. 최소를 지향하는 방향은 있지만, 끝은 없다. 다만 이제야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속박되었다는 기분이 없는 하루를 마주한다. 어릴 적엔 인정받고 싶어서 남에게 보여줄 만한 일에 목을 맸고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 단 하나를 갖더라도 고급품, 갖춰 놓고 사는 삶이 아름답다 믿었다. 그런 생활도 여전히 감탄이 나오지만 실용적인 물건 위주로 적게 가지는 방식은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 내가 전과 다른 가치를 추구하며 살기 시작한 지 이제 7년. 날때부터 이런 성향의 사람인 것처럼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이런 흐름이 당연해졌다. 찻잔은 세트로 사지 않아도 되고, 용도별로 모든 물건을 완벽히 갖추고 살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는 삶. 결국, 무엇에 더 마음이 편안한지에 달렸다. - page 50

마음이 더 편안해지는 삶을 지향한다는 것.

최소의 소유로 최고의 만족을 지향하는 삶.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를 채우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자 흔들리는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지칠 수 밖에 없는 이유.

아마도 1등만을 강요하고, 1등만을 기억하는 세상 속에 끼워 맞추기위해 안간힘을 쓰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에게 스칸디나비아 문화권의 신념 중 '얀테의 법칙'.

나는 남들보다 좋은 사람이 아니며, 더 똑똑하거나 더 많이 알지 않고, 더 중요한 사람이 아니고, 모든 것을 잘한다고 생각지 말라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사회 법칙은 우리에게 평범하게 살아도, 억지스럽게 자신을 사회의 잣대에 맞추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각자의 '나'를 인정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의 최소 취향 이야기는 이러하였습니다.

물건에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자 내 몸과 마음을 편안히 돌보는 데 신경을 쓴다. 친절과 긍정을 가져온 운동과 좋은 식사, 규칙적인 생활이 이어지는 이유다. 생활과 건강에서 최소 취향이 확고해진 뒤 내가 집중하는 건 배움. 머릿속에 든 건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고 평생 가져가는 거라 하지 않던가. 물건보다 경험을, 경험보다 배움과 깨달음을 얻으며 충만함을 느낀다. - page 5

결국 최소 취향적인 삶의 중심엔 그녀 '자신'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나답게, 단단하게, 흔들림 없이 살아가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

 


나를 사랑한다는 전제 하에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들을 잘하면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만의 세계 속에서 나만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방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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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척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63
이은혜.이신혜 지음 / 북극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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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자마자 순간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이가 잘할 때마다

"엄지~ 엄지~ 척!!"

외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그림책을 가지고 아이에게 제목을 읽자마자

"어? 엄마! 갑자기 왜 잘했다고 하는거예요?"

라는 반응......

그래서

"이 그림책의 아이도 얼마나 잘하는지 우리 같이 읽어볼까?"

라고 했더니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

아이와 함께 큰 소리로 외치면서 책장을 펼쳤습니다.

엄지 척

 


책장을 펼치자마자 바쁜 엄마의 모습이 보입니다.

항상 엄마들이 바쁘긴 하지만......

누군가 집에 오나봅니다.

엄마는 부엌에서

바쁘다 바빠~

를 외칩니다.

 

그런 엄마를 보니 웅이는 엄마에게 말을 건넵니다.

그럼 내가 엄마 도와줄까요?

음......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엄마는 웅이에게

노는 게 도와주는 거예요.

라고 대답합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우리의 착한 웅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어지러진 방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웅이가 자랑스럽게 엄마에게 청소했다며 이야기하고 그런 웅이에게 엄마는 바쁜 부엌일을 하면서 '엄지 척'을 내밉니다.

엄마를 도와 기분 좋아진 웅이.

저절로 노래가 나옵니다.



그러다 식탁 위에 꽁꽁 얼려진 해물들을 발견하게 된 웅이.

너희들 정말 춥겠다!

엄마의 요리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마지막으로 해물만 넣으면 완성!

그런데......

해물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까~악!

몽크의 <절규>를 부르짖는 엄마.​

  


과연 마지막에 웅이는 해물들을 어떻게 했을까?


엄마를 도와주려는 웅이의 마음.

우리 아이도 요즘 집에만 있다보니 조금씩 엄마를 돕겠다고 나서는데 그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습니다.

작은 손으로 처음으로 해 보는 일들.

실수 투성이지만 그 시작은 '사랑'하는 엄마를 위한 마음이었다는 것을 그림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난 뒤 아이가 저에게 말합니다.

