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미술사 - 현대 미술의 거장을 탄생시킨 매혹의 순간들
서배스천 스미 지음, 김강희.박성혜 옮김 / 앵글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술'이라는 주제만 보면 무조건적으로 '읽어야겠다!'란 마음이 드는 난...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여느 책과 달리 이 책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예술가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이 그려졌다는 점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반 고흐'와 '폴 고갱'의 관계.

서로의 작품을 인정하고 격려하지만 어느 순간 선을 넘어버린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르는 행위까지 벌이게 되는데...

이런 참극이 일어나기 전까지, 아니 그 후로도 그들이 그렸던 작품들에 영향을 주며 오늘날까지 명작으로 남아있기에 서로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도 해 줍니다.

 

이 책 속에서는 여덟 명의 천재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하였습니다.

과연 누구와 누구의 '관계'가 그려질지 기대하며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여덟 명의 천재가 절망과 혼돈을 넘어

시대를 바꾼 예술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가장 인간적인 미술사'

 

관계의 미술사

 

 

에두아르 마네와 에드가 드가, 앙리 마티스와 파블로 피카소, 잭슨 폴록과 윌렘 드쿠닝, 루치안 프로이트와 프랜시스 베이컨.

이 여덟 명의 예술가들이 우정과 경외, 질투와 욕망, 야망과 절망의 감정을 느끼면서 서로가 성장하는 모습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렇기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몰입하며 읽게 되고 한 편 한 편 아껴가며 읽게 되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예술가들의 작품이 본문에 앞서 소개되기에 글을 읽다가 다시 앞의 도판을 찾아보게 된다는 점에서 조금은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흥미롭기에 금방 몰입하면서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첫 문을 열어준 '마네와 드가'.

이 둘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마네에게 진실이란 파악하기 힘들고 복합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그는 사회적 상호작용, 유희, 위트로 이루어진 피상적 놀이를 즐겼다. 자기 그림의 모델에게 늘 화려한 의상을 입혔고, 개개인의 정체성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과 사람들이 다양한 가면 아래 감추고 있는 것을 본질적으로 우리가 알 수 없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드가의 경향-서둘러 자신의 특징적인 인장으로 삼고자 이제 막 강화해가기 시작했던-은 그와 정반대였다. 드가는 축제의 베일을 걷어버리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진실을 꿰뚫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어떻게든 빛아래로 드러나게 마련인 숨은 진실을 집요하게 의식하며 다녔다. 만약 마네가 이것으로 위협을 느낀다면, 그건 틀림없이 그가 의도적으로 어두운 곳에 꽁꽁 감추어둔 것들이 사적인 삶 속에 너무 많기 때문일 터였다. -  page 80 ~ 81

 

그렇기에 드가가 그린 <에두아르 마네와 그의 아내>란 작품에 마네는 칼을 들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파블로 피카소'에게도 라이벌이 있었다는 사실에 솔직히 놀랐습니다.

'앙리 마티스'

스승과 제자 사이였던 이 둘이 경쟁자가 되기까지...

하지만 이 둘의 모습은 서로를 '인정'한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져 있었기에 그토록 멋진 작품들을 탄생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해 봅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마티스가 기꺼이, 아니 어쩌면 간절했다고 할 정도로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했다는 점이다. 그는 피카소를 단 한 번도 혹평한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뒤로 숨거나 피카소의 영향력을 차단하지도 않았다. 사실상 그는 입체주의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다른 길을 걸어갔다. 마찬가지로 피카소 역시 마티스로부터 무엇이든 기꺼이 배우려 했다.

굴복하고, 방향을 틀고, 극복하고, 다시 더 굴복하는 이 유명한 패턴은 마치 두 예술가가 예술이라는 무대에서 일련의 교묘한 책략을 펼치며 무술 대결을 벌이는 모습처럼도 보인다. 이 패턴은 1954년 마티스가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되었다. 이들의 관계는 수많은 책과 주요 전시회에서 다루어졌다. 학자들은 이들의 회화와 소묘, 조각을 한 점 한 점 연구해 영향력과 도전, 오마주와 저항으로 이어진 패턴을 추적해냈다. 어느 때는 피카소가 마티스를 더 눈여겨보았고, 또 어느 때는 마티스가 피카소를 주목했다. 하지만 그 어느 쪽도 상대를 머리에서 완전히 지운 적은 없었다. - page 217 ~ 218

 

