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살이의 기술 - 일잘과 일못을 가르는 한 끗 차이
로스 맥커먼 지음, 김현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사람의 인격이나 성향은 한 번 형성되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일찍 터득했다.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은 이유이다. 자기 계발서를 읽는다고 해서 자기를 계발하거나 없던 자기가 생기거나 늦잠 자는 습관을 바꿀 수 있다면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만 널리고 널렸겠지. 물건을 버리지 못해서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을 읽고 집안에 있던 쓰레기를(그야말로 쓰레기였다. 쓰레기. 나는 쓰레기를 몇십 년 동안 소중하게 간직하며 살았던 것이다) 버리고 정리를 한 적은 있다. 정말 중요한 인생의 순간이었다.

성공을 향한 지름길을 알려주거나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책은 알아서 패스. 그러나 사람 일은 모른다. 책이란 읽다 보면 다른 종류의 책을 연결해주는 중매자 같은 것이어서 자기 계발서라고 불리는 책을 읽기도 한다. 읽고 있는 책에서 그 책이 좋았다는 부분을 잊지 않고 그럼 나도 읽어볼까 하고 읽어보는 것. 로스 맥커먼의 『직장살이의 기술』은 이다혜의 『출근길의 주문』이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책이다. 간략하게 소개해 놓은 책의 내용이 흥미로웠다.

원래 이렇게 무슨 무슨 기술이라고 붙은 책은 읽어보면 그다지 배워서 써먹을만한 기술은 없게 마련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비유가 적당하려나. 그래도 당신이 일을 하면서 자존감이 한없이 낮아졌을 때 첫 입사 면접을 앞두고 있을 때 어찌어찌해서 면접에 합격해서 일을 하게 되어 첫 출근을 했을 때 옆에 있는 동료가 왕재수라는 사실을 터득했을 때 『직장살이의 기술』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로스 맥커먼은 항공사 잡지계의 에스콰이어라고 불리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기내 잡지사의 편집장을 맡고 있었다.

어느 날 그의 책상에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가 붙었다. 그는 전화를 걸었고 자신을 허스트 매거진의 채용 담당자라고 소개하는 사람과 연결되었다. 그가 평소에 선망하던 에스콰이어 잡지에서 사람을 구하는데 면접을 보러 뉴욕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로스는 날아간다. 단숨에. 재킷 없이 면접을 치른 경험으로 시작한 그의 회사 생활이 『직장살이의 기술』에 재미있게 담겨 있다. 실제 그가 한 바보 같은 일들이 있고 그 일에 대한 깨달음으로 형성된 조언이 재미있게 쓰였다.

여기까지 읽었는데도 이 책이 별로라고 생각이 된다면 『직장살이의 기술』의 목차만이라도 읽어보시라. '직장에서 옷 잘 입는 법, 회사에서 웃는 법, 신입 때 실수에 대처하는 법, 왕재수와 일하는 법' 같은 온갖 법들이 들어 있다.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메이저 잡지에서 일하며 겪었던 실수담이 섞이면서 이 책은 틈틈이 웃게 만든다. 그는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고 지칭한다. 유명한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이 많지도 않은 그가 직장에서 유능해지기까지의 과정과 나름의 방법이 있다. 자신을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읽으면 무수한 공감의 하트를 누를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다. 자고로 아웃사이더는 아웃사이더끼리 통하는 법이다.

직장에서만 통용되는 기술은 아니다. 동네 꼬마와 마주칠 때도 그 애가 이상하게 나를 쳐다보며 가던 길을 가지 않고 멈춰 서서 웃고 있을 때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직장살이의 기술』의 어느 한 부분을 가져와 적용 할 수도 있다. 가장 웃겼던 부분은 로스 맥커먼이 만든 테스트 문항이었다. 그가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하고 점수를 구하며 내가 진정 이상한 사람인가 아닌가를 판단할 때. 결론은 우린 모두 이상한 사람인데 월급 주는 그곳에서는 대체로 이상함을 잘 감추고 있다가 진짜로 왕재수를 어쩌다 운도 없이 만날 때 숨겨뒀던 이상함을 드러내 보이면 된다는 것이다. 기술이라고 이래라저래라 알려주고 있지만 바보 같은 웃음을 잃지만 않으면 직장살이를 계속할 수 있다. 그게 행운이지 불행인지는 알 수 없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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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주문 -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킹
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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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매일 버스를 타는 일이 이제는 익숙해졌다. 알람이 울리면 신나는 음악을 찾아 틀어 놓는다. 신나지는 않지만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신나는 기분이 들 것 같아서. 씻고 옷을 챙겨 입고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매일의 바람, 햇살, 구름의 크기를 보는 일보다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버스를 기다린다. 그러다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오면 아, 이제는 가을이구나 기분이 어두워진다. 밝아지는 순간은 은행 앱을 열어 월급 님이 들어오신 것을 확인했을 때. 오예.

