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가 - 채식주의자가 된 미국 최대 축산업자의 양심 고백
하워드 F. 리먼 지음, 김이숙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농장에서 나온 가축 이외에 사료업자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재료는 안락사시킨 애완동물이다...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은 동물이 여기에 추가된다...한 농장은 연간 50톤 이상의 닭똥을 소에게 먹인다]

전 축산업자 하워드 리먼이 쓴 <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가>의 한 대목이다. 그는 자신이 소를 키우면서 저질렀던 비리들을 적나라하게 고백한다. 소의 사료에 항생물질을 넣고, 파리를 쫓기 위해 축사에 살충제를 뿌렸다. 이런 과거를 고백하면서 그는 채식을 하라고 권한다. 고기를 먹는 것은 중독이 아니라 단지 습관일 뿐이라면서.


잘 모르겠다. 난 한 사흘만 삼겹살을 먹지 않으면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삼겹살을 먹는 날이면 아침부터 흥분이 되던데, 이건 중독자에게서나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이 책은 마치 불량 쏘시지를 만들어 팔던 업자가 소시지라고는 입에 대지도 않게 되었다는 것과 비슷하다. 꼭 불량이 아니라 해도, 만드는 과정을 보면 먹을 수 있는 게 대체 얼마나 될까? 콜라회사 사장은 자기 아들에게 콜라를 절대 못먹게 한다는 설도 그렇고, 순진무구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소의 슬픈 눈은 쇠고기 먹는 걸 미안하게 만든다. 닭의 모가지를 비트는 장면을 본 후 삼계탕을 맛있게 먹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저자의 양심선언이 의미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고기 중독자인 나로서는 이 책을 괜히 읽었다 싶다. 고기집에서 구워지는 고기들 대부분이 미국에서 건너온 소인 걸 감안하면, 앞으로 얼마 동안은 갈비살 시키는 게 꺼려질 것 같다.


저자는 소를 먹는 게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고 얘기한다. 소를 키우는 건 분명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고, 1파운드의 쇠고기를 얻기 위해 필요한 곡물의 양은 자그마치 16파운드다. 하지만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소모됨에도, 사람들은 편리함 때문에 자동차를 탄다. 쇠고기를 키우는 게 아무리 비생산적이라 해도 인간이라는 게 꼭 효율만으로 살 수는 없는 일, 아니 맨날 풀만 먹어가면서 어떻게 사나. 광우병 파동이 났을 때 채소만 먹던 엄마 친구분은 “힘이 없어 죽겠다”고 하소연했는데, 채식이 아무리 몸에 좋고 수명을 길게 해준다 해도 나는 계속 육식을 할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살아 있는 동안 얼마나 즐겁게 사느냐이지, 단지 오래 사는 것만은 아니니까. 아무도 내게서 삼겹살의 쾌락을 빼앗아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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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5-03-26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고기 중독)

마태우스 2005-03-26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어머 그렇다면 언제 고기대결이나 한판...^^

로드무비 2005-03-26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양념치킨이 그래요.^^;;

클리오 2005-03-26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럼 고기 집에서 소고기치고는 이상하게 싼 갈비살은 미국산 갈비인가요... (그래도 맛있는걸 어떡해요.. 흑.. )

하루(春) 2005-03-26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전 이 책은 안 읽었지만, 작년에 TV에서 COK(Compassion Over Killing : 도살에도 자비를)라는 단체의 이야기를 보고, 1달 가까이 우유도 멀리 한 적이 있었죠. 고기를 안 먹고 살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사육환경 개선에 대한 노력은 해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날개 2005-03-26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에 좌우될 필요 없지 않을까요? 솔직히 요즘같은 세상에 제대로 된 먹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인간이란게.. 세상이 오염되면 오염된만큼 거기에 적응해 간다는군요.. 맛있게 먹고 맛있게 살자구요..^^*

히나 2005-03-26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산 갈비는 모르겠지만 (고기집 주인에게 들었는데요) 호주산 고기는 청정지역에서 스트레스 안 받고 자라나 맛도 뛰어나다고 하더군요. 저는 채식주의자 친구와 살면서 더 고기에 집착하게 되었어요 아, 맛난 육즙!

노부후사 2005-03-26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고기 집에서 파는 갈비살은 호주산이랍니다. 한국산 갈비가 그렇게 싸게 공급될리 없지요. 소 한 마리가 500~800만원까지 하는 요즘에요. 글구 미국산 소고기는 광우병 파동 이후 수입이 금지되었답니다. 수입은 오로지 호주에만 의지하고 있어요.
마태우스님. 미국 채식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채식이란 '소고기'를 먹지 않는 식사를 말합니다. 돼지는 제외됩니다. 미국사람들은 돼지 고기를 거의 먹지 않으니까요. 환경문제로 봐도 돼지는 크게 문제가 안됩니다. 키운지 세 달이면 도살할 수 있고요. 그러므로삼겹살의 쾌락과 채식주의는 별로 상반되는 일이 아니니 크게 신경쓰실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다만 한국에서 소비되는 돼지고기가 삼겹살에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으니 돼지고기의 다른 부분도 즐기실 것을 권합니다. 사실 식당에서 드시는 냉삼겹살은 수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마태우스 2005-03-27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앗 님은 마르셔서 고기 안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에피님/아이 에피님. 제가 쇠고기라고 쓰면 위화감을 줄까봐 삼겹살로 쓴 거예요(사실 삼겹살을 더 좋아하는 건 맞습니다만) 재벌2세의 조그마한 배려라고나 할까요^^
스노우드롭님/육즙은 저 못먹는데.....음, 그렇군요. 호주산 고기가 그렇게 뛰어나단 말이죠...
날개님/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하하핫.
하루님/그래요, 사육환경 개선은 해야겠죠.....
클리오님/에피님 말씀에 의하면 호주산이랍니다. 호주 하면 코알라랑 캥거루밖에 생각이 안나는데, 소가 그렇게 많았나봐요.
로드무비님/그러고보니 양념치킨 먹은지가 참 오래 되었군요...

히나 2005-03-27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 먹으면 육즙은 다 먹게 되어있는데요 흠흠.. 스테이크에 피 뚝뚝 떨어지는 건 육즙이 아니라 그냥 피구요 육즙은 고기 안에 그대로 들어있어야 맛있는 거예요 기름이 고기를 감싸고 있는 건 육즙이 빠져나오지 않게 막는 거죠.. 아아 '식객'을 너무 열심히 봤나봐요 ^^;

interpre7 2006-11-27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아직 멀었구나..인간중심적인 생각이 이렇게 뿌리깊은 줄은..앞으로 갈길이..정말 까마득하네...

의진 2008-02-05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부 채식을 하고 있긴 하지만...채식은 어차피 개개인의 선택사항입니다. 다만 이런 책을 읽고 님 정도의 생각밖에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모든 사람들이 채식을 할 수는 없고, 불가능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먹는 동물을 좀더 윤리적으로는(?) 다뤄야 한다는 생각 정도는 해야 책을 읽은 의미가 있지 않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