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 모든 언어가 멈췄을 때- 음악 한 줄기가 남았다
이채훈 지음 / 혜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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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더 진한 감동을 받곤 합니다.

수만가지 말들이 아닌 음으로 전하는, 그 음표들을 따라 마음을 맡기고 나면 어느새 한결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에 세계 최정상 피아니스트들의 '방구석 콘서트'를 보면서 더없는 위로를 받았던 터라 '클래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책들 사이에서도 유독 이 책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이 문구 때문이었습니다.


음악이 이야기를 만나 만들어 내는 풍경

그 속에서 당신은 원하는 만큼 머물러도 좋다


음악과 이야기로 잠시나마 지친 내 영혼에게 쉼을 허락하고 싶었습니다.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이 책은 클래식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해설서가 아닙니다. 인생의 한 구비를 돌아온 지금, 제 삶을 풍요롭게 해 준 음악가들과의 만남, 그 축복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정리한 글들입니다. - page 6


음악을 사랑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

아마도 이 책을 읽고난 다음엔 그와 나,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져 마지막 장을 완성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해 보게 되었습니다.


7악장으로 이루어진 그의 이야기는 17세기 바로크 시대 음악가 비발디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비발디의 <사계> 중의 '봄'.

책 속의 QR코드를 찍고 잠시 음악을 감상 해 보았습니다.

악기가 내는 소리가 아닌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진 '카르멜'이 선사하는 '봄'.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책 속에는 작곡가의 노래마다 QR코드가 있기에 들으면서, 그리고 읽으면서 음악과 이야기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풍경 속에 독자들에게 잠시 휴식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클래식이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른 영화, 「아마데우스」.

영화 「아마데우스」는 평범한 음악가 살리에리가 본 천재 모차르트의 삶을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살리에리의 이 한 마디.

"왜 신은 자신의 도구로 저런 녀석을 선택했을까?"

모차르트에 대해 시기와 질투가 있었지만 결국은 궁정 사회의 요구에 순응하며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 등의 스승이자 선배로 이름을 남긴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은 아니고 저자는 이 영화에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작품이 아닌 곡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소년 살리에리가 성당에서 기도한 후 기적이 일어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장례 미사를 치르는 대목에서 흐르는 페르콜레시가 작곡한 <슬픔의 성모>.

음이 맑아서일까......

더없이 가슴 저미도록 아름답게 들리던 이 음악.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처절한 고통이 느껴져 음악의 마지막엔 숭고함마저 느껴졌습니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던 어머니, 그녀는 십자가에 매달린 아들을 보며 울부짖지조차 못했다. 극한의 슬픔, 현실에서는 체념할 수밖에 없지만 영원 속에 새겨져 한없이 빛나는 모성, 바로 성모 마리아의 마음이다. '내 육신이 죽을 때'에 이어 나오는, 끝부분의 '아멘'이 듣는 이의 눈물을 조용히 닦아준다. - page 52 ~53


책을 읽으면서 '베토벤'의 음악을 다시 듣기 시작하였습니다.

베토벤이 자기 음악을 듣게 될 후세의 인류에게 보내는 절절한 호소때문에......


"불행한 사람들이여! 한낱 그대와 같이 불행한 삶이, 온갖 타고난 장애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란 이름에 걸맞는 사람이 되고자 온 힘을 다했다는 것을 알고 위로를 받으라." - page 123


요즘같은 시국에 우리에게, 아니 저에게 전하는 메시지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작품 중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6악장으로 된 13번 현악4중주곡.

잠시 책을 덮고 그의 작품에 귀를 기울여보기도 하였습니다.


책을 통해 알게된, 조국의 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해 모든 걸 바쳤지만 끝내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채 눈을 감은 비운의 음악가 '윤이상'.

분단과 냉전의 기득권 체제가 한 인간의 삶을, 한 음악인의 음악을 억압했던 지난 날.

