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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적 충동 -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조지 애커로프, 로버트 J. 쉴러 지음, 김태훈 옮김, 장보형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야성적 충동(인간의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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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대형 버블 붕괴를 정확히 예측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 로버트 실러. 그래서일까! 그에겐 '카산드라(Cassandra·불길한 예언을 하는 사람)'라는 음울한 별칭이 따라붙었다.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주택가격 지수인 '케이스-실러지수'를 개발한 부동산 석학이지만, 주식과 금융 분야에서도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어 FT(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3월 그를 '세계 경제를 구원할 글로벌 리더 5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하기도 하였다.
그런 그가 최근 행동경제학자이자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Akerlof) 미 U.C.버클리 교수와 함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란 책을 출간하였다.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과 그것을 올바르게 관리하여 번영을 누리는 법을 알려면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즉 야성적 충동을 유발하는 사고 경향을 주목해야 한다. 행동의 기저에 깔린 심리적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면 중요한 경제 현상들을 결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 원서의 부제는 "인간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세계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이다.
애커로프와 쉴러는 "경제학적 개념에서 야성적 충동은 경제에 내포된 불안정하고 일관성이 없는 요소를 말하며, 사람들이 모호성이나 불확실성과 맺는 독특한 관계를 가리킨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경시되거나 아예 무시되어온 측면들이 부각되는 것이다.
나아가 "현재의 금융위기 및 주택위기와 같은 경제위기가 대부분 사고 경향의 변화에 기인한다"고 역설한다.
예를 들자면 실제로 외견상 견실한 재무구조에도 불구하고 단 며칠 만에 유동성이 바닥 나 파산에 내몰린 베어스턴스나 리만브라더스 사태는 돈을 떼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에 휩싸인 기관투자자들의 군중심리에 영향 받은 바 크며 또 서브프라임 부실과 별 연관이 없으면서도 태평양 건너 한국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전반이 무차별적으로 혼란에 휩싸인 것도 이런 사고의 전염효과로 어느 정도 설명된다.
경제학 이론은 애덤 스미스의 이론 체계와 최대한 편차를 줄이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발생하고 관찰되는 편차를 설명하는 데서 나와야 한다. 야성적 충동은 지금까지 일상적인 경제활동에서 뚜렷하게 작용해왔기 때문에 경제의 작동원리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반드시 야성적 충동을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야성적 충동』은 인간의 사고 경향 혹은 행태 속성을 제대로 간파해야만 버블과 붕괴의 고통이 되풀이되는 것을 회피하거나 적절한 보완책을 강구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에 기반을 두고 경제가 작동하는 실제 방식을 분석하고 사람들이 너무나 인간적인, 야성적 충동에 끌려 너무나 인간적인 행동양식을 따를 때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경제의 진정한 작동 방식에 대한 무지로 인해 어떻게 신용시장이 무너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실물경제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헀는지 그것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창의성이 온전히 발휘되는 무대를 제공하되, 야성적 충동이 야기하는 과잉을 통제해야 한다」
그렇다면 '야성적 충동'이라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야성적 충동'은 스피리투스 아니말리스라는 라틴어에서 파생된 것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활기찬 정신'이라는 뜻이다. '야성적'이라는 단어는 '마음의' 혹은 '생기에서 나온'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근본적인 정신적 에너지나 생명의 힘을 가리킨다.
이 말을 근대적 의미로 처음 쓴 사람이 존 메이너드 케인스(Keynes)이다. 그가 1936년에 쓴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그는 당시 야성적 충동이 사람들로 하여금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직원을 고용하고, 돈을 소비하도록 움직이는 정신이라고 말했다.
책에서 말하는 '야성적 충동'은 행동에 대한 즉흥적인 욕구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동물적 본성 혹은 야성적 혈기 정도로 번역되기도 한 이것은 이 개념이이야말로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응하는 케인스 사상, 특히 [일반이론]의 핵심이다.
"그런데 그는 이 충동이 경제 이론으로는 분석하기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그건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불확실한 것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와 관련되기 때문이죠."