이번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폴록과 드쿠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닮은 듯 다른 이 둘의 작품.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무래도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폴록과 드쿠닝은 평론가들 및 당대 사람들이 이미 규정한 자신들의 역할, 즉 개척자, 선도자, 그리고 라이벌이라는 불가피한 역할을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서로를 경계했다. 하지만 둘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었을지 몰라도 그들은 이내 털털하게 지내며 동지애와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했다. - page 282

 

그래서 폴록의 사후 드쿠닝의 마지막 모습은 참으로 애잔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폴록의 사후 드쿠닝은 화가로서 일관되게 대담한 진전을 이루거나 당대의 유행과 분위기를 뛰어넘는 파격적이고 표현적이며 의욕에 찬 작풍을 선보이지 못했다. 또 불행히도 그는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과도한 음주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물론 폴락의 사후가 아닌 생전에도 두 사람 사이엔 무언가가 있었다. 드쿠닝은 폴록에 대해 너무나 많은 부채의식을 가졌고, 동시에 동경심과 경쟁심에서 헤어나지 못했기에 단 한 순간도 폴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폴록을 향한 드쿠닝의 감정은 대체로 애증에 찬 복합적인 것이었다. 물론 그는 폴록에 의해 규정되거나 폴록이 관여한 삶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클리그먼과 연인이 되었던 사실이나 1963년 폴록이 잠들어 있는 스프링스 묘지의 맞은편 집으로 이사했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는 그가 저세상으로 간 친구이자 라이벌과의 연결고리를 잃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page 326 ~ 327

 

결국 여덟 명의 모습은 많이도 닮아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경쟁하고, 그래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나아가는 개척자이자 선도자가 된 그들.

이렇게 서로가 win-win할 수 있는 상대가 있음으로써 좋은 synergy를 만든다는 것을 이들을 통해서 다시금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쌍을 이루는 두 예술가들이 가진 서로 다른 두 기질, 두 종류의 매력은 상대를 자석처럼 끌어당겼다. 또한 그 시기는 양쪽 모두가 주요 창작적 돌파구의 정점에 있었고, 각자 대단한 진전을 이루었지만 자신만의 특징적 스타일은 아직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때였다. 진실이든 아름다움이든 단 하나의 개념만이 우위를 차지하는 일은 없었으며,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그런 다음 각각의 관계는 익숙한 하나의 역학 관계에 놓인다. 한 사람이 예술적 또는 사회적 면에서 부러울 정도로 뛰어난 데 반해, 다른 한 사람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관계 말이다. 한 사람이 기꺼이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식이라면 다른 한 사람은 신중함이 지나치거나 이런저런 완벽주의가 뒤섞여서, 혹은 근성이 있거나 심리적으로 가로막히면서 뒤처지는 식이었다. 이렇게 능숙하고 대담한 동료와 마주하면서 다른 한 사람은 깨달음을 얻고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것들로부터 해방된다. 가능성의 틈이 열리는 것이다. 그리고 창작뿐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획득하고,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 - page 27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관계의 미술사 - 현대 미술의 거장을 탄생시킨 매혹의 순간들
서배스천 스미 지음, 김강희.박성혜 옮김 / 앵글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관계‘를 통해 여덟 명의 예술가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놀랍도록 매력적인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밍키언니의 돈 계획 - 2030 파이어족을 위한
밍키언니 지음 / 원앤원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리 쥐어짜도 돈은 모이지가 않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5월의 많은 행사가 지난 후 문뜩 통장을 보니 잔액은 0에 수렴하고 있었습니다.

왜...

어째서죠...

어디로 간 거죠...

다시 정신줄을 부여잡고 새로이 출발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누구나 모을 수 있지만

아무나 모을 수 없는 돈!

 

푼돈을 목돈으로 만드는

재테크 꿀팁 총정리

 

밍키언니 돈 계획

 

제가 이 책을 읽어야만 했던 이유.

<프롤로그>에 나와있었습니다.

 

누구나 모을 수 있지만 아무나 모을 수 없는 돈. 재테크에 실패를 거듭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지나치게 절약을 하려 하거나, 절약은 하지 않고 수입을 늘리는 데만 신경 쓰는 경우가 많다. 두 가지 경우 다 방향은 다르지만 기초공사를 하지 않고 건물을 짓는 것과 같다. - page 6

 

 

여느 책들에 나온 것처럼 '짠테크'도 시도하고 나름의 '가계부'도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왜!

