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명화로 보는 셰익스피어 - 베스트 컬렉션 5대 희극 5대 비극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은경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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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대명사?'라고 물으면 누구나 쉽게 대답을 할 것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란 명대사는 누가 외쳤는가?라고 물으면 이 역시도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햄릿'

 

이렇게 우리에겐 너무나도 친숙한 작품을 쓴 이가 바로 '셰익스피어'입니다.

세계 최고의 극작가답게 희곡작품들이 있는데 이 책에선 4대 비극-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과 5대 희극-베니스의 상인, 한여름밤의 꿈, 말괄량이 길들이기, 십이야, 뜻대로 하세요- 그리고 비극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포함하여 5대 비극 5대 희극을 명화와 함께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은유의 힘으로 직유의 현실을 꿰뚫는 희곡세계

 

한눈에 명화로 보는 셰익스피어

 

 

맨 처음에 만나게 된 작품은 <햄릿>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찾아 읽었었기에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햄릿>이라고 하면 이 명화.

빠지면 서운할 이 작품이 역시나 이 책에서도 두 페이지에 걸쳐 선명하게 펼쳐져 있기에 한동안 작품만을 감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매 장면마다 명화들이 등장하여서 책을 읽으면서 마치 '스틸 컷'으로 글이 이미지화되어 머릿속엔 한 편의 영화가, 연극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희곡 작품이기에 대본으로 나와 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선 소설 형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다가 중요한 장면에서는 대본 형식으로 나와 있어 부담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희곡 작품인데 대부분을 이야기 형식으로 진행하다 보면 희곡만이 줄 수 있는 그 느낌을 얻을 수 없음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한 권으로 10편의 작품을 담기 위해선 내용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음을 알지만 기-승-전-결에서 기승전까지는 어느 정도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었는데 결은 너무나도 성급하게 끝난 느낌이랄까...

만약 작품을 처음 접하는 이에겐 읽고 나서 살짝 갸우뚱할 수 있음에 아쉬움이 남곤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

명화와 명작의 감동을 한 번에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진한 감동...

정말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잠시 멈춰서 감동의 여운을 즐긴 후에서야 비로소 다음 작품을 온전히 마음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셰익스피어는 이야기를 통해 접근하고자 했기에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색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셀로 : 잠깐만, 한두 마디만 하겠소. 난 정부에 공헌이 좀 있고 그들도 아는바요. 그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소. 그러나 당신이 보고서를 작성할 때 이 사태를 있는 그대로 말해 주길 바라오. 정상 참작에 대한 말은 꺼내지도 말고 악의를 가지고 적지도 말아주길 바라오. 현명하진 못했지만 혼신을 다 해 아내를 사랑한 사람을, 쉽게  질투하진 않지만 일단 빠지면 극도로 혼란되는 사람을, 자기 손으로 자기네 부족보다 더 값진 진주를 던져버린 비천한 인디언과 같은 사람을, 부드러운 분위기에 익숙하진 않지만 차분히 가라앉은 두 눈에서 눈물을 미르라나무가 약용 진액을 흘리듯이 줄줄 쏟아내는 사람을 말해야만 할 것이오. 그런 다음 덧붙여, 오래 전에 알레포에서 머리에 터번 두른 악랄한 터키 놈이 베니스인을 무자비하게 폭행을 가하면서 이 나라를 욕했을 때 내가 그 할례한 개자식의 목을 잡아 찔렀다고 하시오. 이렇게. - page 289

 

이 책을 읽으면서 앞서 저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나와 같은 희로애락과 선하고 악한 감정이 난무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연극 속 그들과 다시 만나 <한여름밤의 꿈>만 같던 우리네 삶에 관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시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뜻대로 하세요>에서 로잘린드가 환한 미소로 들려주던 말로 우리의 꿈같은 여행을 마무리하도록 하자.

"그러니까 여러분, 잘 사세요."

 

비극 후 희극을 보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희망'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것도 봄이 다가오는 요즘에, 조금씩 우리의 일상이 다가오는 요즘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만나게 되어 저에겐 나름 의미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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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파헤쳐 도도새의 탐정 일기 - 멸종 위기 동물의 미스터리 북극곰 궁금해 8
닉 크럼턴 지음, 롭 호지슨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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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한파, 긴 장마, 바이러스...

