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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식당으로 오세요 (2종 중 랜덤)
구상희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4월
평점 :
제목이 솔깃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조만간 드라마로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원작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소원을 맛보시겠어요?"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여기 식당이 있습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나치기 일쑤인, 그 존재가 너무도 당연하여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존재인 이 식당.
이 식당의 이름은 바로 '마녀식당' 입니다.
어쨌든 식당의 존재를 발견하게 된 이들은 스스로 의아해하며 식당 안을 기웃거립니다.
'어라, 여기 식당이 있었네? 왜 전에는 못 봤지?'
'대체 뭘 파는 거야? 식당이 맞긴 한 거야?'
호기심에 문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해가 저물고 드디어 식당에 불이 켜집니다.
탁탁탁, 지글지글, 보글보글.
분주한 음식 준비 소리와 함께 군침을 돌게 하는 음식 냄새까지.
그리고 누군가 나타납니다.
간판을 확인한 후 심호흡 뒤...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간신히 일어선다. 왜 이런 곳에 왔을까 후회가 밀려든다. 그러나 후회의 반대편엔 희망이 존재한다. 이곳에서라면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희망. 그가 입을 연다.
"저, 오늘 자정으로 예약했는데요......"
여자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살며시 미소 지으며 답한다.
"네, 어서 오세요. 마녀식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page 14
이 식당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을까?
마녀식당의 탄생부터 다시 이야기는 거슬러가게 됩니다.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지닌 진의 엄마.
엄마가 나긋한 목소리로 자신에게 말을 걸 때는 뭔가가 있는 것인데...
"그래서 모처럼 만난 김에 언니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지. 처음엔 기대도 안 했어. 왜냐하면 그 언니 음식 솜씨는 옛날부터 맛대가리 없기로 소문이 나 있었으니까. 그런데 세상에, 숟가락을 내려놓기 싫을 정도로 너무 맛있는 거야. 얘, 난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맛있는 청국장은 처음 먹어봤어."
...
"그게 부러워서 우리도 식당을 하자는 거야?"
"아니지, 아니지. 너도 알다시피 내가 음식 만드는 재주는 없잖니. 그래서 탐은 났지만 식당 차릴 생각은 하지도 않았어. 그런데 말이야, 경희 언니가 은근슬쩍 나를 불러서 말하는 거야, 내가 한다면 식당을 싸게 준다고."
"잘되는 식당을 왜 우리한테 넘겨?"
"왜겠어, 이미 돈은 벌 만큼 벌었으니까 넘기는 거지. 경희 언니가 그러더라고, 이제는 여행도 다니면서 인생을 즐기고 싶다고. 게다가 요즘 몸도 안 좋아져서 좀 쉬어야겠다 싶었대. 나 돈 좀 벌라고 넘기고 싶다는 거야. 우리가 남도 아니고 서로 돕고 살아야지 않겠냐고 하면서 말이야." - page 26 ~ 27
절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반대하려고 했는데 운명은 진의 다짐대로 흘러가지 않게 됩니다.
5년간 사귄 남자친구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
거기다 지방 지사로의 인사 발령.
"이 식당이 우리한테는 로또야. 그깟 회사 때려치우고 엄마랑 식당이나 하자. 이 꼴 저 꼴 험한 꼴 보지 말고 편하게 살자고, 응?" - page 30
결국 이 말에 홀딱 넘어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식당의 주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외진 데에 위치한 작고 허름한 곳에 있는 '진미식당'은 처음 기우와는 달리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부자 되는 건 시간문제야. 역시 인생은 한방이라니까!" - page 31
이렇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하면 이 이야기가 탄생하지도 않았겠지요!
식당을 인수하고 보름이 지났을 무렵부터 직원들은 하나 둘 나가기 시작하고 주방장마저 아무런 언급없이 출근하지 않게 됩니다.
사람들도 발걸음을 끊게 되고 한숨만 늘어가고 있었는데...
참맛식당
(구)진미식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변함없는 말, 변함없는 가격으로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오픈 기념! 음료수 무료 서비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풍경.
