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승객을 떠밀어 죽인 놈이 있었다. 그런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가 싶지만, 우리가 모든 사람을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승강장 맨 앞에 서있는 걸 피하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서울시에서는 승객의 안전도를 더 높이기 위해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차단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지하철 문과 똑같은 장치를 세운 다음 지하철 문이 열릴 때 동시에 열리게 하는 그 대단한 기계는 몇군데 역에 이미 설치되어 있다. 그 차단기가 있는 한, 사람을 밀어서 죽이거나 술에 취해 승강장에 떨어질 염려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난 그것보다는 다른 데 차단기가 설치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건널목에 아이가 서 있어도, 보행신호가 들어와도 나 몰라라 하고 쌩쌩 달리는 차들을 보면서 진작부터 구상했던 게 바로 건널목 차단기다. 원리는 간단하다. 보행신호가 켜지자마자 건널목 양쪽에서 차단기가 올라오는거다. 재질은 플라스틱이니 운전자가 다칠 염려는 없지만, 그 플라스틱은 최소한 차 범퍼에 손상을 줄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나가다 파손을 시켰을 때 수리비용은 당연히 해당 운전자가 물어야 한다. 이게 설치된다면 신호가 노란불로 바뀌었을 때 무리하게 지나가려는 차가 줄어들 것이고, 설치 안된 신호등에도 차단기가 있을까봐 신경을 쓰게 된다. 일년만 시행된다면 보행자들이 지금처럼 파란불이 들어온 후에도 차가 올까봐 걱정을 하는 일은 사라지지 않을까. 지하철에서 떨어져 죽는 사람과 건널목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람의 숫자를 비교해 볼 때, 지하철에 차단기를 설치하는 것보다는 건널목을 택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스쿨존’을 홍보하는 TV 프로가 방영된 적이 있다. 학교 부근에서는 시속 20킬로 이하로 달려야 하는데, 화면에 비춰진 다른 나라에서는 스쿨존 속도제한이 철두철미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반면 우리는 스쿨존의 개념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고, 차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쌩쌩 달린다. 교통사고 중에서 특히 안타까운 것이 애들 사고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자율적으로 지키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기에, 학교 앞에도 내가 오랜 기간 생각해 온 차단기가 설치하자고 주장해 본다. 단 일반 도로의 차단기와는 달리 스쿨존의 차단기는 재질이 무쇠로 되어 있어서, 충돌시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운전자는 차도 차지만 자기가 다칠 위험도 있으니 스쿨존에서는 속도를 못낼 것이고, 건널목만 봐도 노이로제에 걸리리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홍보와 제재, 이경규가 ‘정지선을 지켜라’ 캠페인도 벌인 적이 있고, 작년인가 정지선 위반시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난리굿을 벌인 적도 있지만, 일년도 안된 지금 차들은 여전히 정지선을 넘어서 정차를 한다. 그런다고 더 빨리 가는 건 아니지만, 운전습관을 그렇게 들여놔서 바꾸기가 힘든 거다. 차단기 제도가 시행된다 해도 부서진 차단기를 제때 고쳐놓지 않거나, 수리비를 운전자가 부담하도록 챙기지 않으면 어떠한 제도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다시한번 외쳐본다.
-건널목에 차단기를 설치하라! 그리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라!
-운전자들아, 당신도 가끔은 보행자다.
-지금 길을 건너는 사람은 당신의 가족, 특히 당신의 아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