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언제나 어둠을 맞이합니다. 여기서의 어둠은 강제적으로 빛을 제거한 어둠이 아닌 자연 스스로의 변화로 형성되는 어둠입니다.

그런 어둠은 누구에게나 같은시간동안 제공되며 결코 피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인간의 역사 이전부터 시작되었던 어둠이였기에 그 어떤 존재보다 익숙한 존재이기에 우리는 어둠을 곁에 두고도 크게 다르다라고 느끼지 못합니다. 그 어둠이 가지는 이중적인 모습을 말이죠.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인기작가의 작품이면서 더불어 그와 첫만남을 가지게 만들었던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대표작이라 하면 노르웨이 숲 또는 상실의 시대를 생각하지만 저는 단연 이 책을 꼽고 싶습니다. 

어둠, 시간의 흐름등의 자연적 요소를 통해서 인간의 내면을 들춰내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하룻동안 그것도 밤에서 아침으로 이어지는 제한적인 시간동안의 스토리가 펼쳐집니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대표적으로 에리, 마리 자매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진행됩니다.

자매이지만 너무나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에리와 마리.. 에리는 외모도 이쁘면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입니다.

반대로 마리는 그런 언니의 모습을 부러워하며 한편으로는 열등감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너무나 상반된 이미지의 두 주인공의 모습이 펼쳐지고 내용이 진행되면서 점차 작가의 의도가 책 속에 드러나게 됩니다.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는 에리이지만 오히려 그것에 대한 거부감을 느낍니다. 잠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일시적으로 벗어나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면서 그녀는 존재감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녀가 누구인지 그리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리죠. 그리고 그것을 작가는 몰래 들여다보는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드라마를 찍는 카메라 시점 같이 말이죠.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작가가 독자와 함께 에리를 관음증 환자같이 쳐다보게 만들어 버리고 에리는 그것에 대하여 무기력한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반대로 마리의 존재를 살펴보면 마리는 앞서 말했듯이 언니에 대한 열등감이 있습니다. 때문에 어둠이라는 곳으로 방황하게 됩니다.

화려한 시선의 빛의 존재 같은 언니 에리의 모습과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죠.

하지만 그녀는 능동적인 힘이 있습니다. 수동적인 에리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때문에 어둠속에서도 방황하지 않고 그녀만의 길을 걸으려 합니다. 


이야기는 두 자매를 비롯해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어둠에 가려진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사람을 폭행하고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 어둠속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들의 갈등이 얽혀가면서 시간은 점점 흘러갑니다.


어둠이 힘을 다해가고 새벽녘이 되면서 배경이 되는 도시는 어둠의 모습을 다시 숨기고 빛의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이 책의 백미는 바로 이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요.

빛이 점점 도시를 비춰가며 도시가 변해가는 부분에서 과연 하루키다.. 라고 생각이 듭니다.

몇자 안되는 그 묘사 부분들이 이 책이 가졌던 인간의, 도시의, 어둠의 이중적인 모습을 낱낱이 보여주는 겁니다.


책을 다 읽고 생각해봤습니다. 왜 제목이 어둠의 저편일까?

그것은 어둠이 가지는 이중적 모습이 인간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배경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둠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재밌습니다. 어둠이기에 모든것을 가리면서 반대로 모든것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어둠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어둠의 저편도 맞이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어둠속에서 또는 그 이중적인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겠지요.


책 표지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두개의 손이 서로를 놓치 않으려 꼭 마주잡는 모습이지요.

하나의 손은 인간의 겉모습을 다른 손은 그 속모습을 묘사한 것이 아닐까요?

두개의 모습은 모두 나 자신이기에 결코 놓아버릴 수 없습니다. 두 손들이 서로를 잡는 모습이 그것을 보여주지요.


이 책은 인간의 이중적, 현대의 이중적 나아가 자연의 이중적인 모습을 하루키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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