절약을 열심히 했다고 여기는데 돈이 잘 모이지 않는 것일까...?

바로

'돈 계획'

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였습니다.

 

학창 시절, 방학을 앞두고 방학계획표를 작성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당시 방학계획표를 꼼꼼하게 작성했든 아니든 '계획 세우기'는 어떤 의식처럼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마찬가지로 구체적이든 그렇지 않든 누구나 좀 더 잘 살아보기 위해 인생계획이라는 걸 세운다. 이렇게 우리가 무언가 계획을 세우는 이유는 동기부여를 통해 목표를 좀 더 명확히 하고, 계획을 효과적으로 실천함으로써 목표에 보다 쉽고 빠르고 도달하기 위해서다. 돈 계획도 마찬가지다. 돈 계획을 세워야 거기서 전략도 나오고, 그 전략에 따라 목표 도달도 쉽고 빠르게 가능하다. 절약과 투자를 하긴 하는데 실제적으로 큰 효과가 없다면 돈 계획부터 점검해보기 바란다. - page 6 ~ 7

 

드디어 제 문제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턱대고 남들이 하는 것만 좇다 보니 내가 가고자 한 방향이 아니었기에 어느 순간 내가 서 있는 곳은 전혀 엉뚱한 곳이고 남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이제 문제점을 알았기에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본격적인 '재테크 꿀팁'을 전수받아보기로 하였습니다.

 

'티끌 모아 태산'

저는 이 말을 잘 믿지 않았었습니다.

티끌 모아봤자 티끌일 텐데...라며 자자란 돈은 쉽게 썼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재테크 책에서도 외치듯 저자 역시도 일침을 가합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푼돈은 모아도 푼돈 아니야?' 하는 생각이 팽배한 것 같다. 물론 목돈을 만든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련한 목돈이 부자로 가는 발판이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 page 40

 

그래서 목돈의 최고봉이라 여겨지는 '1억 원'에 대한 한자 풀이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절약을 한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절약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절대 목돈을 만들 수 없다!

목돈이 없으면 제대로 된 투자도 할 수 없고!

투자를 못 하면 부자가 될 수 없다!

 

는 사실을 머리에 똭! 새기고 재테크의 기본 개념부터 관련 용어, 유망 투자상품, 투자 노하우까지 '재테크'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일러주었습니다.

 

재테크와 관련된 책들을 읽은 이라면 이 책이 조금은 가볍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제부터 '재테크'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에게는 전체적인 틀을 잡을 수 있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저에겐 알던 내용을 다시 복습하는 듯한 느낌이었다는...)

 

뭐니 뭐니 해도 저자가 마지막에 한 이야기가 정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돌이켜보면 큰 비법은 없었다.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지속적으로 나 대신 돈이 일하게 하는 것. 이것 하나만 명심하기 바란다. - page 258

 

주식이다 부동산이다...

여러 재테크 방법이 있지만 결국 자신에게 맞는 것을 '꾸준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무엇보다 자신의 '목표'한 바를 향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다짐하고 또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잠시 주춤했던 '재테크'의 불꽃이 살아나는 듯했습니다.

정말 돈을 모아보고 싶은, 아니 많이 모아보고 싶은 '절실함'을 잃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는 '파이어족'이 되도록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년의 독서 - 김형석 교수를 만든
김형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직도 '독서'에는 초보인 저에겐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으면 읽어보곤 합니다.

다른 이들이 전하는 '독서'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보며 앞으로의 독서 방향을 잡아보기도 하고 그들이 추천하는 책을 찾아 읽으므로써 보다 확장된 독서를, 그리고 그들과 나의 연결고리를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만들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의 저자 '김형석' 교수님은 익히 명성은 알고 있었습니다.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하시고 100세가 넘으신 나이가 무색할 만큼 방송과 강연, 집필 등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분!

정말 본받을 점이 많기에 그가 전하는 '독서'가 무엇인지 궁금하였습니다.

 

무지와 힘이 지배하는 무독서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지금, 다시 독서의 등불을 켤 때다!

 

백년의 독서

 

 

그가 책을 만나 꿈을 키우게 된 시절부터 시작하였습니다.

평양의 숭실중학에 입학하고 2학년이 되었을 때 친구와 같이 도서관을 가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발견하게 된 『전쟁과 평화』라는 3권의 책.

당시 일본이 우리나라를 거쳐 만주와 중국 북동부를 침략하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때였기에 이 책이 끌렸나 봅니다.

