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익숙하기만 하고 그 진가를 헤아리지 못해서 동아시아 문화를 포함해 우리 문화를 온전히 못누리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음양이론적이라거나 고리타분한 성리학이라거나 비과학적이라는 비판들은 오늘날 현대인 관점에서 하는 말이고 동시대인 관점에서 뛰어난 점을 알 수 있어야 타당한 비평을 할 수 있을거 같다.

예~전에 영어논문 글쓰기를 진짜 전문가에게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이 영어작문외에도 문학비평이나 미술비평 분야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근사한 미술비평 글쓰기를 엄청 즐겁게 감상했던 기억이 있다.

또, 잠깐 본 일본만화에서, 박물관과 절을 돌아다니면서 불상을 감상하는 불상동호회를 보고, 와아 이런 건 해볼만 하겠다 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문학 책들은 단어 찾기가 찾기가 구찮고, 문학이 추구하는 내용들이 계속해서 흥미롭지는 않았다. 미술비평은 서양미술의 접근성이나 담은 내용들이, 잘 모르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동아시아 전통 문화를 포함한 우리문화 감상에 대한 것들은, 많이 본격적이지는 않았지만, 질리거나 지침없이 꾸준히 욕구가 간직된거 같다.

점차 우리문화에 대한 대중서들이 수준이 올라가면서, 다양한 재밌는 비평들을 손에 접할 수 있게 된거 같다. 예를 들어 도올 김용옥의 동양고전 번역도 좋고, 김상섭의 고증주역에 관한 책들도 좋다. 

조선의 정주성리학 얘기는 곧잘 들어왔고, 조선 후기 진경시대 얘기도 가끔 들었다. 마침 배경지식을 주는 책도 읽게 되었다.














하지만, 진경시대에서 대표 미술양식인 진경산수화는 생각보다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진경산수화에서 '진경'과 '산수화'의 진면목은 정말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본격적인 조선시대 미술비평이라 할 만한 책을 만나니, 깜짝 놀랐고, 살짝 설레기까지 했다. 이성현의 <노론의 화가, 겸재 정선>은 정말 본격적인 조선미술비평이다. 그림은 물론, 한문고전, 당시 정치상황, 화가의 상황까지 모두 끌어모아 진정스러운 주장을 펼치고 논거를 제시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전 고전해설과 미술비평들의 허술한 점들을 송곳처럼 지적하고 해결로써 자신의 대안과 주장을 차분히 설명한다. 무척 재밌고 통쾌하고 짜릿하다.


성리학과 주자성리학은 인간의 내면중 어떤 것을 잘 잡아놓은 것으로 보여 융의 심리학의 '개성화과정'으로 읽을 수 있다고 많이 생각했고, 수묵화 그림은 주역에서 '상'을 잡는 것 같은 측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있었다. 아직 생각만이지만, 이런 단초들로 글을 쓰면, 그런 것들이 소소한 동아시아 문화 비평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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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 읽은 책 중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상하이에서 고대 중국을 거닐다>, <마음이 아플 때 불교심리학>들이 어떤 점에서는 뛰어난 기획을 했지만, 뒷받침할 점들이 모자라서 중간 정도 넘어가면 엉성함이 느껴진다. 















한국어판 서문에는 위 책을 쓰게된 계기가 훌륭하게 설명되어 있다. 간략하게 줄이면, 한국은 '강한 국가'를 견제할 수 있는 '강한 사회'를 갖는데 성공했지만, 일본은 그렇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본문에서는 이런 지적을 뒷받침할 얘기가 체계적으로 설명되어야 할텐데, 그렇지 않았다. 인터넷 뉴스처럼 자극적이고 눈길을 끌지만, 서문에서 밝힌 의도와 직접적으로 부합하기보다는, 어떻게든 관련이 되면 끌어오는 식으로 각장의 소재와 제목을 잡고, 해당 글도 가벼운 기행문이나 기사 같은 느낌의 글이 많아서, '강한 사회'가 없게 된 과정과 그 결과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가 갖고 있는 감정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잘 포착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하면 대안으로 제시한 방식은 만족스럽지 않다. 문제의식이 좋아서 감정에 대한 허술한 점을 잘 연구해서 그 허술한 점을 잘 설명해주지만, 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에대한 답은 많은 부분을, 우리가 불교에서 접할 수 있는 지식을 큰 체계나 진전없이 나열하고 만다.















이 책을 쓴 심재훈 교수님에 대해서는 일종의 팬심을 갖고 있어서, 이 책을 보게 된 것이다. 원래 교수님은 고대 중국 서진시대와 춘추전국시대 에 대한 전문적인 글을 쓰시는 분인데, 다음카페 '동아시아출토문헌연구회'에서 그 분의 글이나 강연 같은 것을 접하고 팬심이 생겼다. 원래 이 책도 다음카페에 일기식으로 올린 글을 먼저 읽었다가 책으로 보면 좀더 입체적으로 기행문을 감상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읽었지만, 일기에 텍스트로만 올린 글과 그렇게 다르지 않아서 쪼금 실망스러웠다. 일단 지도가 없다. 지도가 없으니 교통편 정보를 올린 것도 감이 오질 않고, 저자가 방문한 장소에 대한 감각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 이런 것을 포함한 부가정보를 조금만 더 넣고 책을 만들었으면 훨씬 좋았을 뻔 했다(예를 들어 책에서 언급하지 않은 좀 가볼만한 도시나 장소같은).















