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오브 걸스 - 강렬하고 관능적인, 결국엔 거대한 사랑 이야기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아리(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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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작가의 이름​만으로 읽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번 소설이 그랬습니다.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란 이름만으로 이 소설은 읽고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전작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느낌을 알기에 이 소설도 그렇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지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도발적인 신작

 

이 '도발적인'이란 단어에 더 호기심이 자극되어버렸습니다.

 

"모두 젊었고, 모두 불안했으며,

나는 그 모두를 사랑했다"

 

시티 오브 걸스

 

 

뉴욕, 2010년 4월

 

그의 딸에게서 편지를 받게 됩니다.

안젤라.

 

안젤라와 직접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건 이때가 세 번째였습니다.

첫 번째는 1971년, 안젤라의 웨딩드레스를 만들어주었을 때.

두 번째는 1977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그리고 세 번째 2010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편지의 마지막 질문이 비비안이 과거로부터 회상을 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비비안, 엄마도 돌아가셨으니 이제 당신이 아버지에게 어떤 분이셨는지 편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 page 10

 

1940년 여름, 열아홉 살 얼간이

 

비비안의 회상은 대학생일 때로 돌아가게 됩니다.

공부보단 외모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

배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기에 공부로 바쁜 것보다는 노느라 무척이나 바빴던 비비안은 362명의 잘 나가는 바삿녀들 중 361등을 차지하게 되고 이 사실에 기겁을 한 부모님은 그녀를 뉴욕에서 극단을 운영하는 페그 고모에게 보냅니다.

 

뉴욕과의 만남.

이건 누구나 평생 한 번만 누릴 수 있는 대단한 경험이었습니다.

지금의 뉴욕 역시도 '화려함'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때도 뉴욕의 밤은 화려하고도 뜨거웠습니다.

물 만난 물고기인 비비안.

그녀는 젊었고, 화려했고, 뜨겁게 뉴욕에서의 생활을 즐기게 됩니다.

 

그렇고 점점 타오르는 불꽃은 꺼지지 않을 거라 여기지만...

조금씩 타들어가는 심지는 그 끝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뉴욕이라는 도시에 짜릿하게 감전되어 걷는다기보단 날아다녔다.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않았다. 다만 강렬한 무언가를 끊임없이 열망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놓쳤다. - page 122

 

인생 그래프의 정점에서 꺾이기 시작할 무렵은 마침 2차 세계대전의 시기와도 맞물리게 됩니다.

황폐해지기 시작한 도시는 그녀의 삶은 슬픔과 아픔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조금씩 그 자리에 '성숙'이라는 꽃이 자라나기 시작하면서 '좋은 사람', '진정한 어른'으로 피어나게 됩니다.

 

전쟁 덕분에 나는 알게 되었다. 삶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기 대문에 살아 있는 동안 기꺼이 즐기고 모험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 사건 이후로 내가 좋은 여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내 진짜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좋은 여자는 아닐지 몰라도 충분히 좋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욕구는 욕구였다. 그래서 나는 진정 원하는 것을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즐겁게 만들 방법들을 찾아 나섰다. 결혼한 남자만 건드리지 않는 한 내가 해를 끼칠 사람은 없었다.

어쨌든, 여자들은 살면서 부끄러워하는 게 지긋지긋해지는 때가 온다.

그제야 비로소 그녀는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 - page 465

 

그리고 나서 안젤라에게 보내는 비비안의 편지.

 

 

안젤라에겐 전한 그녀의 이야기.

한 여인의 강렬하지만 아련한 아쉬움이 남는 건 나만의 느낌인 것일까...

 

이 소설에서 비비안이 안젤라에게, 아니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아마 이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안젤라, 어렸을 때 우리는 시간이 상처를 치유해주고 결국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거라고 착각하기 쉽단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한 가지 슬픈 진실을 배우게 되지. 어떤 문제들은 결코 해결되지 못한다는 것. 바로잡을 수 없는 실수도 있다는 것.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말이야.

살다 보니 그것이 가장 값비싼 교훈이었다.

어느 나이가 되면 우리는, 비밀과 부끄러움과 슬픔과 치유되지 않은 오랜 상처로 이루어진 몸뚱이로 이 세상을 부유하게 된다. 그 모든 고통에 심장이 쥐어짜듯 아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살아간단다. - page 424 ~ 425

 

너무나 화려하게 빛났기에 그 빛이 순식간에 사라짐을 볼 수 있어 아쉽다기보단 씁쓸하다고 해야 할까...

마치 초콜릿인데 카카오 함량이 99%인 초콜릿을 먹은 느낌...

 

솔직히 처음엔 비비안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점점 그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인생과도 닮은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란 생각도 해 봅니다.

 

역시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작품은 우리에게 인생의 깨달음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또다시 그녀의 새 작품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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