"엄마! 나도 엄마 많이 도와줄께요! 엄마 힘드니까요!"

어멋!

감동의 물결입니다.

서툴더라도 아이가 도와주는 일에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역시 엄지 척! 이라고 외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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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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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분.

'에쿠니 가오리'


그녀와의 첫 인연은 『냉정과 열정사이』였습니다.

때는 벌써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학생 때 유럽 배낭여행을 준비하면서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던......

그리고 서로의 비밀과 오해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연인이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던 그곳, 피렌체 두오모 성당.

참으로 애틋하면서도 아련히 진한 여운을 남겼기에 배낭여행에선 소설책을 지니고 다니면서 이탈리아를 기억하고 또 새기곤 하였습니다.


그녀의 문체가 좋았습니다.

담담하기에 더없이 진한 여운을 남기는, 마치 에스프레소와 같다고 할까......

그래서 그녀의 작품을 하나 둘 찾아 읽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읽어보진 않았었습니다.

매번 읽어야지 다짐만 하다가 넘겨졌었나 봅니다.

그래서 이제야 만나게 되었습니다.

국내에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며 꾸준히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

도쿄 타워

 


세상에서 가장 슬픈 풍경은 비에 젖은 도쿄 타워이다.

트렁크 팬티에 흰 셔츠만 걸치고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면서, 코지마 토오루는 생각한다.

어째서일까. 젖어 있는 도쿄 타워를 보고 있으면 슬프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릴 때부터 쭉 그렇다. - page 9


돈, 자기 소유의 가게, 그리고 남편.

무엇이든 갖고 있는 엄마 친구 '시후미'.

그녀를 알게 된 건 2년 전, 토오루가 열일곱 살 때였습니다.

날씬한 팔다리에 풍성한 검은머리.

이국적인 외모를 지닌 그녀를 토오루는 사랑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를 보고 싶다고 만나고 싶다고 언제든 만날 수 있지는 않습니다.

그녀의 남편 몰래, 어머니 몰래 만나야했고 시후미의 시간이 날 때 기다려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기다림이 오히려 토오루에게는 행복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어머니가 읽다 내버려 둔 주부잡지를 훌훌 넘겨보면서, 토오루는 생각한다.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만, 기다리지 않는 시간보다 훨씬 행복하다. 시후미와 연결된 시간. 이곳에 시후미는 없지만 자신이 시후미에게 감싸여 있다고 느낀다. 지배당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page 122


언제나 그녀의 뒤에 있는 토오루.

용기를 내어 시후미에게 말을 건넵니다.

"함께 생활하지 않고 함께 살아간다는 조건,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토오루는 애써 느긋하게, 단어가 만족스럽게 울릴 수 있도록 신경 쓰며 그렇게 말했다. 시후미는 금세 눈썹을 치켜올린다.

"조건 같은 거 내세운 적 없어."

"아, 미안해요." - page 298


토오루의 학창시절 친구이자 그와는 정반대인,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의 '코우지'도 등장합니다.

그 역시도 연상인 여인 '키미코'와 사귀지만 토오루와 달리 동갑인 '유리'와도 사귑니다.

토오루는 키미코를 사랑하지만 오로지 그녀와의 잠자리에 더 초점을 맞추는, 그래서 언젠가 이 사랑이 끝날 거라고 알지만......

아슬아슬하게 자신의 부족한 사랑을 채우는 코우지의 모습은 활발한 성격이 더없이 가엾어 보이곤 하였습니다.

버리는 것은 이쪽이다, 라고 정해 놓았다. 그러나, 버리는 것은 언제나 아픔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코우지는 자기 방바닥에 드러우눠, 열린 창문으로 스며 들어오는 주택가 특유의 점심 냄새를 성가시게 느꼈다. - page 315


이들의 사랑......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았습니다.

끝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기에, 언젠간 상처로 남을 것임을 알기에......

"누구든 태어난 순간에는 상처 입는 일이 없어. 나, 그 점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예를 들어 어딘가 불편한 몸으로 태어나거나, 병약하거나, 몹쓸 부모를 만난다 해도, 녀석이 태어난 순간에는 아무 상처도 입지 않아. 인간이란 모두 완벽하게 상처 없이 태어나지, 굉장하지 않아? 그런데, 그 다음은 말야, 상처뿐이라고 할까, 죽을 때까지 상처는 늘어날 뿐이잖아, 누구라도."

토오루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처 주는 게 좋은 건 아니잖아."