이 책은 정말 제목 그대로다. '불교'+ '심리학' 이다. 심리학을 다루는 다른 외국인 저자들보다는 '불교'에 능통하지만, 저자가 대상으로 삼는 독자는 아무래도 불교에 배경지식이 없는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심리학'에서 다루는 문제들도 이들 독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것들이 많은 거 같다. 내가 원하는 바가 있어서, '구사론'이나 '아비담마불교'같은 것들에 대한 해설서보다는 조금만 대중적인 방향이기를 바랐는데, 많이 서양대중적인 방향이어서, 많이는 아니고 약간 다소 아쉬웠다. 얼마전 읽었던 테오도르 준 박 의 <참선 1,2>와는 비슷하면서 결이 달랐다. 테오도르의 책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았음에도 한국선전통의 소개를 깊이있게 전달했지만, 잭 콘필드의 책은 괜찮은 부분부분들이 많았음에도 전체적으로 충분한 깊이를 만들지는 못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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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도올의 노자 책<노자가 옳았다>이 출간되었다. 최근까지 고전읽기의 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는 그의 책들은, 풍부한 고전읽기와 최신 논문까지 섭렵하여 간혹 과한 부분도 있지만 언제나 그의 박식함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넋놓고 읽고 있기 일쑤였다. 이 책도 그러리라 짐작되지만 아직 읽지는 못하고 있다.

노자 해석도 방향성을 잘 설정하고 의미를 붙여야 훨씬 설득력있고, 내용도 풍부해 보이는 거 같다. 노자를 불교시선으로 해석한 성현영의 <노자의소>, 기수련 관점으로 본 하상공주 도덕경, 왕필의 도덕경 모두 도의 의미를 설정한 방향대로 잘 보여준다.
















방향설정을 해야 좀더 깊이있고 제대로된 해석이 나오는 거 같다. 성현영의 해석을 보면 불교와 도교가 공유하는 지점이 어떻게 탄생하고 어떻게 공유되고 그리고 유교의 영역까지 어떻게 확장되는지가 잘 보인다.

<기수련으로 보는 도덕경>,<노자도덕경과 왕필의 주> 모두 김학목님의 번역인데, 전자는 다른 분과 공역이다. 후자를 너무 재밌게 읽고서 전자를 주문했는데, 후자는 깊은 이해와 연구가 함께해서 번역자가 관련해서 연구해 놓은 논문도 같이 수록할 정도지만, 전자는 서두에 간단한 소개만 올리고 본문에 하상공 주석을 딱 번역하고 더는 없어 서운할 정도였다.

하상공주를 모를 때는 도서관에서 기에 관련된 도덕경 책들을 보고는 어이없어 냉소를 지었지만, 뒤늦게 그 중에 멀쩡한 책도 있었겠다 싶었다.

이러한 하상공주를 포함해, 한의사도 겸하는 도올의 해석은 어떨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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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적용으로 본 자폐에 관한 책 <나는 자폐아들을 둔 과학자입니다>을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자폐에 관하여 직접적으로 기술한 학술서나 대중서는 아니고, 자폐아들을 둔 뇌신경학자의 삶을 이야기 형태로 가독성있게 정리한 책이다. 연구과정에서 반전과 자폐아들의 아버지에 관한 반전덕분에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마음이나 뇌의 기능을 인간만큼 구현하고 재현하는 것이 최첨단의 문제로 인식될만큼 어려운 문제이니, 발상을 바꿔보면, 일반인과 다른 뇌기능 장애를 구현하고 재현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 같다. 이 책에서는 자폐가 일어나는 이유가 원활치 않은 뇌기능때문이라고 흔히들 하는 생각과는 달리, 그와는 반대로 성능이 좋아서 외부 자극에 예민하고 공포와 당황스러움이 좀 더 빈번하고, 그에 대한 안좋은 기억도 오래 간직하는 경향들이, 자폐아들을 더욱더 안좋은 수렁으로 악순환시킨다.


글읽기는 좀 다른 관점을 필요로 한다. 메리언 울프는 전작<책 읽는 뇌>에서 매우 훌륭하고 명확하게 글읽기에 필요한 많은 뇌기능들을 밝혀놓고, 난독중은 이들 글읽기에 필요한 뇌기능들 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있는 증상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난독증을 가진 사람들은 매우 다른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일부는 복잡한 패턴인식에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신작<다시, 책으로>에서는 글읽기세대와 영상세대 간의 뇌활성영역의 차이를 강조하며, 글읽기가 인류에게 선물한 풍부한 뇌활용이, 영상세대에서는 퇴색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다만, 이스라엘에 너무 치우치는 몇몇 언급들은 눈을 찌푸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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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와 주역의 공통점 중 하나는, 기호 를 이용하고 기호들간 관계를 다각도로 점검하고 의미부여하는데 있다.


그래서 흥미로운 지점은, 어떻게 그 기호들이 그런 용도로 이용되었고, 이 이용에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를 음미하는 것이다.


주역은 역경과 역전으로 구성되는데 특히 역전 중 '계사'가 점치는 방법, 점치는 행위의 타당성 등등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거의 글로 쓴 최초의 제대로된 점치는법 이기 때문에, 후대 주역해석과 학문에 큰 영향을 끼친 다양한 어휘와 개념을 품고 있다.

이 계사의 최초의 개념들을 더할나위 없이 샅샅이 살피는 책이 나와 즐겁게 보고 있다.















주역대가들의 해석과 이해를 차분하게 정리하고 인용하여 중국철학의 시작을 하나씩 하나씩 음미할 수 있다.


이에 비하여 사주는 오행이론의 다양하고 철저한 응용이다. 중국철학의 시작과는 이미 멀리 떨어져서, 음양오행이론으로 밝혀진 다양한 관계로 사주팔자를 드러낸다. 개념음미보다는 사주가 팔자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나같은 실용성 측면에 집중한다.


중국 점술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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