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책 + 오디오CD 3장)
미치 앨봄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요즘 내가 읽는 책이 다 그렇듯이, 이 책 역시 알라딘 친구분이 선물해 주셨다. 이 대목에서 탄식 한번. 난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걸까? 얼굴이 잘생긴 것도 아니고 근육질도 아닌데 말이다.


제목이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라서 화요일날 읽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계산이 어긋나서 월요일날 다 읽어 버렸다. 대단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 치고는 모리 교수와 제자간에 주고받는 경구들이 좀 평범한 게 아닌가 싶다. 죽어가는 모리에게 제자가 “남한테 미안한 일은 없냐”고 했을 때 자기를 서운하게 한 친구를 용서하지 않은 거라고 대답한 대목은 가슴에 와닿고, 읽을 때의 느낌과는 달리 책장을 덮고 나서 가슴이 울리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이게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난 이 책을 읽는 내내 고교 때 독일어 선생님을 떠올렸다. 결혼도 안한 채 어머님과 단둘이 사시면서 학생들 중 몇몇을 ‘아들’이라고 부르며 총애했던 그 선생님을. 나도 그 ‘아들들’ 중 하나였고, 우리는 집에 갈 때마다 선생님이 계시는 방으로 가 인사를 드리곤 했다. 여름이면 우리를 데리고 여행을 가셨고, 평소 좋은 말씀도 많이 해 주셨던 그 선생님을 난 졸업 후 거의 찾아뵙지 못했다.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한 2년 안 찾아뵈니까 그다음부터 찾아뵙기가 미안해졌고, 그게 쌓이니 더 못가겠는 거다. ‘아들’로 총애받던, 모 의대에 다니던 친구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을 때, 장례식장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던 선생님의 모습이 생각난다. 답답한 내 성격은 선생님을 보면서도 찾아가 인사를 드리는 걸 방해했다.


그러고 나서 7-8년이 지났을 때, 난 선생님이 입원하셨다는 말을 듣고 친구와 함께 병실을 찾았다. 뭘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선생님은 위독해 보였지만, 선생님은 곧 퇴원하실 것처럼 말씀을 하셨다. “허리가 좀 아픈 거 말고는 괜찮다. 걱정 마라”

난 다시 오마고 병원을 나왔지만, 그리고 의학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입장이었지만, 그 뒤 난 한번도 병실을 찾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몇 달 있다가,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전갈을 받았다. 장례식에 갈 기회도 이미 지나가 버린 뒤였다. 그때 난 왜 그리도 무심했을까. 당시 내가 보였던 잔인함을 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장례식장을 지키던 모교 선생님들은 이러셨을 거다. “학생들 예뻐해 봤자 아무 소용없어” 난 욕먹어도 싸다.


그런 과거를 회상하면서 난 선생님과 마지막을 같이 한 주인공 ‘미치’가 부러웠다. 내 과거가 무지하게 후회되지만, 더 중요한 건 앞으로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리라. 선생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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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2005-07-12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오래전에 책으로도 보고 티비극으로 봤어요. 그런데요. 전 별로 감동이 안왔어요. 남자 둘이 주인공이라서 그랬나봐요...

stella.K 2005-07-12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 주죠.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침 문득 이 책을 생각했었는데...TV에서 또 안 해 줄까요? 못 봤다는...ㅜ.ㅜ

로즈마리 2005-07-1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보면서 "나도 그런 은사님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사실 장영희 교수님이 생각 났었거든요. 힘든 상황에서도 오히려 남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세상에 너무 많은 거 같아요. 우리를 숙연하게 만드는 분들...^^;;

마태우스 2005-07-12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즈마리님/이거 읽으면서 생각한 것은요, 나이가 드신 분들은 대충 다 어느 정도 철학을 갖고 있으며, 제가 찾아가지 않을 뿐 그분들은 제게 해주고픈 말이 많을 거라는 거...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저는 죽음을 앞두고 그렇게 할 자신은 없습니다만...
스텔라님/어머 아침에 이 책 생각하셨다구요? 역시 님과 저는 통하는 게 있다구요.
줄리님/어머나 반갑습니다. 초베스트셀러에 대해서 감동이 안왔다고 말할 수 있는 줄리님, 멋지십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저도 사실 그다지 감동이.ㅣ..

클리오 2005-07-12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실 참 담담하게 책장을 넘겼어요. ^^ 그나저나 인기가 많은 것을 즐거워하시지 왜 탄식을... ^^

하루(春) 2005-07-12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이 책이 대단히 감동적이었던 건 아니었는데 루게릭병(제가 알기론 스티븐 호킹 박사도)에 걸린 노교수를 뒤늦게나마 매주 화요일 찾아가 인생에 대해 얘기한다는 그 자체가 대단해 보였어요. 후후~ 서로 마음이 통하고(?) 얘기를 나누는 데 꼭 잘생긴 얼굴과 근육질이 필요한 건 아니지요. 그쵸?

진주 2005-07-12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자체에 대한 감동 보단, 이 책을 계기로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게 감동이 아니었을까해요. 우리는(중딩+나) 의미심장하게 이 책을 읽고 나누었어요. 지금도 기억나요..봄 날..따순 볕이 드는 창가에 앉아서 한창 인생의 새파란 물이 오르는 중딩이들과 죽음에 대해 진지해지던 순간.

마태우스 2005-07-1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즐거운 비명이죠 음하핫.
하루님/그래요, 그건 정말 대단해 보이더이다.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는...그리고 제가 거짓말 한 거 하나 있어요. 사실 저 근육질이어요!
진주님/와, 님과 얘기를 나눈 중딩들은 나중에 훨씬 더 나은 삶을 살 것 같아요. 제게도 그렇게 책을 가지고 조언해준 선생님이 있었다면... 우린 너무 늦게 만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