비록 고향으로 돌아오지는 못했지만 그가 남긴 음악에서 전한 메시지는 실로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음악은 특권자들을 위한 성찬 식탁 위의 금잔에 담긴 향내 나는 미주의 역할만 할 수는 없다. 음악은 때로는 깨어진 뚝배기 속에 선혈을 담아 폭군의 코앞에다 쳐들고 그 선혈을 화염으로 연소시키는 강한 정열을 뿜어야 한다." - page 328


7악장을 마치고 난 뒤.

잠시 책을 덮고도 헤어나오질 못하였습니다.

음악 속에서 전하고자 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책을 덮어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책을 펼쳐 음악과 함께 빠져들 것 같습니다.

음악 풍경 속으로의 여행......

또다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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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찌 잼 토스트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64
문지나 지음 / 북극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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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벚꽃들이 자신의 꽃잎을 흩날리며 봄이 지나감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작년 이 맘 때엔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흩날리는 벚꽃잎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는데......


아련히 지나가는 봄이 아쉽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다 이 그림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아련한 봄을 그림책과 함께 하려합니다.

버찌 잼 토스트

 


누군가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듯한 그의 모습......

책을 펼치니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겠네요.

그녀와 그의 이야기......

아이보다 어른인 제가 더 기대되었습니다.

 


'벚나무' 공원이라 그런지 벚꽃이 만개하였습니다.

그곳에서 토스트를 팔고 있는 우리의 주인공 '토토'.

오랫동안 이곳에서 토스트를 만들어 팔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름이 되었습니다.

여행가방을 끌고 있던 '모모'.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버찌를 따고 있네요.

그 모습을 바라보게 된 토토.

 


"전 버찌를 아주 좋아해요.

이렇게 멋진 곳에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모모는 매일 토토에게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며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습니다.

모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토토는 생각합니다.


'나도 모모처럼 넓은 세상을 여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여름이 끝나 갈 무렵 모모는 다시 떠나야 했습니다.

버찌만 남기고 떠난 모모.


하나둘 떨어지는 버찌.

그럴수록 토토는 모모가 그립기만 합니다.

그녀가 남긴 버찌를 바라보며 문득 버찌로 잼을 만들기로 합니다.

정말 달콤한 버찌 잼.


다음 날, 토토는 손님들에게 버찌 잼 토스트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손님들은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더 크게 웃습니다.


다시 찾아온 봄.

 


모모의 편지를 읽으며 약속한 여름에 돌아올 모모를 기다리며 새 버찌 잼을 만들기로 합니다.


하지만......

모모는 오로라를 보러 북쪽 얼음나라로 가게 되어 약속한 여름에 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자 토토도


"오로라가 너무 보고 싶어요..."


그의 진심을 알게 된 손님들.


이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 버렸습니다.


언제라도 돌아올 데가 있다는 걸 알면 힘이 날 거예요.


라는 이 한 마디가 자꾸만 가슴에 맺혀서......

그러자 아이도 놀란 듯이 저를 바라보며 살며시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엄마! 엄마 옆엔 내가 있으니까 힘내!"

이 순간만큼은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토토도 오로라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두 병의 버찌 잼은 가방에 넣고 떠난 그 발걸음에 과연 모모와는 만날 수 있을까......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책이었습니다.

달콤한 버찌 잼만큼이나 진한 여운이 남았던 『버찌 잼 토스트』.

그 맛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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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냐도르의 전설 에냐도르 시리즈 1
미라 발렌틴 지음, 한윤진 옮김 / 글루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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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의 외출이 말처럼 쉽지 않은 요즘.

그래서 새롭게 등장한 '방구석' 콘서트와 같은 집에서도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이번엔 '판타지 세계'로 떠나고 싶었습니다.

완전히 현실을 벗어난, 특히나 판타지 소설은 한 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몰입할 수 있기에 더없이 그 세계로의 여행이 고팠습니다.


네 종족의 왕자

서로 다른 야망

하나의 운명

오~!

벌써부터 흥미진진한 모험이 시작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조심스레 책장을 펼쳐들었습니다.

순간!