진미식당을 나갔던 직원들 모두, 주방장까지 버젓이 일을 하고 있고 더 어처구니없는 건 주인이 바로 경희 아줌마였습니다.
"우리 딸, 엄마가 미안하다. 네가 힘들게 번 돈인데 그걸 다 말아먹게 생겼으니...... 내가 미친년이다, 미친년......"
엄마는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엄마 울지 마. 경희 아줌마랑 그 여자들 내가 가만 안 둘거야. 다 복수할 거야."
진은 이를 악물었다.
"네가 무슨 수로 복수를 해? 복수를 궁리할 시간에 네 행복을 궁리하는 게 더 똑똑한 거야." - page 41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십 년 동안 연락 한 번 없던 아빠의 경구완을 위해 엄마가 시골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
홀로 남게 된 진은 식당을 팔려고 하는데 이런 외진 곳을 누가 인수하려 할까......
하던 찰나!
식당을 인수하겠다는 여자가 등장합니다.
당신의 어떤 소원이든
마녀.
자신이 마녀라는 이 여자.
"식당 임대료 내기도 벅차죠? 이 식당을 내게 주면 임대료는 낼 수 있을 거예요. 수익금도 절반씩 나누도록 하죠."
여자는 진의 사정을 빤히 꿰뚫고 있었다.
"식당 상호를 바꾸는 것 외에 다른 서류 작업은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그러니까 이 식당은 앞으로도 계속 아가씨 것이에요. 쉽게 말해 이 식당을 나에게 빌려준다고 생각하면 돼요. 나를 주방장으로 고용하는 걸로 해도 되고요. 어때요, 아가씨는 손해 보는 것 없지 않겠어요?" - page 50 ~ 51
그렇게 마녀식당이 탄생하게 됩니다.
10년 동안 자신의 꿈마저 접으면서 남자친구 뒷바라지를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자신을 버린 남자친구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선미'.
주호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어느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는 학교폭력에 지쳐버린 '길용'.
가난한 가정 환경으로부터 당당히 세상을 나아가고자 하지만 세상은 그런 그를 외면해 결국 강도짓까지 벌이게 된 '윤기'.
도통 결혼을 안 하는 아들이 장가가는 게 마지막 소원이신 일명 '청소 반장님'인 빨간 두건 할머니.
이들은 소원을 이루기 위해 마녀식당으로 찾아가게 되고 마녀로부터 소원이 이루어질 음식을 대접받게 됩니다.
단!
이에 대한 대가는...
"라푼젤 이야기를 아나요? 라푼젤의 아버지는 양배추 한 통을 얻기 위해 마녀에게 앞으로 태어날 자신의 딸을 바치죠. 양배추 한 통에 대한 대가로 아이 하나. 마법의 지불 체계를 정확히 보여주는 예랍니다. 참으로 공평하지 않나요?" - page 50
소원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지불하게 됩니다.
돈이 아닌...
아마 이 소설에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모든 일이 지나간 후, 윤기는 마녀식당을 떠올렸다. 어찌 됐든 소원은 이루어진 셈이었다. 하지만 의문은 남았다. 이 드라마틱한 전개는 삶의 우연이 빚어낸 결과였을까? 아니면 정말 마녀식당의 요리에 깃든 마법의 힘 덕분이었을까?
어쩌면 삶 자체가 마법인지도 몰랐다. - page 199 ~ 200
마녀식당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마녀가 이야기합니다.
"마녀는 아주 오래전부터 힘없는 이들을 위해 존재해왔어. 세상의 힘없는 이들이 손을 내밀 때 그 손을 잡아주기 위해 마녀식당은 존재하는 거야." - page 326
간절한 사람들에게만 열리는 마법의 식당.
아마도 그 마법의 식당은 우리의 가슴속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혹시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나요?
그렇다면 한 번 찾아가 보시는 건 어떨지...
"어떤 소원을 주문하시겠어요?"
언제든 환영해 줄 마녀식당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