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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날도 아닌 날 - 인생에서 술이 필요한 순간
최고운 지음 / 라의눈 / 2015년 3월
평점 :
난 말을 직선적으로 하는 여성을 멋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성에게 온화함을 요구하는 사회분위기 탓에 그런 여성의 출현은 매우 드물었는데,
최근 몇 년간 주목한 분이 바로 ‘앨리스’라는 필명을 가진, 최고운이다.
많은 팬을 거느린 파워블로거였던 그녀가 드.디.어. 자신의 책을 출간했다.
평소 친분 덕분에 추천사를 쓰는 영광을 안았던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하나. 저자에게 첫 책은 자신의 분신이다.
개쓰레기란 말이 딱 어울리는 <마태우스>를 냈을 때도 무지하게 흥분하는 게 인간인데,
<아무 날도 아닌 날>같이 어디다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책을 낸 저자라면
나보다 열배쯤 더 흥분한 나머지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선배로서 한 마디 조언을 해본다.
최고운님, 혹시 이 책이 기대만큼 안팔리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마세요.
인생은 길고, 앞으로 최고운이란 이름을 걸고 나올 수많은 책들을 생각한다면
이번 책은 님의 존재를 알리는 출발신호에 불과하니까요.
둘째,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는 것은 독자에게 기쁜 일이다.
게다가 이 작가는 글을 참 시원하게 쓴다.
“본인은 잘못한 게 없는데도 여자가 언짢아할 땐 무조건 미안해, 하도록 설계된 남자는 확률적으로 2퍼센트 정도 존재한다고 전해지나, 실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46쪽)
이게 뭐가 시원하냐고 하겠지만, 다음 구절을 보라.
“버스를 들고 뛸 수도 없는 이상 일단 오고 있는 남자에게 지랄은 하지 말자.” (47쪽)
이건 비교적 순화된 예일 뿐 읽다보면 상상 이상의 것을 보게 되는데,
간혹 이런 감탄도 절로 나온다.
“이 작가님, 참 거침없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이런 작가와 친분이 있다는 게 행복했고,
이런 좋은 책에 추천사를 썼다는 사실도 뿌듯했다.
에세이란 쟝르는 유명한 사람만 써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유명인의 에세이에 없는 파격을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싹수가 보이는 작가에게 격려를 해주고 싶다면,
한권쯤 사 주는 것도 좋겠다.
그런 격려가 있어야 작가가 지치지 않고 글쟁이의 길을 걸어갈 수 있고,
이분의 직설적인 멘트들이 우리 사회를 빛내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