아~~~(책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중)

에냐도르의 전설

 


먼 옛날 인간은 에냐도르 대륙을 통치했다. 얼음처럼 차디찬 북부, 풍요로운 남부, 황량한 동부, 수산자원이 풍부한 서쪽 해안을 네 군주가 다스렸다. 그렇지만 대륙 전체를 지배하려는 욕망에 부푼 군주들은 후손에게 대륙의 통일을 요구했다. 더욱이 인간은 권력과 부를 점점 더 갈망하며 탐욕에 젖어 들었다. - page 9

 


역시나 인간의 욕심이 문제였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치게 된 그 어떤 마법사보다도 위대한 마력을 지닌 대마법사.

왕국으로 돌아온 동부의 왕은 아들에게 명을 내립니다.

"어서 슈튜름 산맥으로 올라가라. 그리고 대마법사를 찾아 어떻게 해서든 네게 큰 힘을 선사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러면 다른 왕국보다 훨씬 강력해진 우리 민족이 다른 왕국의 무릎을 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마법사가 네게 힘을 주는 대가로 무엇을 원하든 망설이지 말고 주거라." - page 9 ~ 10


동부의 왕자는 '드래곤'으로 화염과 돌풍으로 적군을 이겨내도록 변신시켰습니다.

그렇게 드래곤족은 마을과 도시를 정복하고, 농가의 수확물을 불태우며, 에냐도르 전 대륙을 공포와 경악으로 얼어붙게 하지 북부의 왕도 자신의 아들을 대마법사에게 보냅니다.

북부의 왕자는 드래곤보다 더 강한, 사악한 눈빛을 가진 '데몬'으로, 서부의 왕자는 데몬족을 이길 수 있는 '엘프'로 변신하게 됩니다.


그렇게 에냐도르 대륙의 종족 사이에는 끝 모를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드래곤은 엘프를, 엘프는 데몬을, 데몬은 드래곤을 공격하는 전쟁의 연속이었다. - page 13


그렇다면 남부를 통치하는 왕의 아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그는 대마법사를 찾아가 다른 왕국의 왕자들과는 달리 당장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재능이 사자리면 결국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고 말 거라는 이치를 깨닫게 됩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대마법사는 그에게 말합니다.

"넌 불굴의 의지와 깊은 감수성을 지녔으며, 먼저 찾아왔던 왕자들만큼이나 용모도 품위가 넘치는구나. 무엇보다도 그들과 달리 네게는 용기가 있다. 그것을 내게 주면 네 적들이 지닌 권능을 전부 주겠다. 그러면 넌 천하무적이 되겠지. 네가 드래곤, 데몬 그리고 엘프를 모조리 굴복시키고, 네 후손이 영원히 에냐도르를 지배하게 하리라." - page 14

아마 다른 왕자들은 이 사탕발린 말에 넘어갔겠지만 그는 오히려 검을 뽑아 그를 향합니다.

그러자 대마법사는 그의 귓속에 이 말을 남깁니다.

"네게 내가 소유한 마력 일부를 넘겨 주겠다. 이 마력을 다른 종족에게서 인간을 지키는 데 활용하라. 그리고 네 이성을 사용하라. 너와 네 후손 중 일부에게만 이어질 마력이지만, 그 이상은 절대 얻지 못할 것이다. 너를 찢어발기려는 타종족의 힘에 비하면 소소하겠지만, 네가 지닌 의지, 매력, 열정, 증오 그리고 용기와 결합하면 앞으로도 계속 인간이 생존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테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 그것으로 너 자신과 종족을 지켜라. 하지만 언젠가 이 싸움에 지치는 때가 오면 다시 나를 찾아 이곳으로 돌아오라." - page 15


일찌감치 인간은 엘프의 노예로 살았었고 계속되는 전쟁터에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고아로 태어나 양부모 밑에서 자라는 동안 양부모는 계획한 것처럼 자신의 아들 카이를 희생시키는 대신 트리스탄을 내세웠고 마침 트리스탄은 엘프들에게 선택되고 맙니다.

