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0월 2일(월)
마신 양: 소주--------------->
100번째 술.
무척이나 영광스러운 숫자다.
책은 아직 60권도 못 읽었지만 술만은 꾸준히 마셔, 드디어 100번에 이르렀다
내 꾸준함에 100번의 키스를 날리고 싶다.
올해 목표가 100번 이하였던 걸 생각하면 조금은 머쓱하지만
계획대로 다 되면 그게 인간인가.
게다가 내가 마시는 술이 우리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걸 생각하면
그 머쓱함은 거의 없어진다.
아쉬운 건 100번째 술자리를 미녀가 아닌
시커먼 남자 넷과 함께 했다는 거다.
원래는 이런 게 아니었다
그보다 일주일 전에 예정되어 있던 게 갑작스럽게 미뤄지면서 그리 된 것.
뭐, 내 베스트프렌드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으니 그냥 넘어가자.
더 아쉬운 것은 남자끼리의 술자리가 다 그렇듯
타락과 방종으로 흘렀다는 것.
그 분위기에 난 저항하지 않았고
오히려 앞장서서 애들을 이끌었다.
사회학자 마크 맥과이어는 이런 현상을 “저항의 형질전환”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가 뭐라고 말했든간에 난 스스로를 자책하며 머리를 쥐어뜯는다.
또다시 아쉬운 것 하나.
사업이 망해서 고기집을 열었던 친구는
장사가 안되어 가게를 팔아야 할 지경이라고, 술자리에서 살짝 흘렸다.
하긴, 갈 때마다 사람은 그다지 없어 보였고
당산동에서 일인분에 2만8천원짜리 고기를 먹을만큼 간이 큰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삼겹살이나 돼지갈비라면 부담없이 갈 수 있으련만.
집까지 잡히고 시작한 장사인데 그렇게 문을 닫으면 어쩐다?
그러고보면 세상은 정말 만만한 게 아니다.
앞으로 그 친구와 술을 좀 자주 마셔줘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