이다혜의 책은 처음 읽는다. 그 책이 『출근길의 주문』이어서 좋았다. 읽는 내내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오로지 나와 나를 둘러싼 나의 환경에 대한. 자질구레한 상념들. 하늘은 높고 바람은 차가워진 주말 오후 내내 『출근길의 주문』을 읽었다. 주말이 있어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부족한 나의 지식의 곳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채울 수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책을 읽어도 사고의 영역은 넓어지지 않았다. 현상에 대한 나의 해석 보다 남이 만들어 놓은 관점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살고 있다.

『출근길의 주문』은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킹'을 다룬다. 실제 저자가 경험한 이야기를 토대로 쓰인 책이라 현실적이고도 이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읽을 수 있었다. '일터의 여성들에게'라는 부제가 붙었다고 해서 이 책이 여성들에게만 필요한 책은 아니다. 여성과 남성으로 나누는 이분법은 낡았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직장과 가정에서 겪을 수 있는 '여성'이라는 성별의 한계를 주로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담고 있다.

좋은 책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기 성찰을 유도하는 것이다. 『출근길의 주문』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무심코 했던 행동을 반성했다.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지만 또 그럴 수 있지만 그래도 나를 반성해 보는 것. 『출근길의 주문』의 장점이다. 많은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관계에 대하여」라는 글을 많은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읽고 나서 뻔히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말하더라도.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친구는 많다. 기쁘고 행복한 일에 대해 진정으로 축하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다는 내용에 인정했다.

'타인의 불행을 수집하는 사람이 되지 말 것'이라고 이다혜는 말한다. 일하다가 혹은 사교 모임에서 남의 험담을 주로 하다가 돌아오면 굉장히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고 그 하루는 망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말과 글에 주의해야 함을 피력하고 직접 체험한 일을 근거로 직장에서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사항을 알려준다. 가족에게는 절대 자신의 수입을 알리지 말고 직장에 다니는 동안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큰언니처럼 알려준다 (가장 중요한 일은 책의 마지막에 나와 있다. 알고 싶으신 분들은 『출근길의 주문』을 꼭 읽어 보시라).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첫 학교, 첫 직장, 첫 결혼. 하물며 사는 것도 처음인데 삶은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 어려움에 빠질 때마다 도망가고 숨을 것인가. 『출근길의 주문』은 삶이 걸어오는 싸움에 지고 구렁텅이로 빠졌을 때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세상에 지지 않는 법'을 가르쳐 준다. 현실의 사람이 해주는 잔소리와 충고는 기분이 나쁜데 책 속에서 다정히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조언해주는 그 말은 용기가 된다. 큰 회사와 작은 회사의 장단점, 스몰 토크를 할 때 주의할 점, 프리랜서로서 버티는 법, 일에 대한 자신의 신념 정비하기, 술자리를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출근길의 주문』 안에는 이 모든 의문에 대한 자상한 위로가 있다.

내가 하는 출근길의 주문. 일 끝나면 집으로 가서 책 읽으며 라이언 인형과 놀아야지. 귀염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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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모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6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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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연극을 보러 가도 공연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내 앞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집중하지 못하고 자주 땅바닥을 보곤 했다. 혹시 눈이라도 마주칠까 봐. 어색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지금은 꽤 유명해진 배우가 나온 연극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는 좀 튀는 걸 좋아해서 의미 없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제 막 연기를 끝낸 배우에게 내가 뭐라고.

페터 한트케의 『관객모독』의 시작은 흥미롭다. 기존 희곡의 서술의 방식에서 벗어난다. 배우를 위한 규칙들로 시작된다. 연극을 준비하는 배우들은 한트케가 지시하는 규칙을 이행해야 한다. 사물의 소리를 듣고 현상을 목도하는 일. 발성을 가다듬고 호흡법을 연습하고 얼굴 표정을 짓는 일이 아닌 소리를 들으며 의식의 밑바닥에 있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네 명의 배우는 대사를 따로 나누지 않고 원하는 방식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

여러분으로 시작해서 너희들로 끝나는 기괴한 연극. 배우의 음성이 아닌 활자로 된 언어로 『관객모독』을 보면서 무대를 상상했다. 그 안에는 숨을 자유롭게 쉬고 어색하게 눈치를 보는 일도 없을 것이다. 잘 차려입고 오랜만에 문화적 허영심을 충족하러 온 관객을 향해서 독설을 날린다. 기존에 봐 왔던 연극이 아니어서 관객들은 당황할 것이다.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여 그들의 의식을 허세를 낱낱이 까발린다. 『관객모독』은 줄거리가 따로 없는 희곡이다.

