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달에 좀 많이 바빴다. 오죽 바빴으면 영화 한편 못봤을까 (지금 찾아보니 3월 7일에 본 숨바꼭질이 마지막으로 본 거다). 그간 개봉한 영화 중 보고 싶었던 영화 다섯편을 금, 토, 일 사흘에 몰아서 봤다. 리뷰를 써야 그 영화가 내 것이 된다는 신념으로 감상문을 써본다.

1. 잠복근무
‘경찰이 애 아버지를 잡기 위해 애가 다니는 학교에 잠복한다.’ <도학위룡>을 비롯해 비슷한 영화가 많았기에 지겹기까지 한 스토리다. 본 사람들이 다 ‘김선아의 원맨쇼’라고 하는 이 영화를 굳이 본 것은 바로 그 김선아의 원맨쇼를 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니까 내가 기대한 것은 <위대한 유산>같은 코미디, 하지만 난 딱 한번 웃고 극장문을 나와야 했다. 김선아는 정말 원맨쇼를 했지만, 영화는 디너 쇼가 아니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말이 되어야 웃을 수 있을텐데, 스토리는 말이 안되면서 개인기만 해대니 어찌 웃음이 나오겠는가.
그렇다고 이 영화를 괜히 봤다고 후회하는 건 아니다. 기회비용이란 게 있다. 이걸 하느라 다른 걸 못했다면, 내가 못한 그 다른 것이 바로 기회비용, <잠복근무>를 못봤다면 아마도 난 <윔블던>을 봤을 것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지만, 테니스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재미있게 볼 수도 있을 그 영화가 십중팔구 <잠복>보다는 나았을 거다. 하지만 <위대한 유산> 이후 김선아에게 매료되어 버린 나로서는 <잠복>을 못본 걸 두고두고 아쉬워했을 거다. 그 미련을 기회비용에 넣는다면 내가 영화를 본 건 이익이 아닐까.
그 중 재미있었던 장면.
-침대에 누운 김선아의 독백, “나이도 어린 것(고교생으로 나오는 공유를 말함)이 멋지단 말야. 고삐리만 아니면 어떻게 해보는 건데”
-정작 웃음은 김선아가 아닌 나쁜놈 두목에게서 나왔다. 겁나게 무게잡다 갑자기 “나 멋지지 않냐?”고 묻질 않나, 싸우다 맞고 넘어져서는 “아 쪽팔려!”라고 하질 않나. 역시 무게 잡던 사람이 웃기면 두배로 웃긴다.
일전에 나돌던 괴문서에서는 공유를 혹평했다. 카리스마가 없어서 B급에 머물 것 같다나. 이 영화를 보면서 그 괴문서 생각을 했다. 다리는 길고, 겁나게 멋있는 척을 하긴 해도, 공유는 하-나-도 멋있지 않았다. <감사용>에서 박철순으로 나올 때는 잘 어울렸지만, 김선아가 홀딱 반하는 고교생 역을 하기에는 많이 모자랐다. 이것 역시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웃기려고 만든 영화는 웃겨야 한다. 영화를 만든 감독이나 배우들이 개봉 전 이 영화를 한번이라도 봤다면 과연 개봉을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자기 영화를 보면서 웃기는 했을까. 웃었다면 과연 어디서 웃었을까? 그것이 정말 궁금하다. 김선아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었지만, 유머는 개인기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