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조각 (겨울 한정 스페셜 에디션) - 불완전해서 소중한 것들을 위한 기록, 개정 증보판
하현 지음 / 빌리버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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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봄바람이 불고 있는 요즘.

그럼에도 아직 가슴 한 켠은 시리곤 합니다.

완연히 저에겐 봄이 오지 않았기 때문인지...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따스한 온기가 담긴 에세이를 읽어보려고 찾던 중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안전한 시절 속에서

끊임없이 차고 기우는 달을 바라보며 했던 생각들"

 

머리보다 가슴이 끌렸던 걸 보면 아마도 허전한 마음을 채울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지...

 

깜깜한 밤 하늘에 홀로 아련히 빛을 내며 가만히 우리를 들여다보는 '달'이 전하는 조각들.

그 조각들에 잠시 마음을 기대어봅니다.

 

불완전해서 소중한 것들을 위한 기록

 

달의 조각

 

 

책 속엔 초승달만큼의 관심으로부터 시작해 조금씩 채우면서 온전한 보름달로 가득 차오르지만 결국은 다시 그믐달로 아련함으로 남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첫 장을 펼치면서 저자가 건네는 이야기에 한없이 기대며 나의 공간을 채우다 보면, 상처를 보듬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서 저자의 이야기가 아닌 '내'가 서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왜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고슴도치> 이야기는 딱 제 이야기 같았습니다.

 

사람에게 실망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관계 속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을 때마다 나는 하나씩 뾰족한 가시를 만들었다. 나를 지킨다는 핑계로, 마음을 다치고 싶지 않아서. 어느 날 문득 추위를 느꼈다. 더 이상 그 어떤 관계에서도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게 되었을 때. 거울 속의 나는 고슴도치였다. 가시를 잔뜩 세운, 그래서 누구도 끌어안을 수 없는. - page 20

 

나를 지키기 위해 하나둘 만들었던 가시.

그 가시로 더 외로움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그 가시가 많이 빠졌습니다.

아이들 덕분에, 그나마 내 편이 되어주는 남편 덕분에, 무엇보다 내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책들을 읽으면서 배웠기에...

 

그리고 <연필로 쓴 글>은 읽고 난 뒤 큰 아이가 건네주었던 편지들을 다시금 꺼내 보며 미소를 짓곤 하였습니다.

 

 

요새 한글을 배우면서 연필로 '사랑해요 엄마'를 쓰는 큰 아이.

그래서 저도 요즘 연필로 아이와 주고받는 편지.

'사랑해 ○○야'

그 어떤 필기구보다 더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연필'.

오늘도 연필을 깎아 필통에 가지런히 담아봅니다.

 

이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아련히 가슴에 남았었습니다.

<바람>

 

 

저 바람에 흩날려 가는 것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상처가 남지 않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전하는 글마다 쉬이 넘어간 글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궤적>에서 전한 말처럼...

 

그리울 때면,

상처받고 혼자 울면서 위로받고 싶을 때면

저자의 이야기가 나지막이 들려올 것 같았습니다.

 

반달의 우리는 충분히 아름다워요. 보름달이 되려 너무 애쓰지 말아요. 보름달은 한 달에 단 하루. 가장 짧은 시간을 스치고 사라집니다.

 

결국, 모두가 미완의 세계에 삽니다. - page 11

 

그러기에 서로의 부족함을 채운다면 보름달보다 밝은 빛을 낼 수 있다고 전하는 저자의 말에 또다시 마음을 건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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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들 - 일상을 이루는 행동, 생각, 기억의 모음 들시리즈 1
김설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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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되돌아보면 아직도 여전하지만 그래도 '일상'의 소중함을 느꼈던 한 해였습니다.

마스크가 필수가 아니었던 그때.

맑은 하늘, 산뜻한 바람, 자연의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었던 그 때.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당연시 여겼기에 권태롭다고만 느꼈었는데 그런 저에게 일침을 가했던 '코로나 바이러스'.

분명 바이러스이기에 '독'이었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저에게 '일상'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 '약'과도 같았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책 역시도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즐거움들에 대해 저자가 이야기한다고 하기에 왠지 공감하면서 읽을 것 같았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흘러가는 시간이

선물임을 알게 한 건

지나온 세월과 경험이었다

 

사생활들』 

 

 

저자의 이야기 속엔 '책'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책을 읽게 된 계기라든지

책의 장르에 대해서라든지

서재에 대해서라든지

글을 쓰게 된 계기라든지...