일본어로 번역된 장편 대하소설을 그가 읽기엔 버거웠음에도 불구하고 시간만 허락되면 하루 종일 이 책을 읽었다는 그.

긴 여정 이 책을 읽고 난 뒤 그는 자신이 인생의 한고비를 넘긴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독서'로의 입문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그가 다니던 숭실중학이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민족주의자들을 배출하는 학교라는 이유로 폐교의 운명에 직면하게 되면서 자진 퇴학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는 말처럼 그는 이 시기 동안 더없이 책에 빠져들게 되고 그 책의 대부분은 '철학'과 관련된 책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철학'의 기초를 다지면서 훗날 철학교수로, 독서로 그의 사상이, 그의 인생이 차곡히 쌓여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사실...

무엇보다 '철학'이라 하면 어렵고 이해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에, 또 그가 읽은 책들을 읽어보지 않았기에 그의 이야기가 그리 쉽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으론 더 심오하게 읽어내려가게 되었고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곱씹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독서를 되돌아보면 편식이 심했습니다.

왠지 어렵다고 느껴지는 책이면, 특히나 철학이나 고전은 하이패스 수준으로 넘기고 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들만 골라 읽었습니다.

(그것마저도 많이 읽지 않았지만...)

그러다 최근에 들어서야 조금씩 고전을 읽기 시작하고 철학을 읽기 시작하면서 왜 이런 책들을 읽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었는데...

저자 역시도 이런 이야기를 하니 내심 지난날이, 아니 현재의 저에게도 일컫는 것 같아 뜨끔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려고 할 때마다 저는 항상 고민을 하게 됩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그래서 '베스트셀러'를 참고로 읽거나 지인들이 추천하는 책들을 주로 읽곤 하는데 그런 저에게 저자는 이런 해답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독서의 대상은 역시 고전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한 권의 고전다운 고전은 열 권의 유행하는 책보다 읽을 가치가 있다. 그것은 경험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물론 독자마다 읽고 싶은 고전이 다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고전다운 고전은 시중에서 떠드는 베스트셀러 열 권보다 더 큰 무게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인류의 정신사적 흐름을 이끌어 온 고전은 모든 지성인의 정신적 양식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독서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고전을 사랑하는 지식인층과 지도층이 확대될 수 있다면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근간이 될 것이다. - page 255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는 결국 독서를 하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내'가 선택을 하기 위해선 많은 책들을 읽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음에 꾸준히 독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 역시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그가 마지막에 전한 이야기가 아마도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을 읽는 개인이 지도자가 되며, 독서하는 민족이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말은, 하나의 구호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신념이 되어야 할 것이다. - page 264

 

앞으로의 시대를 이끌어갈 우리에게 지금, 다시 독서의 등불을 켤 때임을 일러준 그.

이제라도 그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햇살을 향해 헤엄치기
엘리 라킨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동안 절망과 우울 속에서 지냈습니다.

몸도 아팠고 기력도 없었고...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에게 손을 내밀어 준 이는 '아이'들이었고 '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몸을 추스르고 일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에게 눈에 띄었던 이 책.

저도 구원과도 같은 '햇살'을 향해 헤엄치고자 읽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이들을 위한 사려 깊고 따뜻한 이야기

 

햇살을 향해 헤엄치기』 

 

 

우리가 이혼하던 날, 남편은 자기가 만나는 여자를 데려왔다.

공정하게 말하면, 그 여자가 실제로 회의실 안에 들어온 건 아니었다. 그리고 에릭의 주장에 따르면 그 여자는 만나는 상태가 아니라 '친구'일 뿐이었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 page 9

 

주인공 '케이틀린 엘리스'는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됩니다.

너무나도 뻔뻔스러운 남편, 아니 이젠 남이 되겠지만 그의 행동은 이혼 소송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게 됩니다.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는 개 '바크'의 양육권을 갖겠다는 그.

사실 그는 이 개에 애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는데 그런 그가 '바크'의 양육권을 주장하니 케이틀린은 모든 것을 잃어도 상관없으니 바크만은 자신이 키우고 싶다고 호소하게 됩니다.

 

결국 바크와 함께 할머니 나넷이 계신 플로리다로 향하게 됩니다.

 

바크가 안심할 수 있도록 배에 선더셔츠를 두르고 천천히, 앞좌석으로 손을 뻗어 개줄을 가져와서 바크가 냄새를 맡도록 한 뒤 목걸이에 걸었다. 내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니, 바크는 다리를 떨며 용기를 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가장자리로 다가왔다.

