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2월 4일(금)
누구랑?: 동네 친구랑
마신 양: 코가 비뚤어지게
생일날, 난 만나는 사람마다 생일임을 강조하며 삥을 뜯었다. 그 결과 얻은 소득은 다음과 같았다; 2천원짜리 전화카드 한 장, 쵸코렛 두 개, 휴대폰 줄, 그리고 향수. 사실 갑자기 나타나 선물 내놓으라고 하는 건 좀 턱없는 짓이지만, 사람들은 좋은 걸 못줘서 미안하다는 듯이 뭔가를 줬다.
밤 10시 반, 모 카페에서 날 기다리는 친구 둘을 만나서 간단하게 술을 한잔 했다. 키가 훤칠한 종업원에게 주민증을 꺼냈다.
“저 오늘 생일인데 뭐 없어요?”
종업원은 쌀쌀하게 말했다. “여기 오신 분들 생일 아닌 사람 없어요”
이런이런, 말한 내가 다 무안하다. 어떻게 서비스업 종사자가 그따위로 말을 할까? 남은 술을 잽싸게 비우고 다른 가게로 옮긴 것도 다 그놈 때문이다. 내가 그 가게를 또 가면 성을 간다!(마씨로)
자리를 옮긴 뒤, 종업원에게 생일임을 밝혔다. 보기드문 미녀인 그 종업원은 매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잠시 후 멋진 칵테일을 한잔 만들어 왔다. 칵테일 한잔이 뭐 대단하냐 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정성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앞으로 술마실 일이 있으면 무조건 그 가게로 가리라. 그렇게 훌륭한 가게에서 내 친구 하나는 술잔이 이쁘다며 잔을 가방에 챙기는 나쁜 짓을 저질렀는데, 종업원이 보나 안보나 망을 봐준 나도 나쁘긴 마찬가지다.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지 난 그날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셨고, 다음날 테니스 치러 못나갔다. 생일이 지나가서 아쉽다. 일년을 또 어떻게 기다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