코우지는 다시 입 끝을 움직여 웃었다. 그 웃음이 토오루는 어쩐지 딱해 보였다. 상처를 늘리고 있는 것은 코우지 쪽인 양. 코우지는 세 잔째 맥주를 주문한다.

"상처 주어도 좋다는 말이 아니잖아.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거야."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인다.

"누구든 상처 입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데도 상처 입는 것에 저항하는 거야, 여자들은." - page 348 ~ 349


토오루와 코우지.

그들의 모습은 마치 야경에 비에 젖은 도쿄 타워와도 같았습니다.


스무 살 소년들의 연상의 연인과의 위태로웠던 사랑 이야기.

결국 그 사랑의 모습은 이 문장과도 닮았습니다.

 


함께 살아가기에 행복하다는 이 말이 구슬프게 들려오는 것은 사랑 앞에 한없이 나약해지고 비참해진 그들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왠지 비 내리는 어둑어둑해진 해질 무렵.

창밖에 초라하게 서 있을 빨간 도쿄 타워를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과 함께 바라보게 될 때면 그들이 전한 이야기가 다시금 생각날 듯 합니다.

아련하게......그리고 애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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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탐정 오이카케 히나코 - JM북스
츠지도 유메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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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너무 귀여웠습니다.

알고보니 평소에는 덕질을 좋아하는 '여고생'이 사건만 터지면 '명탐정'이 된다는 설정이 흥미로웠습니다.

과연 짝사랑 열성팬인 '오이카케 히나코'의 사건 해결 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짝사랑 탐정 오이카케 히나코

 

오늘도 어김없이 '같이 쓰는 방' 안에서는 절대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사태가 터지고 말았다.

"우왓!" - page 7

첫 장면은 우리의 주인공 '히나코'와 방을 같이 쓰는 오빠 '쇼헤이'의 비명 아닌 비명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보고 또 봐도 적응이 안 되는 상황.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2, 3주에 한 번은 터지는 사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방 '인테리어 대격변'이 벌어지곤 합니다.

그것도 히나코가 좋아하는 꽃미남 남자 사진들이

우측에서나, 좌측에서나.

앞쪽에서나, 뒤쪽에서나.

위쪽에서나, 밑쪽에서나.

얼굴, 안면, 면상, 페이스...... 온갖, 모든 각도에서 찍은 똑같은 얼굴 몇 백 개가 뜨거운 시선을 쇼헤이에게 쏘아대고 있었다. - page 10

예전에는 히나코 책상 주변에만 있던 것이 점점 쇼헤이 쪽 공간까지 침범하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웃어넘길 수준을 한참 넘어선 지금.

그는 스스로에게 내뱉곤 합니다.

"내가 봐주니까 아주 갈 때까지 가는구나. 적당히 해라." - page 11

그리곤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사건의 중심엔 히나코가 좋아하는 연극배우, 스모 선수, 아역, 만화가, 나아가 수상마저 휘말리게 됩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사건의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 히나코.

과연 이 수상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히나코는 사건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각 사건마다 펼쳐지는 그녀의 탐정 이야기는 때론 대범하면서도 아기자기하여 읽으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해 주었습니다.


첫 사건을 해결하고 나서 히나코는 그토록 열혈히 좋아하던 상대에 대한 태도가 변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바로......


 


그 전까지는 범접할 수 없는, 멀리서 바라보고 그를 향해 마음을 주는, 마치 신과 같은 존재로 여기면서 '열성팬'으로써의 역할을 하지만 사건을 통해 자신이 사랑에 빠진 상대가 자신과 대등한 존재임을, 아니 가면을 쓴 존재였음을 알게 됨으로 공허히 돌아서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볼 때면 조금은 씁쓸한 마음마저 들곤 하였습니다.



마치 만화영화를 본 듯 마냥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팬'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요즘은 도가 지나친 일명 '사생팬'들이 있어서 그들의 스타가 곤혹스러움을 당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안타까움을 사기도 하는데......

히나코도 '팬'이라는 선에서 도를 넘을 듯 넘지 않기에 조금은 조마조마 하지만 결국은 미워할 수 없는, 한때 열성적이었던 팬으로 남았기에 귀여워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채로운 사람들에게 사랑이 빠지는 히나코.

과연 다음엔 누구에게 열성적으로 빠져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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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기 위해 오늘도 일하다 - 일과 생활이 조화로운 삶을 꿈꾸는 당신에게
오타키 준코 지음, 최윤영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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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까지는 남의 얘기로만 여겼습니다.