그는 오롯이 카이만 뚫어져라 응시했다. 비록 혈연관계도 아니고, 예전부터 지금까지 항상 위태롭게 다모클레스의 칼처럼 살았지만 그래도 진짜 형제 같은 사이였다. 지난밤 이별을 고하며 카이에게 했던 말이 다시 트리스탄의 입가에 소리 없이 흘러나왔다. "꼭 다시 만나자!" - page 24

벌어진 입가에서 새어나온 이 한 마디가 참으로 가슴 미어지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카이 대신 마법사로 나선 카이의 여동생 아그네스.


이렇게 포로 트리스탄과 아그네스, 그들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선 카이.

수많은 우여곡절 앞에서 그들은 죽음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카이를 향해 다가와 몸을 숙인 사람은 바로 트리스탄이었다! 그는 귀까지 입을 끌어당기며 씩 웃었다.

"우린 다시 만날 거라고 내가 약속하지 않았던가, 카이?" - page 541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가 더 궁금하였습니다.


참으로 인간의 욕심이란......

피의 전쟁으로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기에 이 모험의 끝엔 '희망'이 있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런 기대도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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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역사 - 책과 독서, 인류의 끝없는 갈망과 독서 편력의 서사시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정명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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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하기 시작하면서 '책'과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이 가는게 사실입니다.

작년에 '김영하' 작가가 <책의 운명>이란 주제로 국내부터 해외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책'의 과거에서부터 현재, 앞으로의 미래를 따라가면서 결국 이 모든 과정의 중심은 '독자'에게 있음을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이번엔 한 권의 책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문자, 책, 독서, 탐닉, 금기, 분류......

6000년간의 그 은밀한 역사를 추적하다!


독서의 역사

 


책을 읽는 이들의 모습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젊은 날의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성직자, 시인, 연인 등.

특히 한국의 독서가도 등장하였습니다.

7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팔만대장경 경판 하나를 뽑아 눈으로 열심히 읽고 있는 어느 스님의 모습.

순간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하였습니다.

많은 이들의 독서하는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저자의 시작은 이러했습니다.

이들 모두가 독서가다. 그들의 몸짓, 기술, 독서를 통해 얻는 기쁨과 책임감과 지식은 나의 그것과 똑같다. 그러므로 나는 외롭지 않다. - page 12


저자의 '읽는' 행위의 시작부터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글을 읽는다는 것.

책을 읽는다는 것.

결국은 나를 읽는다는 것.

그만큼 '읽는'다는 것의 중요성을 일러주었습니다.

어떤 대상이나 장소나 사건에서 해독 가능한 것들을 인지해 내는 것이 독서가 본인이라는 말이다. 하나의 기호 체계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판독해야 하는 사람도 독서가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어떤 존재이고 또 어디쯤 서 있는지를 살피려고 우리 자신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읽는다. 우리는 이해하기 위해, 아니면 이해의 단서를 얻기 위해 읽는다. 우리는 뭔가를 읽지 않고는 배겨 내지 못한다. 독서는 숨쉬는 행위만큼이나 필수적인 기능이라고 하겠다. - page 15


그리고 이어지는 독서 행위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특히나 소리 없는 독서, 즉 눈으로만 읽는 독서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 모습이기도 하기에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이 『우파니샤드』와 『팡세』를 포함하는 '성스런' 텍스트의 목록을 만들면서 강조했던 이야기.

"이런 모든 책들은 보편적 양심의 장엄한 표현이며 올해의 연감이나 오늘의 신문보다도 더 우리의 일상 목적에 부합된다. 그렇지만 그런 책들은 밀실에서 무릎을 굻은 자세로 읽어야 제격이다. 책과의 의사 소통은 입술과 혀 끝이 아니라 두 뺨의 홍조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받아들여지거나 보내지는 법니다." 침묵 속에서. - page 84

소리 없는 독서가 지닌 의미.

