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2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힘겹게 재임용을 통과한 뒤 자괴감에 빠졌었다. 내가 슬픈 것은, 내 자리가 나한테 벅찬 자리라는 걸 알면서도, 달리 할 줄 아는 게 없기에 안잘리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한다는 거였다. 재임용 때마다 난 평생 안볼 것 같던 ‘교차로’를 들여다본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젓는다. 구인란을 보니 순전히 카드빚 받아줄 사람 뿐, 그걸 보면서 난 어떻게든 학교에 붙어있어 보자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주말마다 로또 판매점을 찾는다. 그런 나에게 시골의사님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명의에 대단한 증권전문가, 게다가 글도 이렇게 잘쓰다니, 좀 너무하시는 게 아닌가 싶다.


1권이 뜨고나서 나오는 2권은 일단 경계를 해야 한다. 특히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모아 낸 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좋은 글을 모아서 1권을 냈으니, 그만 못한 것을 모아 급조된 게 2권이니까. 하지만 이 책은 ‘파페포포’와는 전혀 다르게, 1권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 감동을 선사한다. 의사로서 마주쳐야 했던 죽음에 대한 시골의사님의 경험담들을 읽어내려가며 난 때로는 전율을, 때로는 안타까움을 느껴야 했다. 안락사의 귀로에서 살아난 후배분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정말이지 머리카락이 쭈뼛해졌고, 집에서는 자기 마누라를 개패듯 패면서 사회사업을 하며 존경받는 할아버지 이야기에서 분노했으며, 계란서리를 하던 동료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그만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같은 사연이라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감동의 깊이라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의사 중에서 시골의사님만한 경험을 한 분이 하나둘이 아니겠지만, 시골의사님만이 이런 멋진 책을 쓸 수 있는 비결은 역시나 그의 뛰어난 문장력이다. 다음 표현을 보자. 자신을 학대한 어머님의 부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시각장애인을 만났을 때를 기술한 장면.

“나는 그를 보는 순간 내가 부모에게 사랑받고 자란 보통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눅이 들었다.(38쪽)”

정말 공감가는 표현이지 않는가. 내가 이 장면을 글로 썼다면 이렇게밖에 못했을 것이다.

“그를 봤을 때 난 그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돼 보였다.”

두 번에 걸친 시골의사와의 동행은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게 끝이 없는 법이라 언제 또 세 번째 동행을 할 수 있을까를 벌써부터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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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5-11-26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이 책 광고 보면서 출근했는뎅..
꽤 괜찮아 보이더라구요..
글도 잘쓰시고, 이야기들도 드라마틱한 것이..

천리향 2005-11-26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 보고 남편 빌려줬더니
남편->시어머니->시아버지->시누이->시누이 남편->막내 시동생
을 거쳐서 다시 제 손에 돌아왔을때는 새 책이 헌 책이 되버렸어요.
저도 혹시 1권의 감동이 사라질까봐 2권을 아직 안 샀는데
3권을 기다리실 정도면......이번엔 두어권 사서 돌려야겠네요. 땡습니다.

천리향 2005-11-26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일시품절이네요 ㅠ.ㅠ

파란여우 2005-11-26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는 저를 울릴 수 있나요?

모1 2005-11-26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도 시골의사님께..도전해보심은 어떠신가요?

kleinsusun 2005-11-27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왜 "서재주인에게만"이 저에게도 보이는거에요? 이상타....
마태님, <시골 의사...>를 읽고 정말....이런 선생님이 계실까...생각했어요.
그토록...헌신적인 의사 샘이 있다는게 사실 믿어지지 않았거든요.
시골 의사 선생님처럼 따뜻하고 고마운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마태우스 2005-11-2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어머 전 안보이는데...두분 어떤 사이죠?^^ 저 역시 시골의사님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의사분같지 않았어요.... 이런 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정말 좋겠죠?
모1님/도전이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여우님/1권 보고 안우셨다면 2권도 님을 못울릴 것 같은데요
지노님/아이고 지노님. 님의 기대에 못미칠까 갑자기 걱정됩니다.
라주미힌님/맞아요. 이야기도 드라마틱, 글도 잘쓰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