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번째: 이 녀석은 정말...

일시: 6월 15일(수)

누구와: 중학교 때 친구랑

마신 양: 겁나게 많이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사흘간 술을 마시지 않았다. 밀려드는 공허감을 잊기 위해 밤마다 영화를 보러 갔었는데, 수요일날이 되니까 더 이상 볼 영화가 없다. 책을 읽자, 이러면서 독서를 하다가, 갑자기 이 친구랑 너무 오래 안만났다는 생각을 했다. “5월 초에 출장가니까 그 전에 한잔 하자”고 했던 친군데, 내 스케줄이 밀려 만나지 못했었다. 혹시 삐졌거나 그와 비슷한 심리 상태가 아닐까 싶어 전화를 했다.


나: 잘있었냐.

그: 응.

나: 아까 밤 열시쯤 전화하려다 그때 하면 니가 술마시자고 할까봐, 지금 한다

그: 에이, 열시에 그냥 전화하지. 지금 몇시야? 열시 사십분... 지금이라도 나와라.


하여간 이 녀석은 전화만 했다면 술마시잔다. 녀석에게 붙들려 겁나게 술을 마셨다. 집에 들어간 시각은 새벽 3시 반, 나이지리아랑 축구하는 걸 볼까 하다가 그냥 잤다. 이럴 줄 알았다면 좀 일찍 전화해서 빨리 마시고 집에 가는 건데.


66번째: 뚱뚱함에 대한 편견

일시: 6월 16일(목)

누구와: 출판사 사람, 그리고 또 한사람

마신 양: 기본만 했다


학생 때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간만에-우지끈 소리가 나면서 의자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친구 하나가 넘어져 있고, 그 옆에는 의자가 부서져 있는거다. 그 친구는 아주 뚱뚱한 몸을 가졌는데, 자기도 멋쩍은지 웃고 있다. 친구의 불행에 미안하지만 우리도 웃었다. 그 의자는 필경 수명이 다한 의자일테고, 그 친구가 아니라 가벼운 애가 앉았어도 부서졌을지 모르지만, 뚱뚱한 친구가 의자를 부수는 장면은 웃음을 유발하는 법이다. 뚱뚱한 사람에 대해 우리는 편견을 가지고 있으니까.


표지 디자인 때문에 출판사를 방문했다. 자상하고 좋으신 출판사 사장, 그리고 미녀편집자와 저녁을 먹으러 갔다. 사장은 자신이 잘 안다는 게임 회사 사람을 전화로 불렀다.

“같이 저녁 먹자!”

나중에 나타난 그 사람은 아주 뚱뚱한 사람이었다. 사람은 참 좋아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지만, 딱 하나 단점이 반찬을 너무 많이 먹는다는 거였다.


반찬으로 시킨 건 생선 두 마리와 보쌈, 어쩐 연유인지 보쌈이 늦게 나와 생선에다만 밥을 먹어야 했는데, 살이 찐 그는 하얀 생선살을 연방 입에 넣었다. 생선은 빠르게 뼈를 드러냈다. 한명이 그러면 다른 사람은 포기하기 마련, 사장님은 그가 남긴 생선 껍질에다 밥을 드셨고, 난 나물만 가지고 밥을 먹었다. 미녀 편집자도 생선 먹기를 포기한 채 맨밥만 먹었다. 두 마리 중 1마리와 4분의 3마리는 그가 먹었을거다.

“아주 맛있네!”를 연발하는 그를 난 잠시 째려봤다.


잠시 후 보쌈이 나왔다. 그때도 그는 쉬지 않았다. “보쌈이 맛있네!”를 외치면서 그는 보쌈을 연방 젓가락으로 집었다. 보쌈접시 역시 빠르게 바닥을 드러냈다.


