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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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이후에 오랜만에 만나는 온다 리쿠 작가의 작품이였습니다.

이 책은 밤의 피크닉과 마찬가지로 성장기 소설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한 작가의 두 작품을 모두 성장기 소설로 접하면서 

이 작가는 이쪽의 특화된 사람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온다 리쿠의 작품들은 비슷한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표현방식이죠. 온다 리쿠는 그녀만의 특유의 감성적 또는 몽환적인 느낌을 책 속에

잘 녹아들어가게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그런 표현방법들이 곳곳에 나타나죠. 그래서 잊고 있었더라도 그런 표현법을 읽게되면 '아 내가 온다 리쿠의 작품을 읽고 있구나' 라고 생각이 듭니다.


책 속의 주인공은 총 4명입니다. 

미쓰히로, 간지, 요시쿠니, 오사무가 그들입니다.

이들은 명분 사립고등학교 학생들로 '쇼라이칸'이라는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겨울방학을 맞이해 다른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갔지만 이들 4명은 기숙사에서 남게 됩니다.

평상시에는 학교라는 규칙이 존재했던 곳이 또래의 아이들만이 남게 되고 주위의 통제가 사라지면서 그곳은 그들만의 '네버랜드'가 되게 됩니다.


이들은 미성년의 학생과 어울리지 않는듯한 행동을 합니다.

술과 담배가 그것이죠.

평상시에도 몰래 했던 것처럼 그들은 기숙사에 남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술과 담배를 접합니다. 이 부분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비중으로 등장합니다.

법과 질서를 잘 지킬것처럼 느껴지는 일본에서 미성년자들이 쉽게 담배와 술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상상이 안되기 하지만요.

그들이 있는 장소는 미성년 아이들의 울타리인 학교 기숙사 쇼라이칸, 그리고 그들이 접하는 것은 성년이 되어서야 합법적으로 접할 수 있는 술과 담배. 

작가는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의 구성을 통해 성년과 미성년의 사이에 있는 이들의 과도기로 표현합니다.

그들은 어른이 되고 싶어합니다. 
자신들의 꿈, 희망 등을 이야기하면서 주변으로부터 독립 또는 해방을 꿈꾸게 됩니다. 
남에게 밝히기 어려운 고민들을 서로에게 고백 하면서 그것을 치유해나가며 점차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지는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작가는 독자가 어떤 부분에서 흥미를 가지는지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이들의 대화에서 그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서로 자기 몸을 지킬 수 있게 규칙을 한가지 생각했는데. 지켜줄 수 있겠니?"
"규칙?"
"응. 딱 하나만 거짓말을 집어넣어라."

이것은 내기를 통해 진 사람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게 하는 게임을 하는 4명의 주인공들의 대화의 일부입니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말 못할 무거운 비밀을 듣는것이 부담스럽기에 거짓말이라는 요소를 첨가 시키는 것이죠.
여기서 거짓말이 등장하게 되면서 단순 성장기가 아닌 미스테리라는 요소가 첨가됩니다.
이들의 고민을 단순히 듣는것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추리하게 만드는 것이죠.

7일이라는 한정된 시간속에서 4명의 학생들은 자신들의 고민, 우정등을 재확인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7일이였지만 이들에게는 어른으로 나아갈 수 있는 소중한 7일이 되었던 겁니다.

책의 마지막을 덮으며 왜 제목이 '네버랜드'일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네버랜드는 피터팬의 동화이야기에 등장하는 가상의 나라입니다.
어린아이의 순수성이 존재하는 곳.. 어른들을 알 수 없는 곳이죠.
이곳은 어른들과 아이들의 경계가 되는 곳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순수성등이 네버랜드라는 울타리에 담겨져 있다가 사회라는 곳에 발을 내딛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그런 것처럼 말이죠.
그렇기에 네버랜드는 소중한 곳입니다. 
네버랜드를 벗어나는 것은 쉬울지라도 다시 돌아가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책을 읽는 몇시간... 저는 학창시절의 네버랜드를 잠깐이나마 다녀온 듯 합니다.


그곳에 영원히 머물 수 없기에... 더욱 간절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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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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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어둠을 맞이합니다. 여기서의 어둠은 강제적으로 빛을 제거한 어둠이 아닌 자연 스스로의 변화로 형성되는 어둠입니다.

그런 어둠은 누구에게나 같은시간동안 제공되며 결코 피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인간의 역사 이전부터 시작되었던 어둠이였기에 그 어떤 존재보다 익숙한 존재이기에 우리는 어둠을 곁에 두고도 크게 다르다라고 느끼지 못합니다. 그 어둠이 가지는 이중적인 모습을 말이죠.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인기작가의 작품이면서 더불어 그와 첫만남을 가지게 만들었던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대표작이라 하면 노르웨이 숲 또는 상실의 시대를 생각하지만 저는 단연 이 책을 꼽고 싶습니다. 