이것은 수리적인 계산과 추정에 기반한 이성적, 합리적 접근에서 벗어나 보다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측면에 관심을 환기시켜 저자들은 경제학에 심리학 혹은 사회학적 통찰력을 가미한 행동경제학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경제학에서의 경제학적 개념에서 본 야성적 충동은 경제에 내포된 불안정하고 일관성이 없는 요소를 말하며 사람들이 모호성이나 불확실성과 맺는 독특한 관계를 가리킨다.
우리는 때로 야성적 충동에 억눌려 주저하지만, 때로는 야성적 충동에 힘입어 두려움과 우유부단함을 극복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실러 교수는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요인으로 야성적 충동과 자신감, 이야기를 꼽았다. 이 세 가지 요소는 긍정적으로 발현되면 '기업가 정신'으로 이어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반면, 자신감이 지나치면 야성적 충동은 투기 붐으로 연결된다.
실러 교수는 "2000년대 들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나라가 동시에 주택 버블을 겪었다"면서 그 원인을 '중국과 인도, 그리고 다른 나라들의 급속한 발전'에서 찾았다. 그는 "감각있는 사람들은 빨리 부자가 됐고, 그들에겐 '부동산을 사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만약 나의 길을 가고 싶다면 자신의 일에 더 집중하거나, 박사 학위를 따든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주택을 사는 것은 더 이상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택시장에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신뢰 지수가 높아져도 갑작스러운 변화를 보기는 어렵습니다. 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로버트 실러의 인터뷰기사중에서
실러 교수는 "우리가 다시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야성적 충동』은 인간의 사고 경향 혹은 행태 속성을 제대로 간파해야만 버블과 붕괴의 고통이 되풀이되는 것을 회피하거나 적절한 보완책을 강구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거시 경제의 상승과 하락은 근본적으로 이야기에 의해 일어난다. 이해하기 쉽고 인간적 흥미를 자아내는 이야기들은 전염되면서 경제를 움직인다. IT 버블과 주택 버블을 낳았던 것도 '이야기'였다. 빠르게 세계화되는 경제에서 내 주변의 친구와 이웃, 가족 모두가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거대한 이야기가 통째로 무너졌다.
경제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을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불행히도 아직은 그것이 없다. 이번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과 비즈니스 저술가들이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종종 경제 현상을 왜곡하고 인위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대단히 불행한 현실이다. 그들은 개인적 감정과 생각, 열정의 다양성은 경제 현상에서 전반적으로 중요하지 않으며, 경제 현상은 불가해한 기술적 요인이나 변덕스런 정부의 행동에 따라 발생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사실 경제 현상의 기원은 사람들의 익숙하고 일상적인 생각 속에 있다.
정부가 자본주의 경제에서 발생하는 합리적, 비합리적 충격들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케인스의 유산과 정부의 역할이 계속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 대공황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보호 시스템은 그 동력을 잃어갔다. 따라서 이제는 경제적 동기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야성적 충동까지 반영하는 진정한 자본주의 경제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자본주의의 좋은 점은 인간의 공격 본능에 배출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금세기는 중국과 다른 아시아 나라들의 수십억 사람들이 감춰뒀던 잠재력을 발휘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 얘기는 미국과 독일이 위협받는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것은 좋은 뉴스라고 생각하며 살아 있어서 신나는 시대이다.(It's great time to be alive.)" - 로버트 실러의 인터뷰기사중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커로프 교수와 저명한 금융경제학자 로버트 쉴러가 함께 저술한 『야성적 충동』은 케인스 혹은 그의 대표작인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의 근본적인 메시지를 현대적인 맥락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이것은 최근의 경제가 이미 해결된 것으로 생각했던 많은 의문들을 다시 불러왔고 이제 사람들이 급하게 해답을 찾고 있어 대공황에 비견되는 끔찍한 충격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시대의 문제와 극복 방안에 대한 것으로 케인스의 진정한 정신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이다.{326)
모든 문제는 원인과 결과가 반드시 있다. 이 문제들은 하루 아침의 문제가 아닐진데 지금 우리 눈 앞에 보이는 이 문제점들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무쪼록 이 책으로 그 원인에 대해서 또한 해결점의 실마리를 조금이라도 풀 수 있는 그런 시간으로 남길 바란다.
롤러코스터의 죽을 것 같은 아찔한 울렁거림에서 하루빨리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