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먹고 오후 내내 잤더니 밤에 잠이 안와서 TV를 틀었다. '키핑 더 페이스'란 영화를 한다. 얼굴만 봐도 웃긴 벤 스틸러가 목사로 나온다. 그는 찬송가를 왜 그렇게 재미없게 부르냐면서, 손뼉도 치고 춤도 추면서 부르라고 하면서 교회를 무도회장으로 만든다. 그의 파격적인 설교와 진행방식에 교인들이 반한 것은 당연한 일. 이 장면을 봤을 때 난 <할렐루야>를 생각했다. 박중훈이 돈을 노리고 가짜 신부로 위장취업한 그 영화 말이다. 당연히 벤 스틸러도 가짜 목사일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글쎄 그게 아니다. 그는 진짜 목사였다!

영화는 소꼽친구이던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어른이 돼서 다시 만났는데, 여자가 겁나게 미녀여서 둘 다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영화에서는 우정이 깨지지 않고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사실 성별이 다른 셋이 계속 잘 지내는 건 어려운 법이다. 둘이 좋아해 버리면 나머지 하나는 공중에 붕 떠버리지 않는가. 같이 놀자니 훼방놓는 것 같고, 들러리 서는 것 같기도 하고. 중요한 것은 그러니까 사심을 버리는 거다.

4년 전 여자 둘과 모임을 결성했던 적이 있다. 이름에 다 'ㅅ'이 들어간다고 S 모임으로 명명된 그 모임은 'S'가 새겨진 반지까지 맞추는 등 한동안 잘 나갔다. 그 중 한명이 대단한 미녀였지만 내가 사심을 갖지 않았던 탓에 오래 갈 수 있었는데, 별 것 아닌 이유로 다툼이 생기더니 결국 깨지고 말았다. 그러니까 사심을 버린다고 해서 모임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2년쯤 전부터 다른 여자 둘과 모임을 만들었다. 역시 난 사심을 갖지 않았고, 그 중 한명이 내게 가졌을지도 모르는 사심도 외면했다. 그것이 지난 2년간 모임이 깨지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사심을 버리는 것이 모든 것의 해결책은 될 수 없지만, 모임이 굴러가는 데 있어서 전제조건은 되는 셈이다. 이 모임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계속 사심을 갖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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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03-01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혹시 에드워드 노튼이 천주교 사제로 나오는 영화요? 저 사람은 랍비...ㅋㅋ
전 상당히 재밌게 봤습니다. 아마도 노튼이 삼촌에게 바친 영화였지 않았나..하는데요. 첫머리인지 끝머리인지에 무슨 노튼 삼촌에게, 라는 글이 뜨거든요. (삼촌이 신부님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봤던 기억이...)

sooninara 2005-03-01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노튼에게 바친다라고 자막이 나오더군요..그게 노튼 삼춘이었어요? 몰랐네.. 저도 텔레비젼에서 봤는데 너무 잼나더군요. 그런데 여자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이쁘긴 한데 너무 서구적이라서 전 싫어요..

하루(春) 2005-03-0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eeping the Faith 좋은(개인적으로) 영화라고 생각해요. 또 보고 싶군요.

soyo12 2005-03-0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 스틸러가 랍비역이었고,
음 이영화가 에드워드 노튼의 감독 데뷔작이라 그 당시 노튼을 제 리스트에 넣을까 말까를 고민하던 입장이라 극장에서 봤었지요.^.^:;
여자 쥔공을 보고 같이 보던 한 오빠가 거의 기절하고, 저는 노튼을 보면서 정신을 빼놓으려 했던 기억이, ^.~

마태우스 2005-03-02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요님/음, 그 여자주인공이 오빠 타입이었나봐요? 매력적으로 나오긴 합디다만, 제 타입은 아니어요^^ 남자도 참 잘생겼더만요
하루님/앗 그래요? 음, 전 뭐 그냥....하핫.
수니님/그래요, 좀 서구적이라 느낌이 안오더군요. 전 역시 우리나라 여자들이 훨씬 이쁩니다
치카님/저도 그 자막 보고 뭔가 있다 싶었어요. 근데 곧 잊어버렸죠.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