연기를 하지 않는 연기를 하며 대사가 아닌 대사를 한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배우의 움직임과 대사의 상징을 찾는 일은 의미 없는 일이다. 시간의 흐름이 있다고 믿는 관객에게. 지금 무대의 시간이 흘러 다음이 있다고 믿는 관객에게 이곳의 시간은 흘러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고 아무것도 흉내 내지 않는 연극을 한다고 당당히 말한다.

허구의 세계 안에서 환상은 실종된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은 환상이 되어 사라진다. 시간은 정지하고 언어는 소멸한다. 『관객모독』은 언어로써 시간의 부재를 증명하려 한다. 실컷 모욕과 모독을 보여주고 안녕히 돌아가시라는 끝인사를 하는 연극. 당신은 201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페터 한트케가 궁금해서 이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른다. 의미 없는 일.

『관객모독』은 의미 없음의 의미를 찾아간다. 당신이 찾고자 하는 의미는 이 세계에 어디를 둘러봐도 없으며 결국 의미 없음으로 귀결되는 결과를 받아들고 쓸쓸히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에서 퇴장할 일만 남았다. 한밤중 들려오는 개와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막힌 수챗구멍을 들여다보는 일. 문학은 존재하지 않는 구멍에 나를 끼워 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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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게일 허니먼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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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성형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내가 이루고 싶었으나 이루지 못한 신화로서 다가온다. 첫 소설로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를 쓴 게일 허니먼은 그런 작가다. 마흔의 생일을 앞두고 그녀는 결심한다. 정말로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그건 소설 쓰기라는 것을 깨닫고 글을 써 나간다. 글쓰기 과정에 지원하고 직장에 다니는 이 년 동안 소설을 썼다. 금요일 밤부터 출근하는 월요일 오전까지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 여성을 다룬 기사를 읽고 문제적인 인물 '엘리너 올리펀트'를 만들어 낸다.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를 읽고 나면 누구라도 벅차오르는 가슴 뜨거운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괜찮아'라고 말하는 엘리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남자친구에게 맞아서 퉁퉁 부은 얼굴로 입사 면접을 보고 그 회사에서 9년 동안 일을 하는 엘리너. 이제는 서른이 가까운 나이에 점심은 늘 혼자서 먹고 남는 시간에는 퍼즐을 푸는 엘리너. 단 한 번도 회사 내의 누군가와 점심을 먹은 적 없다. 동료들의 대화에도 끼지 못하고 이상한 여자 취급을 받는다. 그녀 스스로는 자신을 자발적인 아싸라고 부르기도 한다.

매주 수요일에는 정기적으로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를 꼼짝없이 받아야 한다. 얼굴에는 화상 흉터가 있고 손에는 습진이 있어 장갑을 끼고 다닌다. 한 주의 일이 마무리되는 금요일 오후에는 마트에 가서 장을 본다. 주말을 보낼 보드카를 사는 것을 잊지 않는다. 여기까지 들으면 엘리너는 혼자, 외롭게, 고독하고, 친구도 없는 누가 봐도 외톨이처럼 보인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다. 우리의 엘리너는 혼자의 삶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려 가고 있다. 아직 열린 마음으로 세상에 나설 수 있는 작은 용기가 없을 뿐이다.

절대적으로 혼자인 엘리너의 일상에 레이먼드가 들어온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엘리너의 컴퓨터를 수리해주는 레이먼드. 떨어져서 걸었으면 하는데 옆에 붙어서 질문을 던지는 레이먼드. 길에서 쓰러진 노인 새미를 구해주면서 둘은 어울리게 된다.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는 한 사람이 세상 속으로 섞여 들여가는 지난한 과정을 보여준다. 세상은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인생이란 내가 노력해야지 얻을 수 있다고 말이다.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소설이다.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애쓰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이가 도와 달라고 말하지 않아도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습진으로 장갑을 껴야 하는 엘리너의 손을 레이먼드가 잡았듯이 어깨를 두드려 주고 점심 먹자는 말에 흔쾌히 그렇게 하자고 말하는 것으로 기꺼이 타인의 외로움을 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일에 노력해야 한다고 쉽게 말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취업이 안 되고 결혼을 하지 못하고 집을 마련하지 못해도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로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 버린다.