이런 자연재해로 인해 우리가 피해를 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의 이기로 자연을 파괴했기에 일어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환경'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하였습니다.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지금의 우리가 깨어있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경각심을 깨워주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아이들에게도 일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기에 관련 책을 찾아보다가 너무나 귀여운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멸종 위기 동물의 미스터리

 

다파헤쳐 도도새의 탐정 일기

 

 

멸종 위기, 실종, 공개 수배.

이들을 찾을 세계 최고의 명탐정 '다파헤쳐' 도도새.

 

 

이제부터 그를 도와 사라진 동물들을 찾으러 가 보았습니다.

 

이번에 찾을 동물 친구들.

아이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어? 코끼리랑 코뿔소는 동물원에 가면 있는데..."

"아~ 그 친구들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이야!"

"생긴 게 똑같은데..."

"생긴 게 비슷하더라도 저마다 이름을 가지고 있어!"

"그래?"

 

솔직히 저도 처음엔 '어?'하고 의아했지만 이름들을 보니 생소한 이름에 이들은 어쩌다 사라지게 된 건지 궁금하였습니다. 

 

 

첫 장엔 '도도새'가 등장하였습니다.

우리의 명탐정이기도 한 도도새.

하지만 이들은 1662년 더 이상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가...

 

정말 기분 나쁜 일이 있었어. 모리셔스에 오는 선원들이

도도새 고기가 무슨 맛인지 알고 싶어 했다는 거야!

무슨 맛이냐고? 솔직히 별로 맛있진 않아. 그런데 선원들은

우리 고모랑 삼촌이랑 사촌 들을 잡아먹었어.

 

처음엔 이 이야기를 아이에게 읽어주는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하지만 동물들이 사라진 이유가...

 

그들의 터전을 인간들에 의해 잃어버려서.

그들을 맛보기 위해서.

 

였기에, 이건 우리 인간의 이기로 인해서 일어난 일이기에 잔인하고도 창피한 일이지만 아이에게 일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는 나오는 동물들마다 이름을 외치면서

"미안해!"

라고 외치는데 이 외침이 어찌나 가슴 아리게 다가오는지...

 

봄이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개굴 개굴~"

이제는 듣기 힘든 이 소리.

 

 

왜 멸종되었을까?

바로 '흔한 골칫덩어리'인 '인간'이었습니다.

정말이지...

 

멸종된 동물들뿐만 아니라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도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육지 동물과 해양 동물.

 

이들이 우리와 함께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마지막에 아이와 함께 문제와 해결책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우리 아이는

"엄마! 난 장난감을 조금만 살꺼야!"

라고 외쳤는데 정말 지킬 수 있을지...

 

이 그림책을 7살인 아이가 이해하기엔 조금은 어려워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는 더 이상 동물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곤 하였습니다.

동물들과 아이가 함께 웃으며 있는 모습이...

이 마음이 오래가기를 바라며, 이 모습이 오래가기를 바라며 아이의 그림을 우리 모두가 잘 보이도록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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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오브 걸스 - 강렬하고 관능적인, 결국엔 거대한 사랑 이야기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아리(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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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작가의 이름​만으로 읽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번 소설이 그랬습니다.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란 이름만으로 이 소설은 읽고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전작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느낌을 알기에 이 소설도 그렇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지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도발적인 신작

 

이 '도발적인'이란 단어에 더 호기심이 자극되어버렸습니다.

 

"모두 젊었고, 모두 불안했으며,

나는 그 모두를 사랑했다"

 

시티 오브 걸스

 

 

뉴욕, 2010년 4월

 

그의 딸에게서 편지를 받게 됩니다.

안젤라.

 

안젤라와 직접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건 이때가 세 번째였습니다.

첫 번째는 1971년, 안젤라의 웨딩드레스를 만들어주었을 때.

두 번째는 1977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그리고 세 번째 2010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편지의 마지막 질문이 비비안이 과거로부터 회상을 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비비안, 엄마도 돌아가셨으니 이제 당신이 아버지에게 어떤 분이셨는지 편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 page 10

 

1940년 여름, 열아홉 살 얼간이

 

비비안의 회상은 대학생일 때로 돌아가게 됩니다.

공부보단 외모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

배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기에 공부로 바쁜 것보다는 노느라 무척이나 바빴던 비비안은 362명의 잘 나가는 바삿녀들 중 361등을 차지하게 되고 이 사실에 기겁을 한 부모님은 그녀를 뉴욕에서 극단을 운영하는 페그 고모에게 보냅니다.

 

뉴욕과의 만남.