"가자, 바키." 나는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넌 할 수 있어!" - page 29 ~ 30

 

그렇게 바크와 함께 케이틀린은 새 출발을 시작하게 됩니다.

 

케이틀린의 모습은 '바크'와도 닮아있었습니다.

상처를 간직하고 있어 쉽게 세상으로 발을 내딛지 못하는 모습.

그래서 케이틀린은 더 바크에게 애정을 쏟게 되고 쓰다듬으며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 집에 놀러온 빗시는 할머니와 대화를 하던 중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빵 바자회를 생각 중인데 말이야."

할머니가 삼씨 우유 통을 들며 말했다.

"빵 바자회 생각 중이라는 건 나도 알지."

빗시가 내게 윙크했다.

"나는 달력을 생각했는데."

"달력?" - page 72

 

빗시와 나넷, 그리고 친구들은 젊은 시절 고속도로변에서 인어로 분장해 물속에서 춤을 추고 헤엄을 쳤었습니다.

내심 나넷도 그때 그 친구들이 그리웠기에 케이틀린은 할머니를 위해 옛 친구들을 찾아주며 다시금 인어 쇼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나넷의 친구들을 하나 둘 알게 되면서, 그리고 그들의 지나온 삶을 들여다보면서 케이틀린은 세대를 가로지르는 이해와 공감을 하게 되고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지게 되는데...

 

특히 그녀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생긴 물에 대한 트라우마로 수영장이라면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들의 인어 의상을 입고 들어가야 할 곳이 바로 수영장이었고!

과연 그녀는 무사히 인어 쇼를 완성할 수 있을까...?!

 

다 읽고 나서 참으로 매력적인 소설이라 느껴졌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누구나 각자 간직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냈다고 할까...

그래서 주옥같은 이야기들도 많았습니다.

 

"케이." 할머니는 침대에 누워 나를 감싸 안았다.

"네 아빠를 위해 그 누구도 그 이상은 하지 못했을 거야."

할머니의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할머니는 흐느끼고 있었다.

"어른이라고 해도. 의사라고 해도. 그 누구도 구하지 못했을 거야."

나는 눈물을 삼키느라 숨을 참아야 했다.

할머니가 말했다.

"이제 알겠구나. 네가 그러는 거, 염려하고 두려워하는 거, 그건 네가 가진 용기의 대가야. 항상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려고 경계하고 있는 거지?"

나는 할머니 손을 잡아 내 가슴에 댔다.

"우리도 모두 너를 구할 거란다." 할머니가 말했다.

"그걸 잊지 마라." - page 512 ~ 513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그래서 깊숙한 상처로 남았던 그녀에게 전한 할머니의 따뜻한 이 한 마디.

나도 모르는 사이 눈물이 흐르곤 하였습니다.

 

빗시 역시도 그녀에게 전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삶이 무작위라고 해서 좋은 걸 즐기기를 포기할 순 없어."

빗시가 말했다.

"나는 일흔다섯이란다. 난 곧 죽을 거야. 바라건대, 너보다 한참 먼저 죽겠지. 너는 나를 잃게 될 거고, 나는 좋은 사람이니 그건 슬프겠지. 하지만 이 순간이 좋지 않니? 내가 어떻게 죽을 건지만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 순간을 얻지 못해. 이 순간을 좋게 만들려면, 이 순간을 살아야지."

"하지만 어떻게 그러죠?"

내 머릿속에서 나는 이미 빗시의 최후에 대한 온갖 시나리오를 떠올리며 그 속에서 그녀를 구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나쁜 일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말고,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 일이 있었을 때 내가 거기 있었더라도 버니를 구할 수는 없었을 거야. 하지만 나는 버니를 열심히 사랑했어. 버니는 멋진 아침을 보냈고. 상실에서 우리가 구하는 위로는 그거란다. 우리가 계획할 수 있는 부분은 그거뿐이야." - page 565

 

'순간을 살아야 한다'라는 빗시의 말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전하는 메시지 같아서 진한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소설이라 더 진한 여운이 남는 것일까...

절망과 좌절 속에 빠진 이들에게 '용기'를, '위로'가 더 와닿았습니다.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많은 이들에게 따뜻하고도 눈부신 위로가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남기며 책 표지의 그들처럼 잠시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며 책장을 덮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