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먹고 오후 내내 잤더니 밤에 잠이 안와서 TV를 틀었다. '키핑 더 페이스'란 영화를 한다. 얼굴만 봐도 웃긴 벤 스틸러가 목사로 나온다. 그는 찬송가를 왜 그렇게 재미없게 부르냐면서, 손뼉도 치고 춤도 추면서 부르라고 하면서 교회를 무도회장으로 만든다. 그의 파격적인 설교와 진행방식에 교인들이 반한 것은 당연한 일. 이 장면을 봤을 때 난 <할렐루야>를 생각했다. 박중훈이 돈을 노리고 가짜 신부로 위장취업한 그 영화 말이다. 당연히 벤 스틸러도 가짜 목사일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글쎄 그게 아니다. 그는 진짜 목사였다!
![](http://210.116.113.228/movieinfo/image/poster/person/Ben_Stiller.jpg)
영화는 소꼽친구이던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어른이 돼서 다시 만났는데, 여자가 겁나게 미녀여서 둘 다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영화에서는 우정이 깨지지 않고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사실 성별이 다른 셋이 계속 잘 지내는 건 어려운 법이다. 둘이 좋아해 버리면 나머지 하나는 공중에 붕 떠버리지 않는가. 같이 놀자니 훼방놓는 것 같고, 들러리 서는 것 같기도 하고. 중요한 것은 그러니까 사심을 버리는 거다.
4년 전 여자 둘과 모임을 결성했던 적이 있다. 이름에 다 'ㅅ'이 들어간다고 S 모임으로 명명된 그 모임은 'S'가 새겨진 반지까지 맞추는 등 한동안 잘 나갔다. 그 중 한명이 대단한 미녀였지만 내가 사심을 갖지 않았던 탓에 오래 갈 수 있었는데, 별 것 아닌 이유로 다툼이 생기더니 결국 깨지고 말았다. 그러니까 사심을 버린다고 해서 모임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2년쯤 전부터 다른 여자 둘과 모임을 만들었다. 역시 난 사심을 갖지 않았고, 그 중 한명이 내게 가졌을지도 모르는 사심도 외면했다. 그것이 지난 2년간 모임이 깨지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사심을 버리는 것이 모든 것의 해결책은 될 수 없지만, 모임이 굴러가는 데 있어서 전제조건은 되는 셈이다. 이 모임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계속 사심을 갖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