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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완벽한 스파이 1~2 - 전2권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평점 :
'스파이'란 단어만으로도 심장이 쫄깃해지면서 기대감이 부풀곤 합니다.
워낙 추리소설을 좋아하기에 망설임 없이 선택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스파이 행위를 통해
섬세한 인간에 대한 진실을 보여 주는 소설
『완벽한 스파이 1, 2』

세찬 바람이 부는 10월 어느 날의 깊은 새벽, 주민들에게 버림받은 것처럼 보이는 데번주 남부의 바닷가 마을에서 매그너스 핌은 낡은 시골 택시를 내렸다. - page 13
강하고 단단한 체격의 그, 매그너스 핌.
언제나 뜬금없이 나타났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그가 갈 곳이라고는 미스 더버네 입니다.
「세상에 끔찍한 검정 넥타이라니, 캔터베리 씨. 내 집에 죽음을 들여놓을 수는 없어요. 절대 안 돼. 그건 누구 때문에 맨 거예요?」
...
「오랫동안 정부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입니다. 미스 D. 별로 얘기할 만한 사람도 아니고, 가까운 사이도 아닙니다.」 - page 16
그리고는 3시간 전인 상황으로 전환됩니다.
매그너스의 아내 메리 핌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나다.」남자의 목소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 <나>가 아니라, 잭 브러더후드였다.
「그 소포 소식은 없나 보지?」브러더후드가 군인 특유의 풍부하고 자신감 있는 영어로 물었다.
「누구한테서도 소식이 없어요. 지금 어디예요?」
「한 30분 뒤 거기 도착할 거야. 가능하면 그보다 빨리 갈 수도 있고. 기다려.」 - page 26
자신이 기다리던 전화는 남편이었습니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같이 레스보스로 휴가를 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함께였는데...
지금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저 이 자리에 돌아오기만 하면 되는데...
다시 시점은 핌에게도 넘어갑니다.
그의 피난처와도 같은 이 방.
핌은 책상으로 다가가 상판을 꺼낸 뒤, 모조 가죽 상판 위에 주머니의 물건들을 올려놓고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신분을 바꾸기 위해...
지금 이 순간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돌이켜 보며 자신의 긴 회고록을 쓰기 시작합니다.
특별히 누군가에게 말한다기보다 모든 사람에게 말하기 위해서. 나를 휘둘렀던 사람들 모두에게,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흔쾌하게 나 자신을 바친 사람들에게. 내 담당자들과 내게 봉급을 준 사람들에게. 메리와 그 밖의 다른 모든 메리들에게. 나의 일부를 갖고, 더 많은 조각을 약속받았으나 당연히 실망한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핌이 후하게 자신을 여기저기 나눠 준 뒤에도 아직 남아 있는 나 자신에게. - page 55
본격적인 이야기는 핌의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하는 1인칭 이야기와 빈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사의 3인칭 장면이 교차하며 그려지기 때문에 어쩌면 평행으로 달릴 것만 같은 이들의 이야기는 점점 하나의 교점을 만들어내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핌의 아버지 '릭'은 사기꾼이었습니다.
사랑하지 않았지만 여자의 배경에 끌려 결혼을 했지만 남편에게 이용당하던 핌의 어머니 '도러시'의 안타까움.
어릴 때 핌과 함께해 왔던 유대인 '립시'와 다시 재회했지만 뜻밖의 자살은 그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녀의 죽음으로 핌은 독립적인 사람이 되었으며, 여자들은 변덕스러워서 곧잘 사라진다는 자신의 지식이 옳다는 것을 확인했다. 릭이 모범적으로 보여 준 위대한 교훈, 즉 훌륭한 외모가 중요하다는 사실도 터득했다. 언제나 정당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여야만 안전하다는 사실도 배웠다. 그는 사람이 살면서 겪는 일들을 비밀리에 조종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을 다졌다. - page 224
그는 결코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자식의 숙명인 걸까...
결국 그의 살아온 모습을 보면 아버지와 닮음에 저 역시도 씁쓸함이 남곤 하였습니다.
자신의 삶에 회한 가득 남는 그의 글은 아들 톰에게는 부디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당부처럼 느껴지지만 그 말은 곧 자신에게 하고픈 이야기가 아닐까...
그의 이야기 중에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그가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결국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가슴 아리게 다가왔었기에...
'스파이'라 비난하기 전 한 '인간'으로 그에게 다가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의 제목이 '완벽한 스파이'였던 만큼 소설의 후반에 그에 대한 정의(?)가 내려져 있었습니다.

명분상 '평화'를 위해, '자유'를 위해서라 하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피, 죽음은 무엇이라 정의를 내려야 하는 것일까...
짜릿한 소설이지 않을까란 첫 기대와는 달리 마지막에 가슴 찡한 울림이 있었던 소설.
그의 선택이 분명 옳지만은 않음은 확실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의 처지를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아직도 결론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한 남자의 고독하고도 씁쓸했던 회고록.
커피향과 함께 잠시 진한 여운으로 남겨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