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 그만, 아니고 이제 그만>이란 책도 있군요. 호호.
몇 년 전, 미국의 어느 사이트에서 세계 최고의 미녀가 누구인지 인터넷 투표를 실시했다.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압도적 1위를 한 미녀는 우리나라의 김희선. 그녀가 미녀가 아니라는 건 아니지만 지명도 면에서 다른 후보가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고소영이 6위를 차지했다는 점 등에서 미루어 보면, 왜 그런 희한한 결과가 나왔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결과가 그렇게 나오자 그 사이트에서는 재투표를 실시했지만, 인터넷 투표라면 사족을 못쓰는 한국 네티즌을 막을 수가 없었고, 내 기억에 의하면 김희선은 또다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다.
한국 사람이니 무조건 한국을 찍어야 하는 걸까. 들쥐 떼도 아니고 그게 뭔가? ‘지금 이러저러한 투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서 가서 우리나라 배우를 찍어 줍시다’라는 선동글이 곳곳에 나돌았던 기억이 나는데, 그 선동에 휘말려 투표를 한 사람이 그리도 많았나보다.
이게 인터넷이 연결된 초창기의 해프닝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 후에도 무슨무슨 사건만 나면 예비군 동원령을 내리는 것처럼 선동적인 글귀가 나돌고,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가 투표를 해댔다. 얼마 전, 텍사스 언론에서 “중요한 경기에서 당신이 내보내고 싶은 투수는 누구인가?” 하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메이져리그 텍사스 레인져스의 선발 다섯명 중 1위를 한 선수는 바로 박찬호였다. 최근 두 경기에서 멋진 투구를 했으니 1등을 할 만도 했지만, 문제는 그 비율이 92%로 지나치게 높다는 거다. 작년 시즌 17승을 올렸고, 올해도 변함없는 활약을 하고 있는 에이스 케니 로저스를 제치고 박찬호가 1위가 된 데는 그러니까 개떼처럼 몰려갔던 한국 네티즌들 덕분이라는 거다.
이런 결과에 박찬호가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결과를 접했던 난 얼굴이 무지하게 화끈거렸다. 왜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투표만 하면 그렇게 광분을 하는 걸까. 세상에 할 일이 그렇게나 없을까? 박찬호가 최고 투수가 되는 것은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지, 우리가 백날 박찬호에게 투표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쪽수만이 중요하다면, 중국 애들이 뭐든지 일등을 하게?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하게 된지도 최소한 3년은 지났다. 이제는 들쥐같은 행태를 버리고, 좀 건전하게 놀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