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미술사 - 현대 미술의 거장을 탄생시킨 매혹의 순간들
서배스천 스미 지음, 김강희.박성혜 옮김 / 앵글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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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라는 주제만 보면 무조건적으로 '읽어야겠다!'란 마음이 드는 난...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여느 책과 달리 이 책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예술가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이 그려졌다는 점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반 고흐'와 '폴 고갱'의 관계.

서로의 작품을 인정하고 격려하지만 어느 순간 선을 넘어버린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르는 행위까지 벌이게 되는데...

이런 참극이 일어나기 전까지, 아니 그 후로도 그들이 그렸던 작품들에 영향을 주며 오늘날까지 명작으로 남아있기에 서로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도 해 줍니다.

 

이 책 속에서는 여덟 명의 천재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하였습니다.

과연 누구와 누구의 '관계'가 그려질지 기대하며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여덟 명의 천재가 절망과 혼돈을 넘어

시대를 바꾼 예술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가장 인간적인 미술사'

 

관계의 미술사

 

 

에두아르 마네와 에드가 드가, 앙리 마티스와 파블로 피카소, 잭슨 폴록과 윌렘 드쿠닝, 루치안 프로이트와 프랜시스 베이컨.

이 여덟 명의 예술가들이 우정과 경외, 질투와 욕망, 야망과 절망의 감정을 느끼면서 서로가 성장하는 모습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렇기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몰입하며 읽게 되고 한 편 한 편 아껴가며 읽게 되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예술가들의 작품이 본문에 앞서 소개되기에 글을 읽다가 다시 앞의 도판을 찾아보게 된다는 점에서 조금은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흥미롭기에 금방 몰입하면서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첫 문을 열어준 '마네와 드가'.

이 둘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마네에게 진실이란 파악하기 힘들고 복합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그는 사회적 상호작용, 유희, 위트로 이루어진 피상적 놀이를 즐겼다. 자기 그림의 모델에게 늘 화려한 의상을 입혔고, 개개인의 정체성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과 사람들이 다양한 가면 아래 감추고 있는 것을 본질적으로 우리가 알 수 없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드가의 경향-서둘러 자신의 특징적인 인장으로 삼고자 이제 막 강화해가기 시작했던-은 그와 정반대였다. 드가는 축제의 베일을 걷어버리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진실을 꿰뚫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어떻게든 빛아래로 드러나게 마련인 숨은 진실을 집요하게 의식하며 다녔다. 만약 마네가 이것으로 위협을 느낀다면, 그건 틀림없이 그가 의도적으로 어두운 곳에 꽁꽁 감추어둔 것들이 사적인 삶 속에 너무 많기 때문일 터였다. -  page 80 ~ 81

 

그렇기에 드가가 그린 <에두아르 마네와 그의 아내>란 작품에 마네는 칼을 들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파블로 피카소'에게도 라이벌이 있었다는 사실에 솔직히 놀랐습니다.

'앙리 마티스'

스승과 제자 사이였던 이 둘이 경쟁자가 되기까지...

하지만 이 둘의 모습은 서로를 '인정'한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져 있었기에 그토록 멋진 작품들을 탄생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해 봅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마티스가 기꺼이, 아니 어쩌면 간절했다고 할 정도로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했다는 점이다. 그는 피카소를 단 한 번도 혹평한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뒤로 숨거나 피카소의 영향력을 차단하지도 않았다. 사실상 그는 입체주의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다른 길을 걸어갔다. 마찬가지로 피카소 역시 마티스로부터 무엇이든 기꺼이 배우려 했다.

굴복하고, 방향을 틀고, 극복하고, 다시 더 굴복하는 이 유명한 패턴은 마치 두 예술가가 예술이라는 무대에서 일련의 교묘한 책략을 펼치며 무술 대결을 벌이는 모습처럼도 보인다. 이 패턴은 1954년 마티스가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되었다. 이들의 관계는 수많은 책과 주요 전시회에서 다루어졌다. 학자들은 이들의 회화와 소묘, 조각을 한 점 한 점 연구해 영향력과 도전, 오마주와 저항으로 이어진 패턴을 추적해냈다. 어느 때는 피카소가 마티스를 더 눈여겨보았고, 또 어느 때는 마티스가 피카소를 주목했다. 하지만 그 어느 쪽도 상대를 머리에서 완전히 지운 적은 없었다. - page 217 ~ 218

 

이번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폴록과 드쿠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닮은 듯 다른 이 둘의 작품.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무래도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폴록과 드쿠닝은 평론가들 및 당대 사람들이 이미 규정한 자신들의 역할, 즉 개척자, 선도자, 그리고 라이벌이라는 불가피한 역할을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서로를 경계했다. 하지만 둘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었을지 몰라도 그들은 이내 털털하게 지내며 동지애와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했다. - page 282

 

그래서 폴록의 사후 드쿠닝의 마지막 모습은 참으로 애잔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폴록의 사후 드쿠닝은 화가로서 일관되게 대담한 진전을 이루거나 당대의 유행과 분위기를 뛰어넘는 파격적이고 표현적이며 의욕에 찬 작풍을 선보이지 못했다. 또 불행히도 그는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과도한 음주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물론 폴락의 사후가 아닌 생전에도 두 사람 사이엔 무언가가 있었다. 드쿠닝은 폴록에 대해 너무나 많은 부채의식을 가졌고, 동시에 동경심과 경쟁심에서 헤어나지 못했기에 단 한 순간도 폴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폴록을 향한 드쿠닝의 감정은 대체로 애증에 찬 복합적인 것이었다. 물론 그는 폴록에 의해 규정되거나 폴록이 관여한 삶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클리그먼과 연인이 되었던 사실이나 1963년 폴록이 잠들어 있는 스프링스 묘지의 맞은편 집으로 이사했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는 그가 저세상으로 간 친구이자 라이벌과의 연결고리를 잃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page 326 ~ 327

 

결국 여덟 명의 모습은 많이도 닮아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경쟁하고, 그래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나아가는 개척자이자 선도자가 된 그들.

이렇게 서로가 win-win할 수 있는 상대가 있음으로써 좋은 synergy를 만든다는 것을 이들을 통해서 다시금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쌍을 이루는 두 예술가들이 가진 서로 다른 두 기질, 두 종류의 매력은 상대를 자석처럼 끌어당겼다. 또한 그 시기는 양쪽 모두가 주요 창작적 돌파구의 정점에 있었고, 각자 대단한 진전을 이루었지만 자신만의 특징적 스타일은 아직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때였다. 진실이든 아름다움이든 단 하나의 개념만이 우위를 차지하는 일은 없었으며,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그런 다음 각각의 관계는 익숙한 하나의 역학 관계에 놓인다. 한 사람이 예술적 또는 사회적 면에서 부러울 정도로 뛰어난 데 반해, 다른 한 사람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관계 말이다. 한 사람이 기꺼이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식이라면 다른 한 사람은 신중함이 지나치거나 이런저런 완벽주의가 뒤섞여서, 혹은 근성이 있거나 심리적으로 가로막히면서 뒤처지는 식이었다. 이렇게 능숙하고 대담한 동료와 마주하면서 다른 한 사람은 깨달음을 얻고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것들로부터 해방된다. 가능성의 틈이 열리는 것이다. 그리고 창작뿐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획득하고,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 - page 27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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