뚱뚱한 사람은 많이 먹는다는 건 편견이라고 생각했다. 그들 역시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가상으로 정한 자기 몫만을, 혹은 그보다 약간 더 많이 먹는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매우 유쾌하고 좋은 사람이었지만, 그런 면에서 배려가 부족한 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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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6-2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뚱뚱하지 않은 사람도 많이 먹어요..누굴까요?^^

마태우스 2005-06-29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따우님???

marine 2005-06-29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뚱뚱한 남자들은 대체적으로 체젹 유지를 위해서 잘 먹는 것 같아요 여자들은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관념이나, 남에게 보이는데서 많이 먹기 싫다는 자존심 때문에 잘 안 먹는 경향이 있구요 제 친구들의 경우를 보면요, 삐쩍 마른 애들이 얼마나 잘 먹는지 뒤로 넘어갈 정도예요 식사 시간 조금만 지나도 손이 덜덜 떨린다면서 자기 몫 먹고 꼭 남의 것까지 눈독을 들인답니다 혹시 당 대사 효율이 아주 나쁜 건 아닐까요?

클리오 2005-06-29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의 너무나 진지한... ^^ 정말 여자들은 삐쩍마른 애들이 더 잘먹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여자가 살쪘는데 잘먹기까지 하면 남자들보다 훨씬 추하게 보죠? 김삼순이 허겁지겁 먹는 것이 티비에 그다지 이쁘게 비춰지지 않는것처럼요... 같은 식탁에서는 배려가 필요한데, 저도 가끔 맛있는게 나오면... ^^;

오블라 2005-06-2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그 뚱뚱한 사람 꼭 혼내드리겠습니다. (주먹을 불끈)

싸이런스 2005-06-2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학교 때 친했던 뚱장군이란 친구가 생각나네요. 그 친구도 글에 나오는 게임양반처럼 음식점에 가면 아예 대야같은 솥이나 냄비를 끼고 밥을 먹었죠. 골고다 언덕이라 불리는 정문에서 제일 높은 인문대 건물에서 공부하던 친군데 버스타고 정문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올라다니던 친구...혼자 앉으면 옆에서 누군가 꼭 손을 잡아주거나 뭔가를 짚어야 일어나던 친구...교문 앞 시위가 있으면 아예 뒤로 뛰어가는 걸 포기하던 애...서대문 형사 과장과 유난히 친해 같이 술을 자주 마시던 친구....이러던 뚱장군이..졸업 후 3년 만에 선배 결혼식장에서 만났는데, 약 150 kg--> 85 kg...별의별 방법을 써도 빠지지 않던 살이...그녀를 만나..결혼하기까지...그랬다고 하더라구요. 하여간 겁나게 많이 먹던 친구 앞에서..우리는 배려..이런 걸 느껴볼 엄두도 못내고...특별식..(엄청나게 많은 양) 먹는 걸 지켜보고 있었던 생각 나네요. 문득 보고 싶다..내 친구 뚱장군...!

마냐 2005-06-29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희는 비만부부라.....음....찔려라...-.-

줄리 2005-06-3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여러 사람이 함께 뭘 먹으러 가면 각자 일인분씩 나오는 곳이 편할데가 있어요. 전 여럿이 있으면 잘 못먹는단 말예요. 맛있는거 몇입 못 먹었는데 다 없어진거 보면 세상이 미워지고 슬프단 말예요.

마태우스 2005-06-30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저도 그게 편해요. 다른 사람 신경쓰느라 제 몫을 못먹는단 말이어요!! 반갑습니다. 우리 만나면 꼭 빈대떡 먹어요!
마냐님/마냐님은 일단 비만이 아니니 부군께서 비만이시란 말이죠? 한쪽이 비만이라고 비만부부란 용어를 써서는 안된다고 책에 나와 있던데...
싸이런스님/그렇게 빠지는 것도 가능하군요! 의지는 대단하네요. 하지만 일단 빠지고 나면 지키는 건 생각보다 어렵데요. 그분이 그 체중을 유지해 나갈 수 있기를 빌어야겠네요
오블라님/꼭 그렇게 해주세요^^
클리오님/제가 웬만하면 그런 소리 안하는 거 아시죠? 근데 그날 삼겹살은 제가 제일 많이 먹은 거 아세요??
나나님/당대사 효율이 어떻고를 따지기보다, 그런 애들 보면 부러워 죽겠습니다. 전 체중 유지하려고 죽어라 운동하면서 사는데, 먹을 거 다 먹고 날씬하면 그것처럼 좋은 게 어디 있어요...

싸이런스 2005-06-30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마다 와이프 손잡고 기도한다나요...신이시여....효험이 있는 듯...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