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0월 2일(월)

마신 양: 소주--------------->


100번째 술.

무척이나 영광스러운 숫자다.

책은 아직 60권도 못 읽었지만 술만은 꾸준히 마셔, 드디어 100번에 이르렀다

내 꾸준함에 100번의 키스를 날리고 싶다.

올해 목표가 100번 이하였던 걸 생각하면 조금은 머쓱하지만

계획대로 다 되면 그게 인간인가.

게다가 내가 마시는 술이 우리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걸 생각하면

그 머쓱함은 거의 없어진다.


아쉬운 건 100번째 술자리를 미녀가 아닌

시커먼 남자 넷과 함께 했다는 거다.

원래는 이런 게 아니었다

그보다 일주일 전에 예정되어 있던 게 갑작스럽게 미뤄지면서 그리 된 것.

뭐, 내 베스트프렌드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으니 그냥 넘어가자.

더 아쉬운 것은 남자끼리의 술자리가 다 그렇듯

타락과 방종으로 흘렀다는 것.

그 분위기에 난 저항하지 않았고

오히려 앞장서서 애들을 이끌었다.

사회학자 마크 맥과이어는 이런 현상을 “저항의 형질전환”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가 뭐라고 말했든간에 난 스스로를 자책하며 머리를 쥐어뜯는다.


또다시 아쉬운 것 하나.

사업이 망해서 고기집을 열었던 친구는

장사가 안되어 가게를 팔아야 할 지경이라고, 술자리에서 살짝 흘렸다.

하긴, 갈 때마다 사람은 그다지 없어 보였고

당산동에서 일인분에 2만8천원짜리 고기를 먹을만큼 간이 큰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삼겹살이나 돼지갈비라면 부담없이 갈 수 있으련만.

집까지 잡히고 시작한 장사인데 그렇게 문을 닫으면 어쩐다?

그러고보면 세상은 정말 만만한 게 아니다.

앞으로 그 친구와 술을 좀 자주 마셔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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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10-10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처음처럼을 마신 경우는 0.5번째로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수퍼겜보이 2006-10-10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때 그 불친절한 집 말씀인가요. 안타깝게도 마태님 예상이 맞았네요.

비로그인 2006-10-10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끔 알라딘에 들어올때마다 님의 서재에 들어오곤 하는데
11살된 아들이 님의 술일기를 무지 좋아하며 읽습니다.
술집의 지리적 위치나 님과 동석한 분들의 신상까지 기억해가며 읽습니다.
제가 적당히 못 읽게 하려하지만 님이 언젠가 서재에 올린 박지성과 닮았다는 사진까지 컴에 저장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마법천자문 2006-10-10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10월 중순인데 One Hundred Kill 이라니 대단하시네요. '격투황제' 효도르한테 공개 도전해볼 의향은 없으십니까? 링에서 안주 없이 폭탄주 마시기 세기의 대결. 먼저 뻗거나 오버이트 하는 쪽이 패배.

2006-10-10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10-10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백번째의 고지를 넘으셨군요. 축하 축하!!!
근데 역시 백번째는 미녀랑 마셔야 했었어요. ^^

하늘바람 2006-10-11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야 하나요? 전 항상 걱정이

Mephistopheles 2006-10-11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소너님....효도르의 술주사는 같이 먹는 상대에게 얼음 파운딩 날리기라는 소문이 있던데.....가드 올리고 대작해야 할까요?

paviana 2006-10-1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번중에서 저랑 마신 횟수를 생각해보니, 살짝 울컥하는 마음이 드는군요..조직원 관리가 너무 소홀하세요..ㅎㅎ

moonnight 2006-10-1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마태님이 주도하신 타락과 방종은 도대체 어떤 건가요? 궁금 ^^a; 벌써 백번이군요. 수고많으셨습니다.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