아마 저도 '책'을 좋아하기에 그와 관련된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가고 공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전'을 읽게 된 건 온라인 독서 카페를 통해서였습니다.

고전을 읽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들 하지만 사실 두껍고 때론 복잡한 이름에 읽어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굳이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독서 카페를 알게 되었고 '같이' 읽기 시작하면서 왜 '고전'이라 불리는지 이제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우리에게 깨달음을 전해주기에, 무엇보다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사색을 남겨주기에 고전을 읽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럼에도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고전 작품이 나에겐 그다지 와닿지 않고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저에게 저자는 명쾌한 답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그저 자기가 읽고 좋으면 그만인 것이겠지요!

 

책은 나를 비춰 보는 영혼의 거울이었다. 책을 통해 긍정적으로 변한 내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내가 나를 보며 깜짝 놀란다. - page 56

 

열심히 책을 읽으며 변화된 나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껴보려 합니다.

 

<나의 부엌>에서의 저자 이야기에 무척 공감이 갔습니다.

 

오늘도 나는 어둡고 비좁은 나의 부엌에서 노트북을 펼쳤다가 접고 책을 펼쳤다가 접는다. 오래된 찻잔에 뜨거운 물을 붓고 티백의 차가 우려지길 기다리며 생각한다. 나의 몫으로 정해진 공간, 이곳이 바로 천국이구나. - page 80

 

아마 주부들이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하루의 일과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유일한 나만의 공간이 되는 부엌은 특히나 모두가 잠든 밤이면 온전히 나를 위해 빛을 밝혀주어 책을 읽을 수 있기에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이 공간.

오늘도 부엌에서 노트북을 펼쳐 이렇게 끄적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실천하고 있는 '비움'에 대한 이야기인 <버리는 기쁨>.

아이의 물건들이 늘어갈수록 사람을 위한 집인지, 물건을 위한 집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답답했던 집안의 공간들.

그때부터 조금씩 비워 내며 빈 곳으로부터 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같이 내 마음에도 여유가 자리 잡기 시작하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소유와 집착을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내려놓음', '버림'으로 바꿔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저자의 소소한 일상들이 행복을 만들어주고 이 행복들이 결국 나를 지탱해준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던 『사생활들』.

읽고 난 뒤 지금의 나를 지탱해 준 소소한 행복들을 되짚어보게 되니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저자 덕분에 현재라는 선물(present)을 받게 되어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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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식당 개성밥상 - 고려의 맛과 멋이 담긴
정혜경 지음 / 들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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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음식은 통일의 염원을 품은 한반도의 소울푸드다!

_인문학자 김경집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였습니다.

이젠 단 하나 남은 분단국가인 우리.

'통일'의 염원을 담아 이 책에 담겨있는 음식을 만나보기로 하였습니다.

 

30년 한식 전문가가 들려주는

개성 음식의 모든 것

 

통일식당 개성밥상

 

 

'개성 음식'이 한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건 '역사'에 연원이 있다고 합니다.

고려 왕조 500년 도읍인 '개성'.

지리적으로 수도였기에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고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음식 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고 으뜸가는 꽃을 피울 수 있었기에 개성 음식의 맛과 전통은 고려 왕조의 고도라는 역사적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선 왕조가 건국되면서 정치 권력을 잃어버린 개성 사람들은 마치 섬에 고립된 것처럼 전통을 지켜나갔습니다.

무엇보다 대표적으로 음식의 전통을 지켰기에 오늘까지도 '개성 음식은 정말 개성 있다'라는 말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짜거나 맵지 않은 슴슴한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개성 음식.

그 음식을 통일식당에서 음미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개성이 가진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

산과 평야가 어우러져 있고 한반도의 중심부에 있기에 전국을 다스리기에 매우 용이했던 곳.

바다가 가까이 있어서 무역을 하기에도 이점이 많았던 곳.

태생부터 자유롭고 개방적인 창조 도시였기에 전 시대와 구분되는 새로운 개성 음식의 출현이 가능하였습니다.

