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기운이 떨어지기 전에 밀린 영화평을 써버리려고요^^
“왜 꼭 애니메이션이야 하는가?”
‘아치와 씨팝’을 다룬 시네21 기사에서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멋진 질문이라고 생각해서 써먹어야지 했는데 지금에야 빛을 봅니다.
제가 알기에 애니메이션은 돈과 시간, 노력이 아주 많이 드는 작업입니다. 그러니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면 왜 꼭 그게 아니면 안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겠지요. <슈렉2>나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거의 전율할 정도의 즐거움을 선사한 게 아니겠어요? 저는 <카> 역시 성공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격 제트 작전의 ‘키트’랑 ‘달려라 번개호’같은 차들이 총 출동해서 영화를 찍었다면 제게 별반 감동을 주지 못했겠지요. <인크레더블>만은 못하지만 픽사만이 할 수 있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여전히 반짝거립니다.

아쉬운 것은 이 영화를 보러 온 관객 대부분이 아이들이라는 점입니다.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무조건 아이들을 위한 건 아닌데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주제는 ‘타인과의 공생’인데요, 그런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중학교 2학년 정도는 되어야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중학생들은 보충수업에 학원을 뛰느라 정말 바쁩니다. 그래서 두꺼운 방석을 깔아야만 화면이 보이는 조그만 아이들이 객석의 대부분을 점령했습니다만, 그들 중 얼마나 많은 이가 이 영화를 이해했는지 회의가 듭니다. 몇 장면에서는 웃기도 했지만, 아무리 엄마가 옆에서 자막을 읽어줘도 아이들은 영화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이 있는 것 같더군요. 의자를 발로 차고, 중간에 자고, 의자에서 나와 뛰어다니고...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영화의 흡인력이 워낙 대단해, 높은 평점을 주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듯합니다. 이건 스포일러지만요, 주인공이 다른 차를 밀고 가는 마지막 장면은 지금도 제 가슴에서 떠날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제목은 기억이 안나지만, 디즈니에서 3D 애니메이션 영화를 들고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 영화에서 디즈니는 기술력 하나만큼은 픽사에 뒤지지 않음을 보여 줬지만, 창의적인 캐릭터와 스토리전개가 없는 기술은 공허하기만 하다는 것 역시 잘 보여 줬습니다 (그래서 디즈니가 픽사를 합병한 거겠지요). 그나저나 픽사도 큰일 났습니다. <토이스토리 2> <인크레더블>로 인해 기대 수준이 한껏 올라간 관객들의 눈에 맞추려면 머리에서 쥐가 나도록 아이디어를 짜내야 할테니까요. <카>는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이긴 해도, 픽사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를 감안하면 조금은 부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픽사가 다음번에 어떤 영화를 들고 우리를 찾을지, 일단은 기대를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