어둠, 시간의 흐름등의 자연적 요소를 통해서 인간의 내면을 들춰내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하룻동안 그것도 밤에서 아침으로 이어지는 제한적인 시간동안의 스토리가 펼쳐집니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대표적으로 에리, 마리 자매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진행됩니다.

자매이지만 너무나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에리와 마리.. 에리는 외모도 이쁘면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입니다.

반대로 마리는 그런 언니의 모습을 부러워하며 한편으로는 열등감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너무나 상반된 이미지의 두 주인공의 모습이 펼쳐지고 내용이 진행되면서 점차 작가의 의도가 책 속에 드러나게 됩니다.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는 에리이지만 오히려 그것에 대한 거부감을 느낍니다. 잠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일시적으로 벗어나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면서 그녀는 존재감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녀가 누구인지 그리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리죠. 그리고 그것을 작가는 몰래 들여다보는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드라마를 찍는 카메라 시점 같이 말이죠.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작가가 독자와 함께 에리를 관음증 환자같이 쳐다보게 만들어 버리고 에리는 그것에 대하여 무기력한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반대로 마리의 존재를 살펴보면 마리는 앞서 말했듯이 언니에 대한 열등감이 있습니다. 때문에 어둠이라는 곳으로 방황하게 됩니다.

화려한 시선의 빛의 존재 같은 언니 에리의 모습과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죠.

하지만 그녀는 능동적인 힘이 있습니다. 수동적인 에리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때문에 어둠속에서도 방황하지 않고 그녀만의 길을 걸으려 합니다. 


이야기는 두 자매를 비롯해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어둠에 가려진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사람을 폭행하고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 어둠속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들의 갈등이 얽혀가면서 시간은 점점 흘러갑니다.


어둠이 힘을 다해가고 새벽녘이 되면서 배경이 되는 도시는 어둠의 모습을 다시 숨기고 빛의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이 책의 백미는 바로 이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요.

빛이 점점 도시를 비춰가며 도시가 변해가는 부분에서 과연 하루키다.. 라고 생각이 듭니다.

몇자 안되는 그 묘사 부분들이 이 책이 가졌던 인간의, 도시의, 어둠의 이중적인 모습을 낱낱이 보여주는 겁니다.


책을 다 읽고 생각해봤습니다. 왜 제목이 어둠의 저편일까?

그것은 어둠이 가지는 이중적 모습이 인간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배경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둠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재밌습니다. 어둠이기에 모든것을 가리면서 반대로 모든것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어둠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어둠의 저편도 맞이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어둠속에서 또는 그 이중적인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겠지요.


책 표지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두개의 손이 서로를 놓치 않으려 꼭 마주잡는 모습이지요.

하나의 손은 인간의 겉모습을 다른 손은 그 속모습을 묘사한 것이 아닐까요?

두개의 모습은 모두 나 자신이기에 결코 놓아버릴 수 없습니다. 두 손들이 서로를 잡는 모습이 그것을 보여주지요.


이 책은 인간의 이중적, 현대의 이중적 나아가 자연의 이중적인 모습을 하루키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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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은 상식사전
이대영 지음 / 별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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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봤을때 '혹시 그 시리즈인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쯤 들어봤을 '지적 대화를 위한~ ' 이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책인 줄 말이죠.

이내 저자와 출판사가 다른것을 알고 실소를 터트렸습니다. 

마케팅의 일환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먼저 이 책의 제목을 유심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은 상식사전.. 지적인 대화를 위해선 필요한 상식을 담은 사전이라는 뜻인데 지적 대화라.... 

어떤 것이 지적 대화일까요?

지식 전달을 위해서 갖은 용어와 어려운 표현을 하는것이 지적 대화일까요? 아니면 심플하게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 지적 대화일까요?

이 책은 그 물음에 답을 하지는 않습니다만 후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책입니다.


책은 총 9가지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단어의 어원부터 영어 한마디 까지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소개합니다.

그런데 '와 책 한권에 이렇게 유용한 정보가 많이?!' 라는 생각보다는 '흠... 이런걸 넣었군, 이건 책의 흐름에 맞는 구성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것은 왜일까요?

좀 더 부드럽게 책을 구성했더라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책의 내용이 너무 언어라는 특정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영어 한마디, 어원, 고사성어 등등 상식을 전달하는데 있어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담았더라면 책의 제목처럼 넓은 상식사전이 

되었을 것을 말이죠.