저자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리 없는 독서를 통해 비로소 독서가는 책과 단어와 아무런 제약이 없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단어들은 이제 더 이상 발음하는 데 시간을 자바아먹지 않아도 좋았다. 이제 단어는 정확히 판독되거나 아니면 반쯤 풀이된 채 은밀한 공간에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러면 독서가들은 사고하며 단어들을 느긋하게, 그리고 면밀히 검토하면서 거기서 새로운 개념을 끄집어내거나, 기억 속에 담긴 것들과 비교하거나, 아니면 함께 펼쳐 놓은 다른 책들과 비교할 수 있었다. 독서가는 소중한 단어들을 음미하고 또 음미할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텍스트 자체는 바쁘게 돌아가는 필사원에서든 시자아에서든 아니면 가정에서든 표지에 의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보호받게 되었고, 이에 따라 독서가 자신의 소유물이 되고 독서가 개인의 지식이 되었다. - page 80


대개 책을 읽을 때 '침실'에서, 잠들기 전에 읽곤 하였습니다.

아니, 아이를 키우는 저 역시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땐 주로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읽어주곤 하는데......

침대에서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침대 위에서 독서를 했던 이유.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침대에서 책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에는 오락 이외의 그 무엇이 있다. 바로 은밀함이다. 침대에서 책을 읽는 행위는 자기 중심적인 것으로, 절대 흔들림이 없고 세상에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으며 일상의 사회 전통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또 그런 책 읽기는 욕망과 죄스럽기까지 한 나태의 영역인 침대 시트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금지된 장난을 하는 듯한 스릴이 느껴지기도 한다. - page 226 ~ 227

알고나니 더없이 침대 위에서의 독서를 해야겠다고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요......


그 외에도 저자는 책의 형태에 대해, 작가, 번역가, 책 읽기와 미래 예언 등 다양한 '독서'에 대한 접근으로 많은 읽을거리를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책 속엔 따로 <독서가들의 연대표>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B.C. 4000년경 진흙 조각에 10마리의 염소와 양을 상징하는 기호를 새겨 넣음으로써 인류 최초의 독서가의 탄생부터 시작부터 이어진 독서가들의 연대는 아직도 진행형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제는 책의 형태가 다양해짐으로써 '독서'와 같은 행위도 많이 변화하였음에 일각에선 걱정 어린 시각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읽는' 행위는 계속될 것임을 알기에 앞으로 펼쳐질 독서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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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인문 산책 - 느리게 걷고 깊게 사유하는 길
윤재웅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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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뜻하지 않았던 집콕생활에 열심히 보는 프로그램이 생겼습니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세계 속 다양한 도시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역사와 문화, 삶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잠시나마 그곳으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기에 예전에는 잘 보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챙겨보기까지 합니다.


그러다 이 책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유럽의 작은 마을부터 대도시까지

건축과 문학, 시와 예술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

이번엔 국문학자와 함께 걸어서 유럽 속으로 떠나볼까 합니다.

유럽 인문 산책

 


폐허에서 피어오른 지성의 힘 '이탈리아'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가 대제국을 이루던 시절 그들은 도로를 튼튼하고 실용적으로 건설하기 위해 '돌길'을 만들었습니다.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랜 시간을 간직한 돌길을 바라보며 저자는 '신발'을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과 자연을 정감적으로 연결하는 흙길. 이에 반해 로마 돌길은 물류 신경망이지요. 개인의 느낌보다 물량과 속도가 중요합니다. 이 비정한 인프라 위를 맨발로 걸을 순 없습니다. 발과 돌 사이에, 육체와 대지 사이에, 중간지대가 있어야 합니다. 신발은 그런 숙명의 주인공입니다.

돌길과 신발. 우리가 가진 것 중 가장 낮은 것을 통해 로마의 문명을 생각합니다. - page 16

그렇게 제국의 찬란한 아이콘이지만 정복과 약탈의 상징이기도 한 돌길.

그 돌길 위에서 그의 유럽으로의 인문학적 사유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최고의 건축술과 예술 솜씨로 찬란했던 영광의 도시가 폐허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곳,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

그 폐허 속에서도 하얀 민들레, 파란 제비꽃, 붉은 양귀비 등의 봄풀과 꽃들을 바라보며 새로운 축복도 존재함을, 생명의 이치를 깨닫게 해 준 곳.