이건 누구나 평생 한 번만 누릴 수 있는 대단한 경험이었습니다.

지금의 뉴욕 역시도 '화려함'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때도 뉴욕의 밤은 화려하고도 뜨거웠습니다.

물 만난 물고기인 비비안.

그녀는 젊었고, 화려했고, 뜨겁게 뉴욕에서의 생활을 즐기게 됩니다.

 

그렇고 점점 타오르는 불꽃은 꺼지지 않을 거라 여기지만...

조금씩 타들어가는 심지는 그 끝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뉴욕이라는 도시에 짜릿하게 감전되어 걷는다기보단 날아다녔다.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않았다. 다만 강렬한 무언가를 끊임없이 열망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놓쳤다. - page 122

 

인생 그래프의 정점에서 꺾이기 시작할 무렵은 마침 2차 세계대전의 시기와도 맞물리게 됩니다.

황폐해지기 시작한 도시는 그녀의 삶은 슬픔과 아픔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조금씩 그 자리에 '성숙'이라는 꽃이 자라나기 시작하면서 '좋은 사람', '진정한 어른'으로 피어나게 됩니다.

 

전쟁 덕분에 나는 알게 되었다. 삶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기 대문에 살아 있는 동안 기꺼이 즐기고 모험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 사건 이후로 내가 좋은 여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내 진짜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좋은 여자는 아닐지 몰라도 충분히 좋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욕구는 욕구였다. 그래서 나는 진정 원하는 것을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즐겁게 만들 방법들을 찾아 나섰다. 결혼한 남자만 건드리지 않는 한 내가 해를 끼칠 사람은 없었다.

어쨌든, 여자들은 살면서 부끄러워하는 게 지긋지긋해지는 때가 온다.

그제야 비로소 그녀는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 - page 465

 

그리고 나서 안젤라에게 보내는 비비안의 편지.

 

 

안젤라에겐 전한 그녀의 이야기.

한 여인의 강렬하지만 아련한 아쉬움이 남는 건 나만의 느낌인 것일까...

 

이 소설에서 비비안이 안젤라에게, 아니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아마 이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안젤라, 어렸을 때 우리는 시간이 상처를 치유해주고 결국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거라고 착각하기 쉽단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한 가지 슬픈 진실을 배우게 되지. 어떤 문제들은 결코 해결되지 못한다는 것. 바로잡을 수 없는 실수도 있다는 것.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말이야.

살다 보니 그것이 가장 값비싼 교훈이었다.

어느 나이가 되면 우리는, 비밀과 부끄러움과 슬픔과 치유되지 않은 오랜 상처로 이루어진 몸뚱이로 이 세상을 부유하게 된다. 그 모든 고통에 심장이 쥐어짜듯 아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살아간단다. - page 424 ~ 425

 

너무나 화려하게 빛났기에 그 빛이 순식간에 사라짐을 볼 수 있어 아쉽다기보단 씁쓸하다고 해야 할까...

마치 초콜릿인데 카카오 함량이 99%인 초콜릿을 먹은 느낌...

 

솔직히 처음엔 비비안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점점 그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인생과도 닮은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란 생각도 해 봅니다.

 

역시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작품은 우리에게 인생의 깨달음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또다시 그녀의 새 작품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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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이루는 완벽한 방법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0
바바라 오코너 지음, 이은선 옮김 / 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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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우리에게도 너무나도 친숙한 소설이자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습니다.

소설의 저자 '바바라 오코너'.

'최고의 가족소설 작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가난와 부서진 가족' 혹은 '외롭고 소외된 청춘'이라는 지극히 무거운 주제를 시종일관 위트와 유머, 천진난만함으로 이끌어가는 그녀가 8년 만의 또다시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걱정 마, 소원은 이루어질 테니까!

 

소원을 이루는 완벽한 방법

 

 

열한 살 소녀 '찰리'.

툭하면 싸움을 벌여서 별명이 쌈닭인 아빠를 닮아 싸움을 좋아하는 그녀.

그녀가 여기 노스캐롤라이나의 콜비에 있는 이유는 싸움을 좋아하는 쌈닭이 또다시 교도소 신세를 지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우울증에 걸려 하루 종일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는 엄마.

사회복지사는 이 상황을 바라보며 이야기합니다.

 

"너에게는 안정적인 가정 환경이 필요해." - page 10

 

그렇게 찰리는 아이가 없는 버서 이모와 거스 이모부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외딴 시골 마을.

