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골프를 치지 않는 건 대략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돈이 없다. 골프를 치는 친구 말에 의하면 한번 필드에 나가면 30만원 정도가 든단다. 한달에 두 번이면 60만원, 그 돈이면 못해도 열 번 정도는 술을 마실 수가 있다. 게다가 골프채 값도 장난이 아니잖는가. 둘째,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와야 하고, 주중에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인도어를 가야 한단다. 책도 읽어야 하고 전화질도 해야 하고 글도 써야 하는데, 휴일 하루를 온통 날리는 건 정말 아깝다. 셋째, 난 고혈압이다. 150/100 정도인데, 골프라는 건 원래 혈압이 오르는 운동인지라 위험할 수 있다. 홀 가까이서 퍼팅을 했는데 안들어가서 몇 번 왔다 갔다 하면, 내 성질상 골프채를 부러뜨리거나 무지하게 열이 받아 쓰러질 것 같다. 한가지 더. 골프는 운동이 아니다. 골프는 아무리 쳐도 살이 안빠진다.


그래서 난 테니스를 친다. 주말이라 해도 한시간당 코트 사용료가 1만2천원, 일인당 1만원이면 세시간을 칠 수 있다. 내가 속해 있는 수서 테니스회는 한달 회비가 겨우 2만원이다. 테니스는 골프와 달리 넓은 코트 어느 곳에 공을 떨어뜨려도 득점이 되니 혈압 걱정도 없다. 게다가 격렬한 운동이라, 두어 시간 치고 나면 다리가 후들거린다 (살은 왜 안빠질까?)


삼십년 전만 해도 테니스는 귀족운동이었지만, 지금 테니스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반면 골프는 아직은 명백한 귀족운동이다. 골프 회원권을 갖고 있다는 건 부의 상징 쯤으로 여겨지고, 실제로 돈의 여유가 좀 생긴 사람들은 어김없이 골프를 친다. 골프는 환경을 파괴하는 스포츠로 지정되어 환경단체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고, 용인에 물난리가 났을 때 언론에서는 그 일대의 산을 다 깎아서 골프장으로 만든 탓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사건 사고가 터졌을 때 골프를 친 공직자는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다. 골프를 무진장 좋아했던 이해찬은 결국 그것 때문에 물러났다. 골프장 값을 안낸 건 분명 접대고, 액수가 적다하나 내기골프를 한 것도 공직자 윤리에 위배되니 물러나는 건 당연하다는 여론이다. 내가 공보의 시절, 근무 시간에 골프를 치던 공보의가 걸려서 징계를 받았다. 그 시절엔 나를 비롯한 몇몇 공보의들은 아침에 모여 하루 종일 테니스를 치던 때였고, 징계 뉴스를 전해들은 우리는 “왜 가난한 공보의들이 골프 같은 걸 치고 그러냐”고 말했었다. 다시 말해서 골프에는 어느 정도의 괘씸죄가 첨가된다는 것. 일이 생겼을 때 공직자들이 찜질방이나 러브호텔-이건 좀 아니구나-댄스 교습소, 북한산 등에 있다면 별일이 없지만, 골프장에 있으면 문제가 되는 건 그런 이유다.


이명박이 테니스를 그렇게 좋아한다는 사실은 좀 의외다. 스무개가 넘는 클레이코트를 가진 국내 최대의 테니스장을 없애고 오페라 하우스를 짓기로 한 이명박이 아닌가. 테니스가 점점 사양길에 접어들고, 아파트를 지을 때 더 이상 테니스 코트가 의무 사항이 아니게 된 이때에 시장이 테니스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건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명박이 ‘황제 테니스’로 구설수에 오른 건 좀 뜻밖이다. 내 기억에 공직자가 테니스 문제로 비판의 표적이 된 건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일은 이총리가 골프로 낙마하자 맞불 차원에서 제기된 게 아닌가 싶다. 이명박이 잘했다는 건 물론 아니다. 누구나 정당한 값을 치르고 테니스장을 이용하는 게 옳다. 주말에 코트 예약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테니스를 쳐본 사람은 누구나 아는 일, 이명박을 위해 항상 코트를 비워 뒀다는 건 충분히 화날 만하다. 더구나 돈도 많은 사람이 왜 공짜로 테니스를 치는 걸까.


우리나라 높은 분들은 다 그런 식이다. 권력이 있으니 줄 서는 게 싫고, 아무리 싼 거라도 자기 돈을 내는 걸 꺼려한다. 정당한 절차를 밟기보다는 “나야 나!” 하면서 만사를 해결하려는 것, 그게 바로 높은 분들의 생리다. 절차적 민주화가 정착된 지는 십여년이 흘렀지만, 특권층들은 아직도 저 높은 곳에서 우리를 굽어보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계신다. 우리나라에서 정치가 인기 종목인 이유도 거기에 있으리라.


*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지만 이명박은 국가대표급 선수까지 대기시켰다고 한다. 갑자기 이명박과 한번 붙어보고픈 욕망이 생긴다.^^총알같은 스트로크를 그에게 날릴 때 얼마나 시원할까?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06-03-18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권력층에 계신 분들은 덜 익으셨나봐요....
겸손이란 두 글자라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입니다.
마태님은 겸손의 대명사 이십니다. 아 겸손..가구 싶다...

세실 2006-03-18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저 추천은 꼭 누르는거 아시죠? 이제 더이상 추천 안한다는 말씀 하지 마세욧....

Mephistopheles 2006-03-19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박과 붙게 되면 연락주세요 응원하러 갈께요..
이명박씨 공으로 한번 맞출때 마다 이벤트로 만원씩 적립시켜드릴께요...

플라시보 2006-03-19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니스하면 어떤 드라마에서 황신혜씨가 테니스를 치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부잣집 딸네미였던 그녀는 꽤 섹시하게 그을린 그리하야 테니스공보다 더 탱글한 몸매를 자랑하며 치던 그 장면이 어찌나 인상적이던지.. ^^

비로그인 2006-03-19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박 아저씨와 붙으신다면.. ㅎ 재밌겠는데요?ㅋ(썰렁한가..;;;;)

조선인 2006-03-19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이명박에게 한 대 먹여주세요. 간절한 소원입니다!!!

비로그인 2006-03-19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박 아저씨에 대한 감정이 별로군요..^_^;; 왜 그런가요..?;; (물론 저는 처음부터 인상이 마음에 안들긴 했지만요..;;)

마태우스 2006-03-2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누렁이님 안녕하세요? 이명박이 국가대표급이랑 경기를 원한다면 저랑도 즐거운 게임을 할 수 있을 거에요.^^ 전 그의 언행이 참 마음에 안들어요. 최근만 해도 그놈의 좌파 타령에다, 돈있는 놈만 정치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했잖아요.
조선인님/그냥은 안할 것 같고 내기 테니스를 해야지 응할 것 같은데요^^
플라시보님/황신혜는 우리나라 배우 중 가장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나이 들어도 어쩜 그리 멋진지....
메피님/공으로 때리면 저 서울에 못사는 거 아닌지 모르겠군요^^
세실님/충청권 제일의 미녀면서 아닌 척하는 세실님이 더 겸손하시죠^^

비로그인 2006-03-27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제가 요즘 언론을 멀리하다보니.. (정치 경제만 멀리하고 있음..=_=;;ㅋ) 아무튼,, 명박씨의 그런 언행을 몰랐군요.. 그렇군요.. 명박이.. (흠.. 문득 생각난건데용.. 명박아저씨는 명이 짧을거 같다는.. =_= 명박,,, 명이 박하다.. =_=;;;;) 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