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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알라딘에 알랭 드 보통의 책 리뷰가 마구 올라오던 적이 있었다. 관심을 가지려는 찰나 하이드님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선물해 줬고,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읽는 데 걸린 기간은 무려 일주일, 분량에 비해 오래 걸린 이유는 한줄 한줄마다 내 옛날을 회상하면서, 그리고 “정말 그래!”라고 감탄을 하면서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분명 ‘소설’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고, 하고, 또 헤어지기까지 기나긴 여정 동안 겪는 심리를 분석해 놓은 책이다. 사랑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글귀 한줄 한줄이 어쩌면 그렇게도 당시 상황을 정확히 그려내고 있는지를.
처음 만난 둘은 서로의 만남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때 내가 화장실에 안갔더라면...” “그때 휴지가 있었더라면...” “여벌의 팬티가 없었더라면...” 이 중 한가지만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둘은 만나지 못했으니, 그 만남이 얼마나 대단한가. 그렇게 희망찬 출발을 했던 둘은 곧 사소한 다툼을 벌이게 되는데, 저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상대가 완전한 존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걸 알았으므로. 상대를 완전하게 만들기 위해 한쪽은 다른 쪽에게 딴지를 건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망사팬티 입지 마!”
저자는 말한다. “사랑이 고통스러워지는 것은 기준 때문이다”
하고 난 뒤 남자의 태도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하기 전만 해도 남자는 이랬다.
남: 포도주 드실래요? (먹고 싶으면서)
여: 글쎄요. 좋아하세요? 전 별론데..
남: 사실은 저도 포도주 안좋아해요 (물론 뻥이다)
여: 전 쵸콜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어요.
남: (사실은 쵸콜렛을 싫어하면서) 전 쵸콜렛이라면 도무지 참지를 못하거든요...
놀랍게도 둘은 그날밤 한다. 그 다음날, 여자는 남자가 퍼자는 동안 정성스럽게 아침을, 그것도 진수성찬으로 차렸다.
남: 딸기잼 없어? (말도 반말이다)
여: 없어. 하지만 포도잼은 있어.
남: 난 포도잼 싫어!
여: 그냥 먹으면 안돼?
남: 포도잼이 없다는 건 너무 끔찍해!
이렇게 되는 이유는 남자들이 여자랑 자는 것을 최고의 목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일단 한쪽이 관심을 잃기 시작하면 다른 한쪽에서 그 과정을 막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는 구절을 포함해서, 책 전체가 가슴에 팍팍 와닿는 경구로만 이루어져 있다. 백견이 불여일행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 책 한권을 읽고나니 한 세 번쯤 사랑을 해본 것같은, 그래서 앞으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 놀라운 책을 쓰기까지 보통은 몇 번의 사랑과 이별을 경험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