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역사 - 책과 독서, 인류의 끝없는 갈망과 독서 편력의 서사시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정명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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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하기 시작하면서 '책'과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이 가는게 사실입니다.

작년에 '김영하' 작가가 <책의 운명>이란 주제로 국내부터 해외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책'의 과거에서부터 현재, 앞으로의 미래를 따라가면서 결국 이 모든 과정의 중심은 '독자'에게 있음을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이번엔 한 권의 책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문자, 책, 독서, 탐닉, 금기, 분류......

6000년간의 그 은밀한 역사를 추적하다!


독서의 역사

 


책을 읽는 이들의 모습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젊은 날의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성직자, 시인, 연인 등.

특히 한국의 독서가도 등장하였습니다.

7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팔만대장경 경판 하나를 뽑아 눈으로 열심히 읽고 있는 어느 스님의 모습.

순간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하였습니다.

많은 이들의 독서하는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저자의 시작은 이러했습니다.

이들 모두가 독서가다. 그들의 몸짓, 기술, 독서를 통해 얻는 기쁨과 책임감과 지식은 나의 그것과 똑같다. 그러므로 나는 외롭지 않다. - page 12


저자의 '읽는' 행위의 시작부터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글을 읽는다는 것.

책을 읽는다는 것.

결국은 나를 읽는다는 것.

그만큼 '읽는'다는 것의 중요성을 일러주었습니다.

어떤 대상이나 장소나 사건에서 해독 가능한 것들을 인지해 내는 것이 독서가 본인이라는 말이다. 하나의 기호 체계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판독해야 하는 사람도 독서가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어떤 존재이고 또 어디쯤 서 있는지를 살피려고 우리 자신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읽는다. 우리는 이해하기 위해, 아니면 이해의 단서를 얻기 위해 읽는다. 우리는 뭔가를 읽지 않고는 배겨 내지 못한다. 독서는 숨쉬는 행위만큼이나 필수적인 기능이라고 하겠다. - page 15


그리고 이어지는 독서 행위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특히나 소리 없는 독서, 즉 눈으로만 읽는 독서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 모습이기도 하기에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이 『우파니샤드』와 『팡세』를 포함하는 '성스런' 텍스트의 목록을 만들면서 강조했던 이야기.

"이런 모든 책들은 보편적 양심의 장엄한 표현이며 올해의 연감이나 오늘의 신문보다도 더 우리의 일상 목적에 부합된다. 그렇지만 그런 책들은 밀실에서 무릎을 굻은 자세로 읽어야 제격이다. 책과의 의사 소통은 입술과 혀 끝이 아니라 두 뺨의 홍조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받아들여지거나 보내지는 법니다." 침묵 속에서. - page 84

소리 없는 독서가 지닌 의미.

저자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리 없는 독서를 통해 비로소 독서가는 책과 단어와 아무런 제약이 없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단어들은 이제 더 이상 발음하는 데 시간을 자바아먹지 않아도 좋았다. 이제 단어는 정확히 판독되거나 아니면 반쯤 풀이된 채 은밀한 공간에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러면 독서가들은 사고하며 단어들을 느긋하게, 그리고 면밀히 검토하면서 거기서 새로운 개념을 끄집어내거나, 기억 속에 담긴 것들과 비교하거나, 아니면 함께 펼쳐 놓은 다른 책들과 비교할 수 있었다. 독서가는 소중한 단어들을 음미하고 또 음미할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텍스트 자체는 바쁘게 돌아가는 필사원에서든 시자아에서든 아니면 가정에서든 표지에 의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보호받게 되었고, 이에 따라 독서가 자신의 소유물이 되고 독서가 개인의 지식이 되었다. - page 80


대개 책을 읽을 때 '침실'에서, 잠들기 전에 읽곤 하였습니다.

아니, 아이를 키우는 저 역시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땐 주로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읽어주곤 하는데......

침대에서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침대 위에서 독서를 했던 이유.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침대에서 책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에는 오락 이외의 그 무엇이 있다. 바로 은밀함이다. 침대에서 책을 읽는 행위는 자기 중심적인 것으로, 절대 흔들림이 없고 세상에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으며 일상의 사회 전통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또 그런 책 읽기는 욕망과 죄스럽기까지 한 나태의 영역인 침대 시트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금지된 장난을 하는 듯한 스릴이 느껴지기도 한다. - page 226 ~ 227

알고나니 더없이 침대 위에서의 독서를 해야겠다고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요......


그 외에도 저자는 책의 형태에 대해, 작가, 번역가, 책 읽기와 미래 예언 등 다양한 '독서'에 대한 접근으로 많은 읽을거리를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책 속엔 따로 <독서가들의 연대표>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B.C. 4000년경 진흙 조각에 10마리의 염소와 양을 상징하는 기호를 새겨 넣음으로써 인류 최초의 독서가의 탄생부터 시작부터 이어진 독서가들의 연대는 아직도 진행형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제는 책의 형태가 다양해짐으로써 '독서'와 같은 행위도 많이 변화하였음에 일각에선 걱정 어린 시각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읽는' 행위는 계속될 것임을 알기에 앞으로 펼쳐질 독서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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