포르 로마노 팔라티노 폐허를 거닐다가 문득 발견한 풀꽃들. 변함없이 정확한 땅의 음악들. 색깔과 향기와 벌 나비 붕붕거리는 소리의 향연. 시인 정지용이 「향수」에서 노래한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같은 수수한 자태 뒤엔 또 얼마나 많은 풀씨, 꽃씨의 음표들이 태어나겠는지요. 찬란한 로마의 영광보다 작고 하잘것없는 생명이지만 세세생생 거듭해 살아가는 '오묘한 힘'입니다. - page 29

그렇게 이탈리아 돌길을 씁쓸히 거닐어 보았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살아가기 '프랑스'. 

미술과 패션의 도시.

음악가와 시인의 나라.

예술가들의 고향, 파리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로댕의 작품들이 있는 로댕 박물관.

조각품을 보면서 느낀 그의 이야기가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로댕박물관 정원에서 두 갈래의 길을 봅니다. 우골리노의 길과 칼레 시민의 길. 자기 한 몸 살려고 자손을 먹어치우는 사람. 모두를 살리려고 스스로 사형대에 나서는 사람. 결국 사람 속에 지옥의 길도 있고 천국의 길도 있습니다. 참담하고 고결한 두 갈래길. 알고 보면 우리 마음의 길이기도 합니다. - page 120


그리고 프랑스의 중심이자 파리의 씨방 같은 시테섬에 있는 유배 순교자 기념물.

2차 세계대전 때 국외로 추방되어 나치 수용소에서 희생된 프랑스 시민들의 넋을 기리는 공동묘지로 높게 솟아있는 콘크리트 벽이 그들의 아우성을 담고 있는 듯 하여 가슴 시리게 차가웠습니다.

질식할 듯한 침묵 속에 존재하는 이 곳에서 전한 그의 이야기.

그것은 정말 감각일까요? 아니면 심층무의식일까요? 검고 긴 통로 속에 묻혀 있는 영혼의 별들은 어두운 시간의 터널을 지나 지금 내게 다가옵니다. 서럽고 안타까운 목숨의 파도들이 이방 나그네의 가슴에도 밀려오는 겁니다. 함께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햇빛 밝은 거리에 나가 마주치는 사람들과 눈빛을 나누는 일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과도 함께 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에게도 그런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에 대한 기억이 내 삶인 겁니다. 나는 곧 당신입니다. - page 140


마지막으로 떠나게 된 세상의 모든 시가 태어나는 곳 '스페인'.

느리게 걷고 사유할 수 있는 그 길,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나를 만날 수 있는 그 길 위엔 '고독'이 있었습니다.

고독한 행인이, 가슴 절절하게 고독해본 티끌만이, 다른 티끌을 사랑하는 법입니다. - page 216

그렇게 자기의 고독 속 다른 티끌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이곳에서 저자가 전한 이야기가 요즘 사회적 거리로 서로 멀어져버린 우리에게 몸은 비록 멀어지더라도 마음만은 멀어지지 말라고 전하고 있었습니다.

인생의 목표가 아무리 근사해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작지만 쉬운 답을 찾았습니다.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 가까운 이웃 손잡아주기. 무얼 먼저 하든 괜찮습니다. 따뜻하면 됩니다. 나부터 따뜻해도 좋지만 상대를 따뜻하게 대해주면 나도 따뜻해집니다. 그러면 창백한 푸른 점이 점점 어두워져 아주 꺼져버리는 일은 없을 테지요. 비록 '햇빛 속에 떠도는 작은 먼지 천체'이지만 여전히 빛나는 별일 테지요. 다정하세요. 다정합시다! - page 218


그가 남긴 발자국에 살며시 내 발자국을 남겨봅니다.

참으로 많은 생각이 교차하였습니다.

떠나온 과거가, 지금이, 그리고 다가올 미래까지도......

그 속엔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에 생각을 더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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