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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 죽여야 사는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 지음, 박제헌 옮김 / 세계사 / 2021년 7월
평점 :
제목에서 아이러니함을 느꼈습니다.
이 두 단어...
과연 매치가 되는 것일까...?!
라고 생각했지만 소설을 읽을수록 이는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것을!
무엇보다 이 조합이 너무나 신선해서 몰입할 수밖에 없었음을!
'카르스텐 두세' 작가에게 이런 색다른 매력을 선사해주셔서 감사함을 전하며...
본격적으로 소설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완전히 취향 저격을 당해서
이 작가의 책은 다 읽고 싶은 마음이에요." - 장강명 소설가
"클리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기발한 범죄 이야기에
머리를 꽝 맞은 것 같았습니다." - 표창원 프로파일러
『명상 살인』

과도한 업무에 늘 시달리고 결혼생활에는 위기를 맞은 변호사 '비요른'.
아내 카타리나가 그에게 지속적인 긴장 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더그 역시도 변화를 시도해보고자 하는 마음에 '명상'을 접하게 됩니다.
그래서 1월의 어느 목요일 저녁, 새로운 명상 코치와 상담을 예약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도착했을 땐 약속 시간에 25분이나 늦었습니다.
지각한 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는데 자신의 주요 고객인 드라간 세르고비츠의 동료가 약혼반지를 사기 위해 보석 가게에 가 사건을 일으켜 그를 변호하고 풀려나게 하는, 즉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느라 - 사실 그가 하는 일은 나쁜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는 대가로 돈을 버는 매우 성공한 형법 전문 변호사이기에 - 늦어졌을 뿐이었습니다.
명상 코치 '요쉬카 브라이트너'는 별 관심이 없고 그저 그에게 여기에 온 이유를 묻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증오합니다."
"둘 중 어느 것이 당신에게 더 영향을 미칩니까?"
"사랑과 증오 중에서요?"
"여기에 온 이유가 뭐죠?"
"후자 때문입니다."
"그리고요? 그게 당신의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목이 뻐근해지고 위통에 호흡 곤란..."
"그럼 오늘 상담은 가빠진 호흡을 가라앉히는 연습으로 마치는 게 좋겠군요." - page 33
훗날 이 명상 덕분(?)에 살인자가 될 줄이야...
명상을 하면서 조금씩 소중한 딸과의 시간을 가지게 되고 마침내 여행을 계획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행 가기로 한 주말 아침.
전화벨이 울립니다.
자신의 주고객인 '드라간'의 호출.
(벌써부터 불길함이란...)
사건은 이러했습니다.
범죄 조직 우두머리 드라간과 그의 비서 사샤가 슬로바키아로 떠났다. 도중에 드라간의 무라트의 연락을 받았다. 무라트는 드라간의 라이벌 조직 두목 보리스가 이고르를 고속도로 주차장에 보냈다고 말했다. 드라간의 구역에서 마약을 거래하면 이고르는 형법은 물론 두 조직 간 합의 사항도 어기게 된다. 협약은 다른 조직 구역에서의 마약 거래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그럼 그게 당신이 마약을 가진 자를 살해한 이유였나요?"
드라간이 다시 새 담배를 꺼냈다. 남자의 손은 사람 손이라기보다는 맹수의 앞발 같아서, 연극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그러나 담배를 잡고 새끼손가락을 편 모습이 점잔을 빼며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다음에 이어진 말로 깨졌다.
"음, 난 마약을 가진 자를 죽이지 않았어. 내가 죽인 건 이고르였지."
"이거 난감하군요." - page 77
한 두목이 직접 라이벌 두목의 오른팔을 죽였다는, 아주 좋지 않은 이 상황.
하필이면 이 사건 현장을 쉰 명의 아이들이 목격을 하였고 영상을 찍었으며 이미 배포하여 뉴스 방송 영상으로도 나온 최악의 상황에 딸과의 약속도 중요한 이 순간을!
"드라간, 그럼 이제 이 건물에서 나가지도 못합니다. 지하 차고 입구에 이미 사복 경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트럭을 샅샅이 뒤지겠죠."
"그럼 네 차를 타고 가자."
"뭐라고요?"
"난 트렁크에 타고, 넌 날 도시에서 빼내. 그다음에 또 의논하지."
내가 할 말을 잃고 그를 쳐다보았다. 심박수가 단기간에 폭주했다. 이자가 진심은 아니겠지. 그는 내 시간의 섬에 잠시 발을 들인 게 아니라 아예 섬 전부를 차지하려고 했다. 에밀리를 사무실에 두거나 이 범죄자와 함께 차에 태우고 가야만 한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카타리나에게 한 맹세를 깨게 된다. 약속을 어긴 거다. 내가 에밀리를 돌볼 때는 그 어떤 것도 배제하고 오직 아이에게만 집중한다. 그게 우리 관계의 기반이었다. 이제 그 기반이 불량배 하나 때문에 무너져야 하는가? - page 89 ~ 90
그동안 배운 - 몇 가지 안 되는 명상 - 을 하며 이 상황을 수습해보고자 합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시간의 섬 속에서 순차적으로 해결하면 될 것이었습니다.
'시간의 섬'과 일명 싱글태스킹 철학'의 조합으로...

내 욕구는 어느 누구의 간섭도 없는 곳에서 딸과 함께 즐거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딱 서른여섯 시간 동안 말이다. 다리 위에 걸터앉아 있기. 견과류 먹기. 물고기 먹이 주기. 나의 과도하 책임감 때문에 그 모든 행복을 망가뜨릴 수는 없다. 억지로라도 스스로에게 명상을 강요해야 했다. 그럴 필요도 없어 보였지만.
반대로 인간 말종을 트렁크에서 꺼내준다면 그 즉시 모든 것이 끝나버릴 거다. 에밀리를 위한 주말, 낚시, 수영, 견과류 먹기 전부 다. 그리고 아빠는 거짓말쟁이가 되겠지. 그보다 곤란한 상황은 그 아빠가 중범죄자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일이다. 물론 에밀리는 이 일을 카타리나에게 말할 것이다. 그러면 명상으로 다시 쌓아온 우리의 관계도 끝장이다. 에밀리와도 마찬가지다.
트렁크를 여는 건 내게 유리한 면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트렁크를 닫아둔다면 모든 것은 그대로일 것이다. - page 115
그렇게 명상으로 마음이 가는 대로 했을 뿐인데 '살인자'라는, 그것도 그동안 불행했던 변호사 때 보다 행복한 살인범이 되게 됩니다.
어느 한순간도 쉬이 넘어가지 않고 사건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의 연속이 일어나지만 의! 외! 로!! 명상을 통해 유유히 빠져나갈 길이 만들어지고...
읽으면서도 조마조마한 마음 반과 명상으로 인해 평온해지는 마음 반이 서로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과연 그의 행적은 들통이 나게 될 것인지...
소설의 마지막에서 확인해 보시길 추천해 봅니다.
정말 간만에 정신이 번쩍 들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이게 가능하다고?'에서 시작해 '가능했네. 아니 오히려 조화롭네.'로 맺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소설 속에 나오는 명상법도 다른 한 권의 책으로 만나도 손색없기에, 어쩌면 당연한 명상법들이기에 더 주인공의 심리에 접근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어떤 말보다 이 소설은 그냥 읽어봐야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요즘.
또 날도 덥기에 이 같은 추리, 범죄 심리, 블랙코미디와 명상의 환상적인 조합 속에 빠져들어보는 것은 어떨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