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 정치경제를 강의하던 선생-내가 ‘님’을 안붙이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이 첫시간에 들어와서 한 말이다.

“2학년 수업에 들어갔더니 한 학생이 의자에 등받이에 등을 안붙이고 다리는 쭉 뻗고, 비스듬하게 앉아 있어서 내가 혼줄을 내줬지.”

일부 학생들이 자세를 바로잡았지만, 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의 난 앉는 자세가 무척이나 모범적이었다.


지금의 난 의자에 앉을 때 선생이 언급했던 그 자세로,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이상한 자세로 앉는다. 설명을 하자면 히프를 의자 앞부분에 살짝 걸친 채, 거의 눕다시피 한 자세가 내가 앉는 자세다. 똑바로 앉은 자세로는 오래 앉아 있기가 힘이 들 정도니, 습관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다.

"사진은 찍지 마세요! 초상권이 침해되니깐요!"라고 말하는 장면.  

 

8년 전쯤, 술을 먹고 전철 막차를 탔을 때다. 난 비스듬한 단계를 지나서 아예 등만 의자에 대고 앉아, 아니 사실상 누워 있었다. 그 자세로 몇정거를 지나갈 무렵, 옆에 앉은 나이든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건낸다.

“학생, 그렇게 앉아 있는 거 정말 보기 흉해. 내가 그렇게 앉은 애들 치고 잘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일어나 앉았지만, 그때뿐이었다. 난 여전히 이상한 자세로 의자에 앉는다.


언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된 건 꽤 오래 전이다. 대학 때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때면 신발을 벗고 의자에 올라가 앉아 있었으며-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다-가끔은 인어가 앉는 자세로 앉기도 했다. 극장에서 사람이 없으면 다른 좌석의 손잡이를 다 올리고 좌석 서너개에 걸쳐 누운 자세로 영화를 본다. 사람이 많아 그런 짓을 못하게 될 때는 힘이 들어서 갖은 몸살을 하고. 그러니, 좁은 이코노미에서 열세시간을 버텨야 하는 마드리드 행이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내 맞은편에 나랑 같은 자세로 앉은 여자애가 있었다. 그녀 역시 내가 대견한 듯, 뚫어지게 쳐다봤다.

 

자세가 좋았던 고교 때는 하루에 열다섯 시간을 끄덕없이 공부하곤 했다 (사실 그런 날은 몇 번 없었지만). 지금은 갖은 몸살을 다해도 두시간을 앉아 있지 못한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 나쁜 폼으로 테니스를 치면 어깨가 아픈 것처럼, 나쁜 자세로는 오래 앉아 있을 수 없다. 하나 더. 나이 들어 고치려면 뭐든지 어렵다.


바른 자세로 앉으니 얼마나 보기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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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6-02-27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저 점퍼가 아기 포대기인 줄 알았어요;

야클 2006-02-2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집에서도 가끔 누워버리는게 역사가 꽤 오래된 습관에 기인하는 것이군요. ㅋㅋㅋ

비로그인 2006-02-27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비스듬히 앉으면 꼬리뼈 아프지 않나요?
저도 그렇게 앉는 습관이 있는데요, 몇년 전에는 꼬리뼈 부분에서 통증이 와 병원다닌 적이 있어요..
나쁜 자세는 보기 안 좋은 것도 있지만, 몸에도 좋지 않아요..

Mephistopheles 2006-02-2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건물 설계할 때 강의실에도 온돌을 깔고 누워서 강의를 하고 듣고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겠습니다. 적용될리야 없지만요..

paviana 2006-02-27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새벽별님의 말씀에 추천이야요.
18년전도 아니고 8년전이라니, 넘하시는거 아녀요?

BRINY 2006-02-2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드리드 얘기는 하나도 없어요?

마태우스 2006-02-2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마드리드에 가기 위해 드골공항에서 기다렸으니... 그게 그거인 거죠. 예컨대 떡볶이 얘기를 하려면 주인아저씨 얘기를 해야 하잖아요^^
파비님/전 지금도 "교수님 안계시는데요"란 말로 잡상인 아저씨들을 쫓습니다 흥.
메피님/온돌방 강의, 전 콜이어요
나를 찾아서님/저도 고치고 싶은데 잘 안되요. 몸이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말입니다. 그래도 누운 자세는 아주 훌륭하답니다.
야클님/오오 역시 야클님이군요 촌철살인의 댓글!! ^^
새벽별님/별님은 제가 잘되는 게 싫으시군요 흥!! 8년 전에 저 정말 날씬했어요!
ninoming님/안녕하시어요 제가 전에 인사들 드렸었나요??? 님 말씀 듣고 사진을 보니 정말 그러네요. ^^붉은 포대기 생각이 갑자기 나네요.^^

미완성 2006-02-27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처음' 뵙겠습니다 마태님. 니노밍이라고 해요 (__)

미완성 2006-02-27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거기다 물음표도 세 개씩이나 붙이셨어요.(큭큭) 그리고 저에 대한 댓글이 두 번째로 기네요. 역시 아직 애정이 식지 않았다는 증거임에 틀림없사와요;;;;

미완성 2006-02-27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제가 이 말씀은 안 드리려고 했는데요 새벽별님..
님이 말씀하신 두 번째 사진의 분홍 남방 부분...그건...., 마태님의 팔이지요!!!!!!
사실 전 그 가운데 하얀 부분이 아기가 안겨 있는 줄 알았어요;;;;;;;;

미완성 2006-02-27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하기야, 처음 보는 사람에게서 잠바를 두고 아기 포대기 아니냐고 말을 들으면 물음표 세 개를 붙여도 모자라겠지만 큭큭-_-
하지만 별님, 우린 함께 느꼈잖아요! 비록 사진은 다르지만...포대기의 기운을..!
첫 번째 사진을 분석하면 이거는 파파라치 기운이 물씬 풍기죠. '나 애아빠 아니어요..!' 라는..,
두 번째 사진은 이거죠. 일단 부인이 앞에서 사진기를 들고, 마태님은 자상한 아빠 모드로 변신! (하지만 그의 목은 어디로?)
저만 이렇게 느끼는 건가요. 야심한 밤에 마드리드 남정네의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있어요. (세 번째 사진에서 저는 필사적으로 그의 목을 찾고 있어요 ㅜ_ㅜ)
8년 전에 "학생"이라고 했던 그 아저씨는 혹시 그저...."반말"을 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요;;;;;

요새 아 놔~란 말이 유행하던데 도대체 이건 무슨 뜻이죠?-_-

paviana 2006-02-28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ninoming님 멀리 계신 님을 대신해 제가 마태님 만날 날이 있으면 떼찌한번 해도 되겠나요?

미완성 2006-02-2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viana님 그의 등짝을 추천합니다!

마태우스 2006-02-28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님/님에 대한 애정은 한번도 식은 적이 없답니다. 글구 전 등짝이 취약합니다. 거북이랑 안친해서요
별님/님의 댓글이 이렇게나 많다니, 서재가 환해집니다그려.
파비님/한번 가지고 되겠어요^^

해적오리 2006-02-28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첫번째 사진 보고 손톱에 빨간 인조 손톱 붙인줄 알고 뜨악했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