경력단절......

현실의 저에게도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했을 때 솔직히 회사의 눈치가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워낙 몸도 약했기에 힘겨웠지만 그보다 더 따가웠던 사회적 눈초리에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출산을 하고......

그래도 사회는 변화하고 다시 재취업이 될 줄 알았습니다.

사회초년생이 되기 위해 썼던 원서보다 더 많은 원서로 지원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한편으론 머리로 이해가 된다고 했지만 그렇게 지금은 단념 아닌 단념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되돌아보면 20대 때의 자존감과 30대가 된 저의 자존감의 차이는 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이도 들었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따가운 눈초리에 자꾸만 움츠러드는 어깨에 자존감은 내려놓음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나았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문구가 이끌렸습니다.

결혼, 출산, 육아로 끊임없이 벽에 부딪히며

자신감을 잃어가는 여성들에게 전하는

몸과 마음을 지키며 행복하게 오래 일하는 법

일을 다시 할꺼란 헛된 희망은 없지만 책을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굽혔던 내 자존감을 조금은 일으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책.

나로 살기 위해 오늘도 일하다

 


<들어가며>의 이야기를 읽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되었습니다.

일, 가정, 육아,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시간이나 자신의 건강과 타협하며 주위와 균형을 맞춘 딱 알맞은 '자리'를 찾는 것에 많은 여성이 고생하고 있다. - page 5

예전의, 아니 지금의 제 상황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원치않게 눈물이 흘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였습니다.

이 책은 여성스러움과 육아의 경험을 살려 보람 있게 일을 지속하고자 발버둥 쳐온 기록이기도 하다. 볼썽사나운 일이며 미숙한 일도 많았고(그야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그런데도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것, 경험할 수 있었던 게 진짜 일의 참맛이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제도로는 실현될 수 없는 것, 여성들 스스로가 바꾸어나가는 것과 나갈 수 있는 것. 어떻게 하면 자신의 몸도 돌보면서 자신과 주위 사람 모두 행복하게 보람 있는 일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까.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갈고닦아야 할까. 이런 것들을 나의 작은 이야기를 보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 page 6 ~ 7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


역시나 그녀도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결혼을 먼저 하고 입사한 회사에서는 '어차피 바로 그만두겠지'라는 시선.

"그만두지 않을 거예요. 평생 일할 거예요"라고 말하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세상의 가치관.

그녀의 소리없는 아우성은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일 이외에도 매일의 집안일 육아에 아이의 학교 행사 및 임원 일 등을 맡거나 부모를 병간호해야 하는 일이 더해지면서 정신없이 바빠진다. 갱년기에 가까워지면 몸 상태나 기분의 요동에 농락당하는 일도 자주 있어 여성의 심신이 받는 충격은 본인이 의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해진다.

어느 정도 노력해야 할지, 일에 중점을 둘지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더라도 누구에게든 공통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우선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키는 것'. 위를 지향하기 이전에 계속할 수 있는 일과 일하는 방식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page 29 ~ 30


'엄마'로써 일을 하면서 경력 단절 여성으로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다 겨우 들어간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기도 한 그녀.

하지만 기회는 우연찮게 다가왔습니다.

어느 날 잡담을 나누다 사장에게 "사이트를 만드는 것보다 허브를 사용한 건강보조식품이라도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하고 문득 생각난 것처럼 단순히 말했다. 그러자 당자아에 "오타키 씨가 해주는 겁니까?" 하는 예기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 page 81

그렇게 시작된 몇 개의 가는 실들이 이어져 결국 '사장'이라는 자리에 오른 그녀.


그녀 역시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그 중심엔 '여자'라는 이유.

그 이유 단 하나만으로도 세상의 벽은 참으로 높았습니다.

하지만 '여자'이기에 가능했던 일들을 찾게 되면서 세상 앞에 당당히 일어 선 그녀의 모습에 그동안 움츠려 있었던 저에게 꾸짖음과 함께 희망을 선사하곤 하였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들 중에서도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이 말을 직접 해 주었다면 폭풍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자'로 산다는 것.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결혼, 출산, 육아......

점점 '엄마'로써의 역할을 강요하면서 결국 '나'라는 존재가 사라진다는 걸......

그 위치에 들어서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나' 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지만 정작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에 또다시 나의 자존감은 고개를 숙이곤 합니다.

그래도......

이 책의 저자를 만나면서 조금은 '나'라는 존재도 되돌아보며 용기를, 희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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