 

우리의 상차림의 기본인 밥과 국이 나타난 것이 이 시기에 설렁탕 외 토란국, 아욱국, 다시마국, 미역국 등의 등장으로 형성되었고 콩을 가공한 콩나물과 두부도 이 시기에 이용되기 시작합니다.

불교가 융성해짐에 따라 채소 음식을 사용한 음식 조리법이 발달하여 오늘날 우리가 먹는 김치의 전통이 확립되고 오이, 가지, 무, 파, 아욱 등 여러 가지 채소를 이용하면서 더욱 맛있게 먹기 위해 기름과 향신료를 이용하는 방법도 다양해집니다.

또 부처님께 차를 바치는 헌다가 정착되고 풍류로 자리잡아 다도가 생겼고 연등회, 팔관회 등 국가 주도의 불교 행사와 혼례를 비롯한 각종 잔치의 필수 음식인 다과와 술도 발달하게 됩니다.

이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음식 문화를 자랑했던 개성 음식.

단지 그 시대에만 그치지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져오는 것을 보면 음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개성 사람들에게 그리움의 대상이자 영혼을 달래주는 일명 '소울 푸드'인 '장땡이'.

 

 

솔직히 장떡이라 하면 고추장을 넣고 지진 밀전병 같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개성 장떡은 된장에 곱게 다져낸 쇠고기와 찹쌀 그리고 파, 마늘 등 갖은양념을 넣어 빚어서 말려 구워 먹는, '발효과정'을 거친다고 하였습니다.

장떡은 개성에서만 먹는 음식이 아닌 지역마다 만드는 법이 조금씩 달라도 제각기 장떡 요리가 존재했다지만 이 다양했던 장떡은 오늘날 찾아보기 어려운 음식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재료인 장이 예전엔 집집마다 개성있게 담갔지만 이젠 공장이나 일부 특정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장류를 사서 먹다 보니 우리 전통 된장에서 나오는 고유한 맛을 제대로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조금은 씁쓸함이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추억이자 그리움이 된 음식.

먹어보지 않았기에 그 맛이 궁금했고 왠지 그 그리움의 맛만 남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음식이었습니다.

 

우리는 각종 찌개와 볶음에 국수 사리를 넣어 먹곤 합니다.

라면 사리, 우동 사리, 당면 사리, 쫄면 사리, 칼국수 사리 등.

사리로 들어가는 국수의 종류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우리의 국수 사랑은 유별남을 엿볼 수 있는데 알고보니 과거 북한이 남한에 비해 국수를 더 많이 먹었다는 사실!

이는 북쪽에서 메밀과 옥수수 재배가 활발하였기 때문에 국수의 역사에 있어서도 북한의 국수가 우리의 국수보다 전통이 깊으며 종류도 다양하다는 점이 솔직히 놀라웠습니다.

 

 

역시 우리가 한민족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수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음식으로부터도 알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먹거리 '음식'.

맛이자 멋이고, 문화이기에 음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저자는 우리에게 일러주었습니다.

그 무엇보다 '개성 음식'을 통해 우리 '한민족'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장 빠른 통일의 실마리가 밥상에 있다!"

 

아마도 이 말을 전하고자 저자는 개성 음식 모든 것을 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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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뱅, 화가가 된 파리의 우체부
박혜성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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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펼치기 전 멋진 문구가 사로잡았습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날은 '꿈의 요일'이었다"

 

천상 화가일 수밖에 없는 그, '루이 비뱅'.

그래서 더 궁금하였습니다.

 

파리 시민들이 '행복한 화가'라고 부르며 사후 70여 년이 지나도록 기억하는 화가.

 

그가 전하는

 

인생 2막을 꿈꾸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아직 어린 시절 꿈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의 이정표가 되어주는 책!

 

루이 비뱅, 화가가 된 파리의 우체부

 

 

'루이 비뱅'을 보고 있노라면 떠오르는 분이 한 분 있었습니다.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의 '모지스 할머니'입니다.

그녀도 늦은 나이(?) 75세에 처음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101세까지 살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그녀만의 화법으로 표현함으로 미국인들을 매료시켰던 그녀.

그녀가 우리에게 전한 메시지는 큰 울림으로 여전히 남아있곤 하는데...