차라리 제목을 '넓은 언어 상식사전'이라 표현하는게 더 맞을 듯 합니다.


앞서 말했지만 심플하게 정보 전달이라는 목적을 가진 책입니다.

여기서 심플이라는 것은 바쁜 현대사회를 대변하는 표현도 되는 것이죠. 빠르게 쳇바퀴 구르듯이 생활하는 요즘 현대인들에게

일목요연하게 정보전달한다는 취지에서 본다면 이 책은 괜찮은 책입니다.

자투리 시간, 간단하게 읽고 싶을때 읽으면 재밌는 책이죠.


다양한 잡학들이 책 속에 소개되어 있는데 어려운 내용이 아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책 속의 내용 중 재미난 것을 한 가지 소개하자면 '창고'의 어원인데 옛날 중국에 창씨와 고씨 성을 가진 두 사람이 곳간을 지키는 일을 했었는데 워낙 일을 잘하다보니 이들의 성을 따 물건을 저장하는 곳이 '창고'라는 명칭으로 지칭되었다.. 라고 합니다.

이렇게 어원을 찾다보면 재밌는 부분들이 많이 등장하죠.


책 한권을 다 읽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맘 편히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술술 읽을 수 있기에 독서를 어려워하는 분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어도 좋을 듯 합니다.



잡학이 진리라는 것을 모토로 세우며 등장한 책인데 잡학은 진리였으나 그 구성에 있어 아쉬움이 있었던 책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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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영미 옮김 / 창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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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집'이라는 곳은 가족들이 모여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때문에 내 집 마련이라는 현실적 목표가 사람들의 꿈이 될 수 있었죠.

하지만 최근 아동학대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결코 '집'이라는 공간이 가족들의 울타리 또는 안전공간이라는 인식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보금자리 또는 학대의 공간.... 점점 집이라는 곳은 이중적인 모습을 형성해가고 있는 것이죠.


이 책의 '집'은 어떤 곳일까요?

보금자리? 또는 학대의 공간? 제목이 그런 의문을 가지게 만듭니다. 제목조차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옛날에 내가 죽은 집' 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은 제목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 책입니다.

용의자 x의 헌신, 성녀의 구제 등 제목에서부터 거대한 스포일러가 형성되는 경우가 있지요.

이 책도 그런 의미에서는 스포일러가 제공되는 책입니다. 물론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그것을 알 수 있지만요.


7년전 헤어졌던 연인 사야카로부터 자신의 기억을 찾아달라는 연락을 받은 나카노.

사야카의 아버지가 남겼다는 지도와 열쇠를 들고 사야카와 함께 지도에 그려진 외딴 집을 방문하게 됩니다.

그곳은 사야카의 어린시절이 담겨있던 집... 게다가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기에 더욱 이상한 느낌을 주는 집입니다.

집 안을 돌아보며 점점 잃어버렸던 기억의 조각들을 찾아내는 사야카와 나카노는 집이 간직한 비밀에 대해서 점점 파고들게 됩니다.


처음 책을 봤을때 특이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표지에 있는 그림이 상당히 오컬트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신선한 느낌을 주는 책이였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되었죠.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하루라는 짧은 시간동안에 펼쳐지는 비밀의 조각들을 파헤쳐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서 흥미진진한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가장 익숙한 것이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을때 느끼는 반전은 무척 클 수 있죠. 이 책도 그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야카의 기억의 흐름이 점점 제자리로 찾아갈수록 그녀의 기억에 대해서 의문점을 가지게 됩니다.

그녀는 왜 기억을 찾으려 하는 것인가? 그녀가 잃어버렸던 기억은 외부의 상실인가? 아니면 주체의 망각인가? 라고 말이죠.


그렇게 책은 충격적 사실을 드러내면서 마무리가 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유의 반전 매력이 드러나면서 말이죠. 


저는 끝까지 이 책을 읽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읽으면서 매번 느꼈던 아쉬움의 종류인데 

용의자 x의 헌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책들이 그 흐름을 끝까지 이끌어가는 힘이 부족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의 의견입니다.)

이 책에서도 그것이 나타나더군요. '용두사미'라는 것이죠.


그런 아쉬움이 있지만 평타는 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기에 이 책도 그런면에서는 볼만했다라고 생각합니다.

책이 주는 첫인상은 불꽃은 강렬했으나 그 끝은 희미해졌다..라고 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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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지 1~10 + 전국지 가이드북 세트 - 전11권
요시카와 에이지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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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일본의 전국시대 역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는 인물 때문이였습니다.

