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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우연히 읽은 책 한권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한 법, 시체를 조합해 만든 괴물이 난동을 부린다는 내용의 <프랑켄슈타인>이 바로 그렇다 (프랑켄슈타인은 박사 이름이건만, 많은 사람들이 괴물 이름으로 알고 있다). 허구에 바탕을 둔 작품이건만 사람들은 인간복제를 반대하는 이유로 종종 프랑켄슈타인을 언급하곤 한다.
인간복제. 듣기만 해도 섬뜩한 단어다. 특히나 인간은 신만이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복제양 돌리가 만들어짐으로써 인간복제도 가능하다는 게 증명되었을 때 사람들이 받은 충격은 무척이나 컸으리라. 인간복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대한다고 답한다. 이토록 여론이 부정적인 건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매스 미디어의 힘이 컸는데, 그들은 인간복제의 부정적인 면을 과장되게 그림으로써 대중들에게 막연한 공포감을 심어주려 한다. 하지만 인간복제의 허와 실을 정확히 안다면 지금처럼 맹목적 반대는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간단하게나마 그 얘기를 해보려 한다.
2. 나와 같은 애가 태어나는 것인가?
얘기를 하다보면 인간복제를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존재하도록 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다시 말해서 나와 똑같은 사람이 여럿 생긴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예컨대,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내 체세포의 핵을 넣는다고 해서 내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다른 아기들처럼 내 핵이 담긴 난자는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되어 열달간 머물러야 하고, 그 후에도 갖은 보호를 받으며 성장해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이는 내 어릴 적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나’일 수는 없다. 인간이란 유전자만으로 결정되는 존재가 아닌, 환경에 의해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처럼 맨날 술만 퍼마시는 아이가 아닐 수 있고, 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설마!), 대충주의에 물들어 제대로 하는 게 없는 나같은 삶을 살지 않을 수도 있다. 그의 미래는 그의 선택에 달린 것이지,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 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복제되었다는 이유로 그의 개성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일란성 쌍둥이를 생각해 보자. 내가 아는 여자 쌍둥이가 있다. 언니는 활달하고 유머가 넘치는 반면, 동생은 그보단 어둡고 잘 삐진다. 난 언니와 알고 지내다 동생도 알게 되었는데, 동생과 친한 또 다른 친구가 내게 이런다.
“언니가 훨씬 낫죠”
하다못해 몸통이 붙은 샴쌍둥이도 성격이 그렇게 판이했다고 하니, 복제인간이 또 다른 내가 존재하는 게 싫다는 걱정은 안해도 될 듯하다.
3. 장기만 필요?
“장기이식용으로 이용될까 걱정이 돼요”
의외로 많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한다. 돈 많은 부자들이 장기이식을 위해 자기와 똑같은 클론을 태어날 때부터 만들어 놓는다는 영화 <아일랜드>가 그 대표적인 예일 거다. 하지만 어떤 이들이 복제를 원할지를 생각해 보면 너무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닐 것 같다.
애를 낳지 못하는 불임부부를 예로 들어보자. 여러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남자 쪽의 결함으로 애를 못낳는 경우, 지금처럼 다른 사람의 정자를 이용해 애를 낳기보다는 복제를 더 선호하지 않을까. 애가 자기와 닮았다는 데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은 의외로 많으니, 자기와 똑같이 생긴 애를 원하는 사람도 한둘이 아닐 거다. 또한 인간복제는 레즈비언이나 게이 등 2세를 갖는 게 불가능했던 사람들에게 축복일 수 있다. 복제인간도 인간이며, 입양을 하는 부모가 학대를 위한 게 아닌 것처럼, 장기이식을 위해 그 비싼 돈을 들여가며 복제를 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복제의 비용이 지금보다 훨씬 내려가더라도 그건 마찬가지다).
장기이식 얘기가 났으니 말인데, 실제로 장기이식은 복제인간이 아니라도 활발히 행해지고 있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아버님께 간을 이식해 드렸고, 아버님은 그 간으로 일년여를 더 사셨다. 신장이식은 더 자주 행해진다. 현재 이식 여부를 결정하는 게 개인의 자유의지이듯, 복제인간 역시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이식 여부를 정할 것이다. 아무리 유전자가 완벽하게 똑같다고 해서, 그게 이식을 해야 하는 의무조항은 아니니까. 그래도 만족하지 못하겠다면 다음 사례를 보자. “몇 년 전 캘리포니아에 살던 아얄라 부부는...백혈병에 걸린 십대 딸에게 이식해 줄 골수의 공급원을 얻겠다는 소명으로 다시 임신을 했다(<클론 and 클론), 240쪽).”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기라 해도, 그 부부가 그를 골수를 제공할 인간으로만 생각할까? 그게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은 복제인간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지 않을까.
4. 결론
부부 중 한명이 심각한 유전병을 앓고 있다고 하자. 애를 갖고 싶어도 그 병이 유전될까 두렵다. 어머니의 연령이 35세를 넘기면 염색체 이상으로 생기는 다운 증후군의 확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인간복제는 이들에게도 축복이 될 수 있다. 병을 앓았거나 유산을 여러 번 해서 애를 낳지 못하게 된 어머니에게도 물론. 더 중요한 이유로 특정한 기술이 있고, 그 기술을 이용해서 행복해지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핵실험같이 위험한 게 아닌 경우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인간복제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여러 명에게 문의를 해 봤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정확한 이해를 가지고 반대하기보단 막연한 반대가 훨씬 많았다. 한 미녀는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걸 이유로 댔다. 그런 이유라면 현재 시행되는 체외수정은 전면 금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술이 얼마나 많은 이에게 기쁨을 줬는지 안다. 내 선배 중 하나는 없는 돈을 다 쏟아부으며 그 시술을 받았고, 결국 아들을 낳았다. 밤길을 걷다가 그가 갑자기 두 손을 올리며 “난 내 아들의 아버지다!”라고 소리치는 걸 보면서 내 마음도 훈훈했다. 그 당시 인간복제의 기술이 있었다면 그는 그 길을 선택함으로써 같은 기쁨을 누리지 않았을까.
물론 인간복제에 도사리는 위험도 만만치 않으니만큼 견제가 필요한 부분은 분명 있다. 하지만 그게 너무 과도해 기술발달을 질식시킬 정도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DNA를 만들어 심을 수 있게 된 재조합 DNA 기술이 탄생했을 때, 그 기술의 남용을 걱정한 사람들은 소위 ‘모라토리움 선언’이라는 걸 만들어 인간 DNA 연구를 거의 금지하다시피 했다. 그 결과 남은 것은 5년의 세월 동안 기술의 진보가 중단된 것뿐이다. 재조합 DNA 기술로 만든, 인간의 것과 똑같은 인슐린은 그전 당뇨 환자들에게 투여되던 돼지 인슐린의 알레르기의 위험성을 없애 줬으며, 아버님 역시 그 인슐린을 주사하며 혈당을 내렸다. 지금의 인간복제 반대여론은 과연 얼마나 합리적일까.
* 이 책은 <클론 and 클론>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책에서 본 인상적인 내용; 줄기세포나 인간복제를 가지고 논쟁을 할 때면 꼭 종교단체에서 한분이 오신다. 그런 분이 오시면 토론이 객관적인 느낌을 줄 수는 있겠지만 관련 지식이 하나도 없는 그분들의 말은 건전한 토론을 방해하는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