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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평점 :
전략적 이유, 즉 글쓰기 강의 자료로 쓰려는 목적에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의 내용은 매우 충실했고, 매우 유용한 강의 자료가 되어 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진작에 좀 읽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했다. 어릴 적 세계명작을 안 읽어서 ‘세계 명작 콤플렉스’-<죄와 벌> 같은 얘기가 나오면 침묵하는 증상-이 있는 것에 더해, 난 ‘백일장 콤플렉스’까지 가지고 있다. 글쓰기는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한다고 믿고 있기에, 어릴 적부터 백일장을 휩쓸던 사람을 만나면 고개를 떨구곤 한다. 귀염성 있는 글쓰기로 근근이 버티고 있긴 하지만, 난 내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다. ‘내가 쓰는 글은 정통은 아니야.’ ‘내 글은 깊이가 없어.’ ‘난 논리가 약해.’ 등등이 내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 재능도 없고, 체계적인 교육도 받지 못했으니 어찌 글을 잘 쓸 수 있겠는가. 많이 읽고 많이 쓰면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말하지만, 정작 난 서른 이전에 책을 거의 읽지 않았었다.
초등학교 때 백일장을 휩쓸던 친구가 불의의 사고로 죽은 뒤, 그가 평소 쓰던 글을 모은, <살아는 있는 것이오>란 유고집이 나왔다. 25세에 죽었으니 거기 실린 글들은 다 십대 아니면 20대 초반에 쓰여진 것일 터, 많은 독서와 사색에서 비롯된 티가 역력한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난 거의 전율했다. 현재 마흔인 내가 십년을 더 수양한다 해도 그런 글을 쓸 자신은 없었다. 당시엔 실감이 나지 않았던 그의 죽음이 더더욱 안타깝게 다가온 건 그 때였다.
‘글쓰기 책을 읽는다고 글을 잘 쓰게 되는 건 아니다.’라고 어느 책에서 말했다. 나 역시 그 말에 동의한다. 그러니 그 책을 정리해 두시간 동안 강의를 해준다고 해서 학생들이 글을 잘 쓰게 되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일찍 이 책을 접한다면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내가 시라소니처럼 혼자 좌충우돌해가며 말도 안되는 글을 쓸 때, 아무도 내게 ‘책을 읽어라’거나 ‘글쓰기 책을 봐라’-당시엔 그런 책도 없었겠지만-등의 말을 해주지 않았다. 내가 늘 아쉬운 게 그 점이다. 내가 <글쓰기의 전략>을 강의하는 동안 학생들은 자기들의 얘기를 하며 어서 수업이 끝나기만을 바라는 것 같았지만, 그 중 일부, 정말 글을 잘 쓰고 싶어하는 한명이라도 동기부여를 시킬 수 있었다면 이 책을 산 보람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