촌닭과도 같은 이들과의 학교생활.

그리고...

절뚝.

절뚝.

절뚝.

절뚝.

위아래로 절뚝절뚝 걷는 빨간 머리의 '하워드 오덤'은 이제부터 찰리의 책가방 짝꿍이라며 유일하게 그녀 곁에 다가와 말을 걸어줍니다.

 

찰리는 매일 혼자만의 소원을 빕니다.

11시 11분 정각에 시계를 봤을 때, 1센트짜리 동전을 주웠을 때, 블루베리 파이의 뾰족한 끝부분을 먹을 때 등.

아홉 살 때부터 시작한 이 소원을 비는 행위는 언제쯤이면 이루어질지...

 

그러던 어느 날.

하워드와 이야기를 하던 중 귀가 축 늘어지고 갈색과 검은색이 섞인 개가 숲 근처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천천히 한 발짝 다가가자 녀석이 꼬리를 살짝 두 번 흔드는 것입니다.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친구야, 안녕." - page 59

 

바로 그 순간 자동차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바람에 개는 숲속으로 쏜살같이 달아나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떠돌이 개에게도 동질감을 느낀 찰리.

 

"쟤 이름은 위시본(닭의 목과 가슴 사이에 있는 V자 모양의 뼈. 이것의 양 끝을 두 사람이 잡고 서로 잡아당겨 긴 쪽을 갖게 된 사람이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해서 '소원 뼈'라는 뜻을 가진 이런 이름이 붙었다 - 옮긴이)이야."

...

"내가 잡을 거야."

...

"그런 다음 목욕을 시키고 진드기를 없애고 재주를 가르치고 내 침대에서 같이 잘 거야." - page 60

 

찰리는 무사히 위시본을 가족으로 맞을 수 있을까?

 

아마도 찰리와 위시본의 만남은 운명이었을 것입니다.

고양이가 아닌 강아지와의 만남은 그동안 외로웠던 자신에게, 사랑이 고팠던 자신에게 기적과도 같은 선물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이모에게서 저 역시도 배우게 됩니다.

 

내가 아이를 다그칠 때도 그랬고 나 자신에게도 그랬던...

저지른 잘못을 기준이었음에 반성하고 또 반성합니다.

 

찰리는 싸움을 좋아한다고 했지만 막상 그녀를 만나보면 마음씨가 고운 착한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가 까칠해진 건 싸움을 즐기던 아빠로 인해, 우울증으로 가족을 등한시하는 엄마로 인해 부모로부터 받을 수 있는 사랑을, 가족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안정감과 행복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찰리가 조금씩 상처가 치유되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게 되니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더없이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인지, 그리고 어떤 '가족'을 만들어주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나로 인해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아이와 함께 서로 채워가며 가족, 진정한 가족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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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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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면 참...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부정부패를 저질러서 카메라 앞에,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고위 간부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형량은 여느 소매치기범처럼 가볍거나 보석으로 풀리는 것이 대부분.

그것도 아니면 휠체어를 타고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하루 사이에 환자가 되어 법 사이를 빠져나가는 이들...

그래서 가끔 그들이 죄를 지어서 잡히게 되면 '어차피 풀어줄 걸 왜 잡는지...?'란 의문마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구는 사이다 같은 발언이었습니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인데 당연하지 않은 현실.

과연 소설 속에서는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였습니다.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자, 침묵하는 양심이 독이 되어 돌아온다.


집행관들


 


"나...... 동식이야...... 허, 동, 식." - page 9


낯설고 생소한 이름이었습니다.


"대동고등학교 3학년 3반!" - page 9


아마도 서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그를 본 적이 없기에 까맣게 잊힌 이름.

그런 그가 뜬금없이 자신의 대학교 앞 카페에 있다는 한 마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분명 뭣 좀 팔아먹거나 돈 몇 푼 꿔달라거나 그것 말고는 딱히 올 이유가 없었습니다.


"실은 부탁이 있어서 왔다."

허동식은 희멀건 낯짝을 탁자 앞으로 쑥 내밀었다. 그러고는 카페 안을 휘휘 두리번거렸다. 그의 두 눈에 원인 모를 경계심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카페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짧은 커트 머리 여자는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있었다.

"노창룡 자료가 좀 필요한데......"

"누구?"

