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테니스를 치는 곳은 중지도다. 한강대교 중간쯤에 있는데, 거기에는 20면이 넘는 테니스 코트가 있다. 위치가 위치인지라 택시를 타고 “한강대교 중간에 세워달라”고 하면 기사 아저씨는 흠짓 놀란다. 세상을 비관하게 생긴 내 외모 때문에.
그 중지도가 결국 없어진다.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확정되었기 때문. 사실 테니스를 치는 사람은 몇 안되고, 오페라하우스는 훨씬 더 많은 숫자가 이용을 하니, 테니스를 빌미로 오페라하우스를 반대하는 건 이기적인 일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테니스를 통한 감량’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다는 점,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명박이 벌인 일이라는 것, 난 오페라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는 점 등이 이대로 물러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무래도 단식을 해야 할까보다. 클럽 회원들의 면면을 보니 대부분 50이 넘었고, 60이 넘은 사람도 많다. 몇 안되는 30대 중 한명은 일이 바빠 나오지도 못하고, 또한명은 얼마 전에 출산을 했다. 내 친구는 두 아이를 거느린 가장, 이래저래 단식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 설훈이란 사람은 “단식이란 신중하게 해야 한다. 단식을 풀 명분이 여간해서 안생기니까”라고 말했지만, 일반인이 두려워하는 것은 단식을 풀 명분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내가 그래도 TV에도 몇 번 나온, 지명도가 있는 인사 아닌가.
그렇다 하더라도 명분이 좀 약하다. 천성산이야 희귀종인 도롱뇽이 산다지만, 중지도에는 지켜야 할 게 뭐가 있담? 주위를 둘러봤다. 그랬더니 세상에, 테니스장 옆에 커다란 나무가 있는데, 까치 몇 마리가 집을 지어놨다. 바로 저거다, 싶었다.
“까치집 파괴하는 오페라하우스 반대한다!”
하지만 까치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건데 이 구호에 얼마나 공감할지 모르겠다. 이건 어떨까.
“테니스는 국력이다. 이형택을 보라!”
이형택이 잘하면 모르겠지만, 요즘엔 번번이 1회전에서 탈락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지을테면 지어라. 페넬로페가 그랬던 것처럼, 밤마다 몰래 가서 부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