대한민국의 기록에서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왜국의 수장이였고 조선 역사 최악의 인물 중 한명으로 여겨졌던 그가

자국인 일본내에서는 그 어떤 역사 인물보다 인기있고 추앙받는다는 사실에 흥미를 가졌던 것이죠.


그런 관심을 시작으로 접했던 책이 '전국지'였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어린시절부터 천하를 내다보는 위치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였죠.

어찌보면 장편이라 할 수 있는 10권에 이르는 그 책과 호흡을 맞추어 다 읽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가졌는데

다행히도 그 호흡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지난 1~5권까지는 주군인 오다 노부나가의 수하로서 입신출세의 길을 걷는 히데요시의 모습을 다루었다면

후반부에 해당하는 6~10권은 본격적으로 천하에 욕심을 나타내는 히데요시가 등장합니다.

일본 전국역사의 가장 큰 사건인 '혼노사의 변'이 시작되면서 천하는 다시 한번 크게 요동치게 됩니다.

주군인 노부나가를 죽이기까지에 이르게 되는 아케치 미쓰히데의 심리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동안 전국시대를 다룬

역사소설에서는 이런 미쓰히데의 비중을 크게 다루지 않았었는데 전국지에서는 그 부분을 많이 드러냅니다.


어떻게 주군인 노부나가를 죽일 결심을 하게 되는지 인간 미쓰히데의 심리와 갈등이 역사라는 사실과 작가의 상상이 더해져 책 속에서 

펼쳐지게 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잠시 히데요시의 전국지가 아닌 미츠히데의 전국지가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이 전국지인가.. 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히데요시가 주인공이지만 전국시대라는 역사의 큰 흐름에서는 주인공인 히데요시의 활약보다 어떤 시점에서는 더 주인공의 역할을 인물을 다룬다는 것이죠.


그렇게 혼노사의 변이 끝나고 기요스 회의에서 노부나가의 손자인 산보시를 옹립하면서 주도권을 잡아가는 히데요시의 모습에서 

이 인물은 애초에 노부나가라는 주군에 대한 충(忠)보다는 천하에 대한 욕(慾)이 더 컸던 인물이 아니였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리고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천하인이였던 노부나가의 비명횡사 같은 죽음은 히데요시의 천하통일이라는 거대한 목적에 밑거름이 된 것이죠.


그렇게 기요스회의와 제2의 라이벌인 시바타 가츠이에를 토벌하는 시즈가타케 전투를 거쳐 이에야스와 유일하게 결전을 펼치는 고마키 나카쿠테에 이르면서 전국지라는 대서사시는 마지막을 장식하게 됩니다. 


마지막 장을 넘기며 들었던 생각은 책을 다 읽었다라는 시원함보다는 아쉽다라는 서운함이 더 컸습니다.

아마도 이 책을 끝까지 읽는 독자라면 저와 같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될겁니다.

관백을 거쳐 태합에 이르면서 천하를 통일하는 히데요시의 인생의 정점을 이 책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이죠.

처음부터 이 책이 천하인이 되는 히데요시의 모습까지 다루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나 막상 그것을 실제 눈으로 읽게되니 서운함이

컸었던 겁니다.


작년 겨울부터 함께 해왔던 총 10권에 이르는 전국지와의 긴 만남을 끝내면서 느꼈던 것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일단 전국지라는 책이 가지는 볼륨을 생각해봤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전국지라는 세글자의 제목이 주는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그 무게를 끝까지 지탱을 했느냐.. 라는 평가를 내리게 됩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렇지는 못했다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영웅이 탄생했던 난세이기에 그 수많은 무용담을 10권의 한정된 내용에 담을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그런 난세의 핵심인물들과 사건들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전국시대의 백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력이 있습니다.

전국지뿐만 아니라 전국시대를 다룬 많은 역사소설들을 접했던 경험을 토대로 본다면 이 책은 재미가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은 작가의 역량이 크다고 하겠죠. 일본 소설의 대가인 요시카와 에이지라는 작가의 필력을 (물론 번역가의 힘이 컸지만) 느낄 수 있는 책이였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급마무리되는 스토리와 일본 특유의 미화(중국 삼국지를 착안했다는 점)가 곳곳에 등장했다는 것이 조금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읽게 되기도 합니다.


그 어떤 책도 읽는 모든 독자에게 100%만족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 것입니다.

읽는 독자들의 시선과 평가기준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도 분명 어떤이에게는 불편한 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무척 재밌게 읽었다는 점에서 만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긴 호흡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것을 방증하는 것이죠.


불세출의 영웅이였던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그가 천하인이 될 수 있었던 일본 전국시대

그 역사를 함께 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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