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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사용법 ㅣ 라임 어린이 문학 6
낸시 에치멘디 지음, 김세혁 옮김, 오윤화 그림 / 라임 / 2015년 3월
평점 :
'라임' 출판사에서 라임 어린이문학 시리즈 5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그 동안 라임에서 출간된 어린이 소설 모두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읽었었다.
'나의 친친 할아버지께', '까만 펜과 비밀쪽지', '불량 토끼 길들이기 대작전', '달동네 아름드리나무', '화장실 몬스터'에 이번에 나온 5번째 책은 '시간 사용법'이다.
그 동안 출간된 네 권의 책들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재미와 교훈을 함께 주는 내용이어서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유익한 책이었다.
이번에 출간된 '시간 사용법'은 SF동화 작가가 쓴 책이다.
SF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책에 많은 기대감을 갖고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시간 사용법'이라는 제목에서 나는 문득 시테크에 대한 책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시간의 중요성과 시테크의 방법을 알려주는 동화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은 사회생활에 길들여진 나만의 착각이었고, 이 책은 SF동화 작가가 쓴 SF영화와 같은 SF동화였다.
시간 절약 또는 시간의 효율적 사용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시간 사용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나간 시간을 되돌려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어쩌면 예전에 상영했던 영화 '백투더퓨처'와 비슷한 내용이다.
책의 스토리에 빠져서 재밌게 읽었다.
주인공은 깁이다.
놀이공원에 가서 노는 것을 좋아하고 귀여운 여동생이 있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어린이이다.
깁은 우연히 어느 할아버지에게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계인 어너를 받게 된다.
어너는 원하는 시간 전으로 되돌릴 수 있게 해주는 신기한 기계이다.
어너에 시분초를 입력하면 그 시분초만큼 전으로 이동한다.
실수가 있었을 때, 후회스러운 일이 있었을 때, 속상한 일이 있었을 때 어너를 이용하며 그 실수, 후회, 속상함이 일어나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아마 어린이뿐 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기계이다.
'어너'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많은 흥미를 주고 있다.
깁에게는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친구들과 여러 사건들이 발생한다.
그 사건들로 친구들과 작은 싸움과 갈등이 생긴다.
그리고, 깁이 친구인 애시 그리고 동생인 록시와 함께 놀러간 놀이공원에서도 사건이 발생한다.
놀이공원에서 발생한 사건은 깁과 록시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는 사건이었다.
깁은 놀이공원에서 발생한 사건을 없애기 위해서 어너를 이용하여 시간을 되돌린다.
하지만, 어너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은 깁은 훨씬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깁이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친구들과 여러 사건이 일어났던 시점까지 되돌리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 모두가 되돌려진 시간 속에서 다시 재창조된다.
시간은 과거로 되돌아 갔지만, 깁은 그 시간 이후 미래에 일어나는 일들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그 상황을 모두 알고 있다.
자신이 이미 알고있는 과거의 사건 속에 깁이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서 깁에게 고민이 생긴다.
이미 미래에 펼쳐진 일을 아는 상황에서 미래에 펼쳐진 일이 그대로 펼쳐지도록 놔둘 것인가 아니면 바꿀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실수이고, 후회스럽고, 속상한 일들을 바꾸기 위해서 시간을 되돌렸는데, 그것을 제외한 일들까지 손을 대는 것이 괜찮은지에 대한 고민이다.
어너로 시간을 되돌린 깁은 상황에 맞게 자신의 생각을 넣어서 미래에 일어나는 일들을 조금은 바꾸어나간다.
하지만, 깁이 어너를 이용하여 시간을 되돌려 간 시점에서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또다른 미래의 모습을 만들어준다.
깁은 그것까지는 예측을 할 수는 없다.
깁은 자신이 원하던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는 어너로 시간을 다시 되돌리기도 한다.
그래도 깁이 미래를 완전히 지배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운명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생각이 났다.
누구나가 속상하고 후회스러운 일이 있으면 시간을 되돌려 미래를 자신이 원하는대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나도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 시절로 되돌아가 지금과 같은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예전에 살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리면 그 상황에서 또 다른 변수가 작용해서 미래의 모습은 또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진다.
어차피 운명이란 것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마지막에 깁은 '균형의 법칙'이라는 것을 느낀다.
"어쨋든 내가 분명히 아는 것은 때로는 나쁜 일이 큰 그림에서 보면 그리 나쁜 일이 아니고, 순간적으로 좋은 일이 끝까지 좋은 일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은 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삶의 긴 여정 중간중간에 나쁜 일이 끼어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균형의 법칙 같은 게 있어서 좋은 일이 생기려면 나쁜 일이 똑같이 있어야 된다든지...(p.177)"
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항상 함께 존재할 수 있는 것이기에 우리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일들에 대해서 우리는 긍정적으로 반응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새옹지마의 교훈을 이야기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지금의 일들에 대해서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의미로도 느껴진다.
미래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고, 지금의 작은 일들이 미래에 큰 일들을 만들어준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SF영화같은 이야기, 미래를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지배할 수 없다는 교훈, 친구와의 우정, 가족과의 사랑, 시간과 운명에 대한 철학이 잘 어우러진 재미난 책이었다.
스토리, 재미, 교훈, 메세지가 잘 융합된 영화같은 동화였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아이와 함께 시간, 미래와 운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면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 시간 사용법 독서 후기 포스트는 라임(푸른숲주니어)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