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주문 -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킹
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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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버스를 타는 일이 이제는 익숙해졌다. 알람이 울리면 신나는 음악을 찾아 틀어 놓는다. 신나지는 않지만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신나는 기분이 들 것 같아서. 씻고 옷을 챙겨 입고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매일의 바람, 햇살, 구름의 크기를 보는 일보다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버스를 기다린다. 그러다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오면 아, 이제는 가을이구나 기분이 어두워진다. 밝아지는 순간은 은행 앱을 열어 월급 님이 들어오신 것을 확인했을 때. 오예.

이다혜의 책은 처음 읽는다. 그 책이 『출근길의 주문』이어서 좋았다. 읽는 내내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오로지 나와 나를 둘러싼 나의 환경에 대한. 자질구레한 상념들. 하늘은 높고 바람은 차가워진 주말 오후 내내 『출근길의 주문』을 읽었다. 주말이 있어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부족한 나의 지식의 곳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채울 수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책을 읽어도 사고의 영역은 넓어지지 않았다. 현상에 대한 나의 해석 보다 남이 만들어 놓은 관점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살고 있다.

『출근길의 주문』은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킹'을 다룬다. 실제 저자가 경험한 이야기를 토대로 쓰인 책이라 현실적이고도 이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읽을 수 있었다. '일터의 여성들에게'라는 부제가 붙었다고 해서 이 책이 여성들에게만 필요한 책은 아니다. 여성과 남성으로 나누는 이분법은 낡았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직장과 가정에서 겪을 수 있는 '여성'이라는 성별의 한계를 주로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담고 있다.

좋은 책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기 성찰을 유도하는 것이다. 『출근길의 주문』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무심코 했던 행동을 반성했다.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지만 또 그럴 수 있지만 그래도 나를 반성해 보는 것. 『출근길의 주문』의 장점이다. 많은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관계에 대하여」라는 글을 많은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읽고 나서 뻔히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말하더라도.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친구는 많다. 기쁘고 행복한 일에 대해 진정으로 축하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다는 내용에 인정했다.

'타인의 불행을 수집하는 사람이 되지 말 것'이라고 이다혜는 말한다. 일하다가 혹은 사교 모임에서 남의 험담을 주로 하다가 돌아오면 굉장히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고 그 하루는 망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말과 글에 주의해야 함을 피력하고 직접 체험한 일을 근거로 직장에서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사항을 알려준다. 가족에게는 절대 자신의 수입을 알리지 말고 직장에 다니는 동안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큰언니처럼 알려준다 (가장 중요한 일은 책의 마지막에 나와 있다. 알고 싶으신 분들은 『출근길의 주문』을 꼭 읽어 보시라).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첫 학교, 첫 직장, 첫 결혼. 하물며 사는 것도 처음인데 삶은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 어려움에 빠질 때마다 도망가고 숨을 것인가. 『출근길의 주문』은 삶이 걸어오는 싸움에 지고 구렁텅이로 빠졌을 때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세상에 지지 않는 법'을 가르쳐 준다. 현실의 사람이 해주는 잔소리와 충고는 기분이 나쁜데 책 속에서 다정히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조언해주는 그 말은 용기가 된다. 큰 회사와 작은 회사의 장단점, 스몰 토크를 할 때 주의할 점, 프리랜서로서 버티는 법, 일에 대한 자신의 신념 정비하기, 술자리를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출근길의 주문』 안에는 이 모든 의문에 대한 자상한 위로가 있다.

내가 하는 출근길의 주문. 일 끝나면 집으로 가서 책 읽으며 라이언 인형과 놀아야지. 귀염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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