"해방 전에 고등계 형사를 지낸...... 네가 지난봄에 칼럼에도 썼잖아." - page 12


삼일절을 앞두고 한 신문사의 청탁을 받아 노창룡에 관한 칼럼을 썼던 그, 최주호.

25년 만에 불쑥 찾아온 고교 동창은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친일파 자료, 그리고 암호처럼 툭 내던진 알 수 없는 말들을 남기고 떠나버립니다.

과연 그는 친일파 자료를 부탁하여고 온 걸까...?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수위실에 웬 꼬마가 찾아왔다는데요." - page 19


김 조교의 말에 최주호는 아이가 있는 쪽으로 다가갑니다.

그런데 아이는 누군가 봉투를 전해주라고 시켰다며 자신에게 봉투를 건네는데 그 속엔 낯익은 제목의 칼럼이 보였습니다.

 


뭔가 예사롭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때 낯선 번호의 전화가 걸려오고...


"어제 미처 말하지 못한 게 있어서......"

하마터면 그의 부탁을 그냥 지나칠 뻔했다. 칼럼 쓰는 데 집중하느라 노창룡을 까맣게 잊었다. 그의 수상한 방문도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노창룡이 사용하던 고문 자료도 부탁한다."

"고문 자료?"

"그래. 물고문이나 전기고문 같은 거 있잖아." - page 22


정말 터무니없는 부탁을 하고 끊어버리는 허동식.

그래도 자료들을 찾아 넘겨준 최주호.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까...

노창룡의 사건이 인터넷에 떠들썩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노 씨가 살해되기 직전까지 장시간 고문을 받았고 그 고문은 노창룡이 친일 행각. 일제 고등계 형사들이 자행했던 고문 수법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뭔가 기이한 음모가, 자신만 모른 채 은밀히 진행되고 있는 느낌인... 우연이 아닌 이 사건...

도대체 허동식은 그에게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친일파의 죽음이라 하더라도 검찰 쪽에서는 범죄자를 잡아야 하기에...

문 검사장은 우경준에게 조용히 불러내 이야기를 합니다.


"자넬 보자고 한 건 다름이 아니고......"

그는 바지 뒷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신문지를 꺼내 펼쳤다. 「경찰이 풀어야 할 다섯 가지 의혹」, 「CCTV를 무용지물로 만든 완벽한 범행」...... 커다란 고딕체 기사 제목이 한눈에 들어왔다.

"노창룡의 조카가 고검장님인 건 알고 있나?"

"그렇습니다."

"그럼 됐네. 더 말해 뭣하겠나." - page 49


노창룡의 사건을 맡게 된 우경준.

사건을 들여다볼수록 이보다 더 전문가들이 따로 없습니다.

이 사건의 범죄자들은 누구일까...?


사건은 노창룡의 죽음을 시작으로 부정부패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은 이들이 하나 둘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그들은 진정한 '집행관들'이라 할 수 있을지...

소설은 우리에게 일침의 목소리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저도 이 소설의 첫 사건이었던 '노창룡 사건'을 보며 이 이야기로 잠시 생각에 잠기곤 하였습니다.

 


애국지사와 민주인사를 탄압하고 유린했던 친일파들.

이들의 세력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 그럼에도 우리는 죄를 묻기보다는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 옳은 일인지...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는 이 말이...

저에겐 울림으로 남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인상적이었던 이야기.


"무슨 일을 꾸미는 건지 말해 봐. 아무런 명분도 없이 그런 일을 할 수는 없잖아."

"명분은 없어. 우린 집행관으로서 역할을 할 뿐이야."

"집행관?"

"그래. 법을 집행하는 집행관."

"그게 사람을 고문하고 형벌로 다스리는 건가?"

"그것도 집행의 한 방법이지."

"그래서 얻고자 하는 게 뭔데?"

"......"

"법은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겠다는 건가? 아니면 그렇게 해서라도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시켜주겠다는 건가?"

"좋을 대로 생각해."

"이해가 안 가는군......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

유람선은 물살을 가르며 선착장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난 세상을 바꾸려는 게 아니야. 불타는 정의감 때문도 아니지. 그런 건 나와는 맞지 않아."

"그럼, 대체 이유가 뭐야?"

"굳이 말하자면...... 우리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어. 분노를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들......" - page 159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게 심판받아야 함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았기에 뜨거운 심장을 갖고 분노를 표출했던 이들, 집행관들.

그들의 손에 묻은 피를 보며 그들에게 죄를 묻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에 대해 책장을 덮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선뜻 답을 내리지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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