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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지 1~10 + 전국지 가이드북 세트 - 전11권
요시카와 에이지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처음 일본의 전국시대 역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는 인물 때문이였습니다.
대한민국의 기록에서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왜국의 수장이였고 조선 역사 최악의 인물 중 한명으로 여겨졌던 그가
자국인 일본내에서는 그 어떤 역사 인물보다 인기있고 추앙받는다는 사실에 흥미를 가졌던 것이죠.
그런 관심을 시작으로 접했던 책이 '전국지'였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어린시절부터 천하를 내다보는 위치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였죠.
어찌보면 장편이라 할 수 있는 10권에 이르는 그 책과 호흡을 맞추어 다 읽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가졌는데
다행히도 그 호흡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지난 1~5권까지는 주군인 오다 노부나가의 수하로서 입신출세의 길을 걷는 히데요시의 모습을 다루었다면
후반부에 해당하는 6~10권은 본격적으로 천하에 욕심을 나타내는 히데요시가 등장합니다.
일본 전국역사의 가장 큰 사건인 '혼노사의 변'이 시작되면서 천하는 다시 한번 크게 요동치게 됩니다.
주군인 노부나가를 죽이기까지에 이르게 되는 아케치 미쓰히데의 심리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동안 전국시대를 다룬
역사소설에서는 이런 미쓰히데의 비중을 크게 다루지 않았었는데 전국지에서는 그 부분을 많이 드러냅니다.
어떻게 주군인 노부나가를 죽일 결심을 하게 되는지 인간 미쓰히데의 심리와 갈등이 역사라는 사실과 작가의 상상이 더해져 책 속에서
펼쳐지게 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잠시 히데요시의 전국지가 아닌 미츠히데의 전국지가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이 전국지인가.. 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히데요시가 주인공이지만 전국시대라는 역사의 큰 흐름에서는 주인공인 히데요시의 활약보다 어떤 시점에서는 더 주인공의 역할을 인물을 다룬다는 것이죠.
그렇게 혼노사의 변이 끝나고 기요스 회의에서 노부나가의 손자인 산보시를 옹립하면서 주도권을 잡아가는 히데요시의 모습에서
이 인물은 애초에 노부나가라는 주군에 대한 충(忠)보다는 천하에 대한 욕(慾)이 더 컸던 인물이 아니였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리고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천하인이였던 노부나가의 비명횡사 같은 죽음은 히데요시의 천하통일이라는 거대한 목적에 밑거름이 된 것이죠.
그렇게 기요스회의와 제2의 라이벌인 시바타 가츠이에를 토벌하는 시즈가타케 전투를 거쳐 이에야스와 유일하게 결전을 펼치는 고마키 나카쿠테에 이르면서 전국지라는 대서사시는 마지막을 장식하게 됩니다.
마지막 장을 넘기며 들었던 생각은 책을 다 읽었다라는 시원함보다는 아쉽다라는 서운함이 더 컸습니다.
아마도 이 책을 끝까지 읽는 독자라면 저와 같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될겁니다.
관백을 거쳐 태합에 이르면서 천하를 통일하는 히데요시의 인생의 정점을 이 책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이죠.
처음부터 이 책이 천하인이 되는 히데요시의 모습까지 다루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나 막상 그것을 실제 눈으로 읽게되니 서운함이
컸었던 겁니다.
작년 겨울부터 함께 해왔던 총 10권에 이르는 전국지와의 긴 만남을 끝내면서 느꼈던 것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일단 전국지라는 책이 가지는 볼륨을 생각해봤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전국지라는 세글자의 제목이 주는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그 무게를 끝까지 지탱을 했느냐.. 라는 평가를 내리게 됩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렇지는 못했다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영웅이 탄생했던 난세이기에 그 수많은 무용담을 10권의 한정된 내용에 담을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그런 난세의 핵심인물들과 사건들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전국시대의 백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력이 있습니다.
전국지뿐만 아니라 전국시대를 다룬 많은 역사소설들을 접했던 경험을 토대로 본다면 이 책은 재미가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은 작가의 역량이 크다고 하겠죠. 일본 소설의 대가인 요시카와 에이지라는 작가의 필력을 (물론 번역가의 힘이 컸지만) 느낄 수 있는 책이였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급마무리되는 스토리와 일본 특유의 미화(중국 삼국지를 착안했다는 점)가 곳곳에 등장했다는 것이 조금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읽게 되기도 합니다.
그 어떤 책도 읽는 모든 독자에게 100%만족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 것입니다.
읽는 독자들의 시선과 평가기준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도 분명 어떤이에게는 불편한 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무척 재밌게 읽었다는 점에서 만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긴 호흡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것을 방증하는 것이죠.
불세출의 영웅이였던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그가 천하인이 될 수 있었던 일본 전국시대
그 역사를 함께 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