 

“하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그럼 그냥 하시면 돼요. 삶은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것이에요.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루이 비뱅 역시도 모지스 할머니와도 닮아있었습니다.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그 시절의 파리가 비뱅에게 "봉주르, 너의 꿈은 뭐니?"라고 묻는다면 비뱅은 주저 없이 "봉주르, 파리! 나의 꿈은 화가"라고 말할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비뱅의 꿈을 찾아 파리로 함께 떠나보자. - page 23

 

어린 시절 그의 그림에 대한 재능은 제법 특출났습니다.

그가 살던 지역의 신부가 그런 재능을 칭찬하며 수채화 화구를 선물하고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화가의 꿈꾸게 됩니다.

하지만...

역시나 재정적인 이유로, 학교 교사였던 비뱅의 아버지가 그의 앞날을 걱정하며 반대하였기에 중등학교에서 그림을 배우다 그만두게 됩니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그림을 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서는 밥벌이를 할 수 없다는 시대 불문적 이유.

 

결국 비뱅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고 화가의 길을 포기하게 됩니다.

파리의 우체부가 된 그.

그럼에도 우체부로 일하면서도 여유가 있을 때는 틈틈이 스케치북을 펼쳐 들었던 비뱅.

그는 화가의 길을 포기한 것이 아닌 잠시 미뤄둔 것이었습니다.

 

파리의 우체부로 40여년을 근무한 뒤 정년 퇴임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꿈을 펼쳤던 비뱅.

늦은 출발이었음에도 캔버스를 펼치며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고 하니 그는 천상 '화가'가 될 수밖에 없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파리'라는 도시.

화가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예술의 성지이기에 이 예술의 향기는 비뱅에게 잠재되어 있던 화가의 꿈을 자극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뱅은 풍경화를 즐겨 그렸지만 아주 사소한 일상을 기록해 놓은 것 같은 그림도 종종 그렸습니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이 작품, <두 마리의 비둘기>.

좌우 대칭 구조로 그려져 있지만...

그런 사실보단 그저 그림에서 전해지는 소소한 일상 속 행복이 느껴지는 것 같지 않나요!

 

 

비뱅이 그린 것과 같은 평범한 날의 풍경들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건강한 것이다. 거창하거나 내세울 만한 것은 아닐지라도 결국 이런 사소한 즐거움이 모여 행복을 그린다. - page 79

 

저자는 이 그림으로 행복 스위치가 켜졌다고 하였습니다.

두 아들이 성인이 된 후 처음 가는 가족 여행이었던 '이탈리아 여행'.

그때의 행복했던 추억이 그림과 오버랩이 되어 행복 스위치가 켜졌다고 하니...

 


 

비뱅이 이탈리아 여행을 갔는지 가지 않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이탈리아를 그리며 행복했고 우리는 비뱅의 그림으로 행복해졌으니 그것으로 감사한 일 아닌가? 인생에서 행복해지는 비결은 행복한 순간들을 오래오래 기억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이든, 캔버스든 어디에든 기록해 행복의 빛이 희미해질 때쯤 꺼내 보는 것이다. - page 151

 

가정 형편상 자신의 꿈보다 생업에 책임을 다했던 그.

60대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했던 그.

그가 전한 이 이야기는 꿈을 잊었던 이들에게 다시금 꿈을 꾸게 해 주었습니다.

 

비뱅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 비뱅과 처지가 비슷했던 세관원 루소, 가정부 세라핀 등이 행복했던 이유도 바로 꿈을 실현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하는 일의 과정과 결과를 저울질하지 않고 용감하게 행동한 것이었다. 이런 비뱅과 소박파 화가들의 삶은 꿈을 이루는 것은 학벌이나 조건이 아니라 열정과 용기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 page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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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완벽한 스파이 1~2 - 전2권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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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란 단어만으로도 심장이 쫄깃해지면서 기대감이 부풀곤 합니다.

워낙 추리소설을 좋아하기에 망설임 없이 선택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스파이 행위를 통해

섬세한 인간에 대한 진실을 보여 주는 소설

 

완벽한 스파이 1, 2

 

세찬 바람이 부는 10월 어느 날의 깊은 새벽, 주민들에게 버림받은 것처럼 보이는 데번주 남부의 바닷가 마을에서 매그너스 핌은 낡은 시골 택시를 내렸다. - page 13

 

강하고 단단한 체격의 그, 매그너스 핌.

언제나 뜬금없이 나타났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그가 갈 곳이라고는 미스 더버네 입니다.

