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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아들 1 - 법의관 ㅣ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6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문명이 발달할수록 살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한 사람에게 너무도 많은 것을 요구하는 사회 풍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옛날만 해도 가수가 노래만 잘부르면 됐지만 지금은 잘생겨야 하는 건 기본이고 또 웃기기까지 해야 한다. ‘공공의 적2’나 ‘가문의 위기’에 나오는 검사들을 보면 하나같이 정의감에 불타고 싸움에 능할 뿐 아니라 총도 잘쏜다. 영화와 실제가 다르다해도 대중들의 요구가 그렇다면 나중에는 검사들도 결국 총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셜록 홈즈는 사건 현장을 다니며 수사만 했지만, 그가 최고의 명탐정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를 능가하기 위해 요즘의 탐정들은 머리를 더 쓰기보단 주먹을 사용한다. 버지니아 주 법의국장인 스카페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사형수의 지문’에서 못잡은 희대의 살인마 콜트, 내가 아는 가장 무서운 범죄자인 그는 피치 못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조롱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나쁜 놈이다. 워낙 신출귀몰해 비상령이 펼쳐진 가운데서도 유유히 사람을 죽이고, 그 시체를 직접 법의국에 전달할 정도로 대담하다. 그가 죽이는 대상은 민간인과 경찰을 가리지 않으며, FBI 사이트에 들어가 장난질도 친다. 그런 범죄자니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쫓아다니지만, 그의 그림자도 밟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그를 잡는 것은 스카페타, 그녀는 지하철 역에서 콜트와 1대 1로 맞서며, “그(콜트)가 발로 가격하려는 순간 그를 향해 메스를 던졌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칼은 그의 허벅지에 꽂혔다. 그가 고통스러워하며 비명을 지르는 사이 나(스카페타)는 두 손으로 힘껏 칼을 밀어 넣었다.”
피가 무지하게 많이 났다. 콜트가 말한다.
“당신이...날 찌르다니.”
이 소리는 스카페타에게 한 말이 아니다. 발길질 한번에 사람을 죽이는 무술의 고수가 아무리 주인공이지만 여자 법의학자에게 당할 수가 있느냐고, 저자인 패트리샤 콘웰을 원망하는 소리다. 콜트를 잡기위해 동원된 그 많은 경찰과 FBI는 도대체 어디 가서 헤매고, 스카페타를 콜트와 1대 1로 맞서게 한담? 그간 수많은 사건을 경험하면서 스카페타가 범인과 조우하는 확률이 겁나게 높다는 걸 FBI는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
루시 얘기도 문제가 있다. 루시는 스카페타의 조카인데, 당연히 미녀고 늘씬하다. 그녀도 스카페타를 따라 FBI에 지원하고 콜트를 쫓는다. 스카페타는 “안돼! 루시를 연관시키지 마!”라고 절규하고, FBI의 벤턴은 “둘이 만나는 일은 없다. 컴퓨터만 할거다.”라고 스카페타를 안심시킨다. 물론 일은 벤턴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고, 컴퓨터 화면으로 콜트를 쫓던 루시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콜트를 잡으러 나간다. 그래서? 콜트의 인질로 붙잡히고 만다. 자기가 쫓아가면 뭘 어떻게 한다고 달려나간 걸까? 콜트에게 총을 겨눈 채 스카페타는 말한다.
“그 애는 놔줘.”
지가 범인이면 순순히 애를 놔주겠는가? 놔주면 총으로 쏘려구?
“네가 원하는 건 그 애가 아니잖아?...네가 원하는 건 그 아이가 아니라 나야.”
하지만 콜트는 루시를 놔주고-미쳤어! 미쳤어!-결국 스카페타의 칼을 맞고 전의를 상실한다. 영화 주인공들은 다리를 칼에 찔리고도 몇십명을 더 죽이건만, 희대의 연쇄살인범 콜트는 칼을 맞더니 공포에 질린다.
[출혈이 계속되자 그는 서서히 겁에 질려가는 듯했다. “피가 멈추지 않아. 당신은 의사니까 어떻게 좀 해봐.”]
뉴욕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콜트가 이렇게 약하디 약한 존재였단 말인가. 스카페타를 영웅으로 만들고픈 저자의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이번 소설은 해도 좀 너무한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을 끝으로 콘웰의 작품은 좀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