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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의 진화 -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들려주는 성의 비밀 ㅣ 사이언스 마스터스 1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임지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6월
평점 :
사람, 그 중에서도 남자는 자기 조건들을 과장해가며 여자에게 대시, 결혼하자고 조른다. 그게 성공하고 난 뒤 남자는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지만, 일부 남자들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기도 한다. 걸리면 작살이니까 들키지 않으려고 아내에게 더 잘하고, 행동을 치밀하게 한다. 아내도 바보는 아닌지라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남편의 불륜을 알아내는데, 그 해결 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갈라서는 사람도 있고 너죽고 나죽자고 멱살을 움켜쥐는 사람도 있지만, 맞바람을 피우는 사람도 있을 거다. 대개 맞바람은 복수심에서가 아니라 주위 사람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여자가 우는 걸 달래려다 우연히 손이 닿고, 여자는 남자의 눈이 욕망에 젖어 있는 걸 발견하고.....
알락딱새라는 새가 있다(이하 딱새). 이 딱새의 수컷은 좋은 집을 지어놓고 암컷을 유인하고, 거기에 넘어간 암컷과 교미해 알을 낳게 한다. 암컷이 알을 낳는 동안 수컷은 뭘 할까? 또 다른 곳에 자기의 영토를 만들고 거기서 얼쩡대는 암컷을 유혹한다. 딱새 역시 가족을 부양해야 하므로 시시때때로 먹이를 물어다 바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까운 데서 바람을 피우는 게 유리할 것이다. 한번은 첫 부인, 또 한번은 둘째 부인. 하지만 딱새 수컷은 무려 20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딴살림을 차린다. 왜? 암컷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딱새 수컷은 첫 번째 부인에겐 시간당 평균 14번, 둘째 부인에겐 평균 7번씩 먹이를 물어다 준다는데 200미터의 거리를 날라다니며 두집살림을 하는 수컷의 노력이 눈물겨워 보인다. 이 경우에도 암컷은 바보가 아닌지라 틈틈이 기회를 엿보는 수컷의 유혹에 넘어가 혼외정사를 하는데, 그 비율이 무려 30%에 달한다.
<섹스의 진화>라는 제목을 단 이 책은 사람이 보이는 성적 특징이 어떻게 진화된 것인지 설명해 준다. <총.균.쇠>로 퓰리처상을 받았던 전문가답게 저자인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적절한 비교와 명쾌한 논리를 들어가며 자기주장을 전개하는데, 인간이 배란을 알지 못하는 이유, 여성에게 폐경이 있는 이유 등은 워낙 분석이 탁월해 무릎을 치게 만든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오랜 진화의 산물이며, 어느 하나도 이유없이 이루어진 게 없다는 저자의 말은 생명이란 게 얼마나 신비로운가를 깨닫게 해주는데, 정말 훌륭한 전문가는 이렇듯 자신의 방대한 지식을 쉬운 글로 설득력 있게 쓸 수 있는 사람이리라. 난 선물을 받았지만, 돈을 주고 샀더라도 13,000원의 책값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미국인들의 평균 지속시간이 4분이라는 사실에 피식 웃었다는 것도 이 책의 보너스다. 저자 이름처럼 다이아몬드같은 책을 선물해 주신 야클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