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덩달이가 할머니에게 묻는다. “선생님이 삼국이 어딘지 알아오래요. 못알아오면 배 짼데요” 한참을 생각하던 할머니, “배째시라고그려(배째 시라 고그려!)”
한시대를 풍미했던 덩달이 시리즈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시리즈물이 유행했었다. 시리즈의 고전인 참새 시리즈를 필두로 입큰 개구리 시리즈, 10새끼 시리즈, 사오정 시리즈, 최불암 시리즈, 만득이 시리즈 등등. 각각의 시리즈는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는데, 예컨대 입큰 개구리 시리즈는 권력 앞에서 약해지는 우리 사회의 속성을, 사오정 시리즈는 의사소통의 부재를 그렸다나. 우울하기 그지없던 그 시절, 우리는 이런 시리즈를 들으면서 웃을 수 있었다. TV에서 하는 개그프로보다 난 그런 이야기가 훨씬 더 웃겼다. TV의 인기가요가 그랬던 것처럼, TV에서는 이미 사회에서는 한물 간 그런 이야기들을 했던 것 같다.
요즘에는 더 이상 그런 시리즈가 유행하지 않는다. 나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 역시 “장--난꾸러기!”라든지 “그런 거야?”처럼 TV에 나오는 개그들을 말할 뿐이다. 한때는 <개그콘서트>가 유머의 바이블이었고, 지금은 <웃찾사>에 나오는 유머들을 얼마나 잘 따라하느냐가 웃기는 관건이다. 도대체 왜 역전이 된 걸까. 몇 명에게 물어봤지만 뾰족한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떤 분은 “개그맨들간의 경쟁이 치열하고, 월급도 많잖아”라고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거다. 옛날이라고 개그맨간의 경쟁이 없던 것은 아니잖는가? “인터넷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라고 말한 분도 있었는데-사실은 같은 인물이다-이건 좀 더 황당하게 들린다.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 봤다.
첫째, 민주화. 옛날에는 TV에 나와서 할 수 있는 말이 제한되어 있었다. 권력의 비위를 거슬리기라도 하면 끌려가서 맞는 건 다반사였다. 하지만 지금 각 방송사는 거의 무한정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한국 영화가 발전한 것처럼, 성역의 파괴는 개그의 수준을 한껏 올려놓았다.
둘째,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경향. 과거의 시리즈들은 대충 다 시대의 징후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풍자성 유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단순한 말장난에 열광한다. 그러니 옛날같은 시리즈가 만들어진다 해도 유행을 안하는 거다.
위에 든 두가지 이유 역시 별로 만족스럽지는 않은 대답이라 생각할 거다. 그렇다. 그건 진짜 이유가 아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난 답을 안다. 밝힐까 말까 고민했지만, 공개하는 것이 이 글을 읽어준 분들에 대한 예의일 것 같다. 참새 시리즈를 비롯한 수많은 시리즈의 작가는 ‘미상’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은 다 한 사람이다. 구미에 살던 분이었는데, 그분이 외환위기 때 미국으로 가버렸다. 왜 갔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우리나라에 없다. 96년 만득이 시리즈를 끝으로 더 이상의 시리즈가 나오지 않은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