 

「세상에 끔찍한 검정 넥타이라니, 캔터베리 씨. 내 집에 죽음을 들여놓을 수는 없어요. 절대 안 돼. 그건 누구 때문에 맨 거예요?」

...

「오랫동안 정부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입니다. 미스 D. 별로 얘기할 만한 사람도 아니고, 가까운 사이도 아닙니다.」 - page 16

 

그리고는 3시간 전인 상황으로 전환됩니다.

매그너스의 아내 메리 핌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나다.」남자의 목소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 <나>가 아니라, 잭 브러더후드였다.

「그 소포 소식은 없나 보지?」브러더후드가 군인 특유의 풍부하고 자신감 있는 영어로 물었다.

「누구한테서도 소식이 없어요. 지금 어디예요?」

「한 30분 뒤 거기 도착할 거야. 가능하면 그보다 빨리 갈 수도 있고. 기다려.」 - page 26

 

자신이 기다리던 전화는 남편이었습니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같이 레스보스로 휴가를 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함께였는데...

지금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저 이 자리에 돌아오기만 하면 되는데...

 

다시 시점은 핌에게도 넘어갑니다.

그의 피난처와도 같은 이 방.

핌은 책상으로 다가가 상판을 꺼낸 뒤, 모조 가죽 상판 위에 주머니의 물건들을 올려놓고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신분을 바꾸기 위해...

지금 이 순간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돌이켜 보며 자신의 긴 회고록을 쓰기 시작합니다.

 

특별히 누군가에게 말한다기보다 모든 사람에게 말하기 위해서. 나를 휘둘렀던 사람들 모두에게,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흔쾌하게 나 자신을 바친 사람들에게. 내 담당자들과 내게 봉급을 준 사람들에게. 메리와 그 밖의 다른 모든 메리들에게. 나의 일부를 갖고, 더 많은 조각을 약속받았으나 당연히 실망한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핌이 후하게 자신을 여기저기 나눠 준 뒤에도 아직 남아 있는 나 자신에게. - page 55

 

본격적인 이야기는 핌의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하는 1인칭 이야기와 빈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사의 3인칭 장면이 교차하며 그려지기 때문에 어쩌면 평행으로 달릴 것만 같은 이들의 이야기는 점점 하나의 교점을 만들어내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핌의 아버지 '릭'은 사기꾼이었습니다.

사랑하지 않았지만 여자의 배경에 끌려 결혼을 했지만 남편에게 이용당하던 핌의 어머니 '도러시'의 안타까움.

어릴 때 핌과 함께해 왔던 유대인 '립시'와 다시 재회했지만 뜻밖의 자살은 그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녀의 죽음으로 핌은 독립적인 사람이 되었으며, 여자들은 변덕스러워서 곧잘 사라진다는 자신의 지식이 옳다는 것을 확인했다. 릭이 모범적으로 보여 준 위대한 교훈, 즉 훌륭한 외모가 중요하다는 사실도 터득했다. 언제나 정당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여야만 안전하다는 사실도 배웠다. 그는 사람이 살면서 겪는 일들을 비밀리에 조종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을 다졌다. - page 224

 

그는 결코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자식의 숙명인 걸까...

결국 그의 살아온 모습을 보면 아버지와 닮음에 저 역시도 씁쓸함이 남곤 하였습니다.

 

자신의 삶에 회한 가득 남는 그의 글은 아들 톰에게는 부디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당부처럼 느껴지지만 그 말은 곧 자신에게 하고픈 이야기가 아닐까...

 

그의 이야기 중에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그가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결국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가슴 아리게 다가왔었기에...

'스파이'라 비난하기 전 한 '인간'으로 그에게 다가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의 제목이 '완벽한 스파이'였던 만큼 소설의 후반에 그에 대한 정의(?)가 내려져 있었습니다.

 

명분상 '평화'를 위해, '자유'를 위해서라 하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피, 죽음은 무엇이라 정의를 내려야 하는 것일까...

 

짜릿한 소설이지 않을까란 첫 기대와는 달리 마지막에 가슴 찡한 울림이 있었던 소설.

그의 선택이 분명 옳지만은 않음은 확실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의 처지를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아직도 결론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한 남자의 고독하고도 씁쓸했던 회고록.

커피향과 함께 잠시 진한 여운으로 남겨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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