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엊그제, 알라딘에서 내 주간 서재순위를 확인하고 무지하게 놀랐다. 92위. 이게 등순가. 어떤 이에게는 100위 안의 등수가 꿈일 수도 있겠지만, 8주 연속 30위 안에 진입을 했고, 그 후에도 꾸준히 40위 정도를 유지했던 나로서는 그 등수가 어이없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아침에는 급기야 내 이름이 사라졌다. 지난주 길고긴 휴식기 동안 난 도대체 뭘 했을까.
일부에서는 내가 알라딘 생활을 청산하고 교봉으로 간다는 루머를 퍼뜨린다. 하지만 글만 썼다면 교봉을 비판해온 터라 교봉에서 날 반길 리가 없고, 항간에 떠도는 ‘소재 고갈설’도 사실이 아니다. 지금 내 노트에는 글 십여편의 아웃라인이 깨알같이 쓰여져 있으니까. 그럼 왜? 매일같이 술을 마시느라 글쓸 시간이 없었나? 그것도 아니다. 일요일날 테니스를 치고 소주 한병 반을 마신 걸 제외한다면, 난 지난주 단 하루만 술을 마셨다. 그럼 왜? 그만 궁금하게 하고 사실을 말한다면, 이게 다 어머님의 팔이 부러진 탓이다. 어머님가 다치신 이후 할머님이 우리집에 와 계시기 때문.
처음에 할머니는 내가 자는 방에서 주무셨다. 그러다 갈등이 생겼다. 밤중에 소변을 보는 벤지 때문에 난 늘 문을 열어놓고 자는데, 가뜩이나 벤지를 미워하시는 할머니가 그걸 마땅치 않게 생각하신 것. 바깥문이 아니라 엄마 방으로 통하는 복도 문을 열어놓는 거라 바람이 들어오거나 하진 않았지만, 할머니는 꽤 신경을 쓰셨다. 한가지가 더 있다. 할머니는 새벽에 일어나서 내 발에 이불을 덮어주곤 했다. “발이 따뜻해야 잘잔다”는 게 할머니의 지론이었지만, 발에 뭐가 있으면 답답해서 깨버리는 나로서는 그런 관심이 싫을 수밖에. 할머니가 열어놓은 복도문을 닫고, 발에 걸쳐놓은 이불을 차내느라 난 할머니와 갈등했다. 결국 할머니는, 어느날 이불을 싸들고 컴퓨터방으로 가셨다.
할머니는 밤 9시면 주무셨다. 그러니 내가 컴을 쓸 수 있는 시간은 밤 9시까지가 고작이었다. 한번은 꼭 써야 할 글이 있어서 9시 넘어까지 컴을 붙잡고 있었더니, 할머니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으신다. 왜 그러시냐고 묻자 집에 가신다고 한다. 나한테 부담을 안주려는 마음의 발로겠지만, ‘내 방’이 없다는 게 서러움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겨우 할머니를 말리고 나서, 난 그 뒤부터 9시가 되기 전에 황급히 컴퓨터방을 빠져나왔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내게 있어서 글은 주로 밤에 이루어지곤 했는데, 엄마의 팔뼈가 붙을 때까지는 글을 잘 못쓸 것 같다. 노트북에서 쓰고 저장을 한 뒤 컴에서 잽싸게 올리면 되겠지만, 내 노트북은 하필이면 신형이라 A 드라이브 디스켓이 안된다. USB에 저장했다 올리면 되건만, window98인 내 컴이 USB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그건 내 학교 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난 노트에다 글을 쓰고, 그렇게 쓴 글을 올릴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순위권에서 벗어난 건 순전히 엄마가 팔이 부러지신 탓이고, 엄마 팔이 빨리 나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그거다.
* 내가 컴퓨터방에서 자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 벤지가 컴퓨터방을 별로 안좋아한다. 평소에도 녀석은 내가 컴을 쓸 때면 그만 쓰고 나가자고 나를 보채곤 하는데, 글쓰는 몇시간은 견뎌도 잠까지 자라면 화를 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