엘리너가 가지고 있는 상처, 불운, 슬픔은 혼자서 이겨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 나름대로 자신만의 세계를 남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애썼지만 상처를 직시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있었다. 점심 같이 먹자. 잘 잤어? 오늘 만나지 않을래? 같은 사소한 안부의 말과 토닥임이 그것이었다. 엘리너는 과거의 불행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이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우리는 누군가와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야 한다. 엘리너에게는 레이먼드가 빛으로 다가왔다. 음식 먹을 때 말하고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고 담배 냄새를 풍기는 레이먼드.

엘리너 올리펀트의 내면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소설은 극적 반전도 놓치지 않는다. 그녀가 자신의 의지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세상을 향한 힘찬 걸음을 내딛는 결말은 눈이 부시면서도 아름다웠다. 애써 참아온 눈물이 났다. 엘리너의 손을 잡고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말하고 싶었다. 사실 우리 주위에는 엘리너들이 많다. 보고도 못 본 척했다. 주제넘게 오지랖을 부리는 간섭쟁이로 생각될까 봐 주저했다. 손발이 오그라들더라도 넌 혼자가 아니야, 저녁에 시간 괜찮아? 어렸을 때는 어떤 아이였어 같은 말을 해보자. 서를 향한 마음의 문이 열리며 그 순간은 기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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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 - 돈도, 시간도 없지만 궁색하게 살긴 싫었다
김유라 지음 / 차이정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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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 어떤 책을 읽었고 책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알 수 있는 책. 살아가다 보면 맞닥뜨리는 정체의 시간을 책을 읽으며 탈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뜨거워진다. 다른 것도 아닌 책으로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우울한 기분을 날려 버렸다는 내밀한 고백은 이상한 용기를 준다. 책이 아닌 다른 취미 생활을 갖지 않은 나로서는 말이다.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는 『1일 1짠 돈습관』을 통해서 알게 된 슈퍼짠 선발 대회 대상자 김유라의 독서기라고 해서 읽었다. 이 책은 재테크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유라의 북테크에 관한 기록이다. 일찍 결혼한 그녀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꿈꿨다. 아이를 갖기 위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었다. 힘겹게 임신을 하고 그동안 모아 둔 돈을 펀드에 넣었다. 은행을 다녔던 그녀에게 펀드의 유혹은 매력적이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 위기가 닥치고 펀드는 반 토막이 났다.

어떻게 모은 돈인데. 맞벌이를 하면서 안 쓰고 안 먹고 안 입고 넣은 돈이었다. 처음에는 좌절했고 우울증까지 왔다. 왜 내가 그랬을까. 뒤늦은 후회를 해도 소용없었다. 자식에게는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려야 했다. 언제까지 좌절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할 수 있는 있는 건 절약과 책 읽기였다. 아이가 낮잠을 잘 때 조금 자두고 틈틈이 책을 읽었다. 김유라는 가족이 잠든 자정에 책을 읽었다. 내가 넣은 펀드가 왜 반 토막이 났는지 궁금했다.

금융, 부동산, 투자에 관한 책을 읽으며 사태를 분석해 나갔다. 책은 주로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가족 수 대로 대출증을 만들어 빌렸다. 도서관 책이라 밑줄을 그을 수 없어 필요한 부분은 페이지와 단어를 적어가며 읽었다. 북테크의 시작이었다. 강의를 들으러 다닐 수도 따로 공부할 시간을 낼 수도 없는 그녀에게 책은 구원자나 마찬가지였다. 아이가 놀 때 잘 때 책을 읽으며 돈의 흐름을 익혔다.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는 책 읽기를 통해 나를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다. 처음에는 그냥 읽었다. 이해가 안되어도 끝까지 읽었다. 그러다 낯선 용어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지식을 통해 부동산 투자를 하고 블로그에 서평을 올렸다. 짠돌이 카페에서 주최하는 슈퍼짠 대회에서 대상을 타면서 방송에도 출연했다. 책 읽기의 영향력이었다. 의도하고 일을 시작하진 않는다. 그저 좋아서 내 삶에 용기가 될 것 같아서 어떤 일을 시작한다.

아들 셋을 키우며 부지런히 책을 읽은 김유라의 인생은 펀드가 반 토막이 난 시점으로부터 완전히 달라진다. 그때 실패해서 우울에 빠져 있었다면 자책만 하는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없었을 것이다. 책 읽기가 지금의 인생을 가능하게 했다. 책을 읽을 때 전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말라고 한다. 1책 1문장. 한 권의 책을 읽는다면 한 문장 만이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녀는 악한 가난뱅이가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선한 부자의 길로 가기 위해 노력한다.

불행한 어제를 잊고 용기를 낼 수 있는 오늘을 위한 일에는 책 읽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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