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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4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신용카드라는 건 참으로 희한한 존재다. 외상을 하면서도 “감사합니다”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 카드는 정말이지 요술방망이 같다. 카드 하나만 있으면 몇백만원짜리 물건도 ‘사버릴까?’는 마음을 갖게 만들고, 후배들 몇십명을 만나도 별로 무섭지 않다.
“비싼 거 먹어도 돼! 내가 쏜다!” 같은 멋진 말이 가능한 것은 다 카드 때문이다. 카드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았을까?
살다보면 분수를 넘는 소비를 하게 될 때가 있다. 카드가 없다면 거기에 맞춰 소비를 줄이겠지만, 카드가 있으면 그게 잘 안된다. 과한 소비가 두 번, 세 번 늘어나면 카드빚이 생기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그럴 때는 일단 연체를 하고 허리띠를 졸라맨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거다. 그렇지 않고 새 카드를 만들어 사태를 해결하려 하면 문제가 커진다. 진짜 부자는 카드가 한두장 내외인 데 반해, 카드가 여러장인 사람은 대개 빚이 있는 사람이다. 책에 나오는 어떤 주부는 카드가 일곱장, 그 말은 곧 한달에 일곱 번 결제일이 돌아온다는 얘기다. 나 역시 젊은 시절 카드 세 개를 굴려가며 허덕인 적이 있어서 아는데, 한달에 세 번의 결제일도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그 이후 한동안 카드를 안쓰다가, 2000년부터 카드 하나를 만들었고, 지금은 두장이다. 카드 두장으로 긋다보니 저축을 잘 못하겠는데, 어떻게 안정만 되면 카드를 다 없애 버리고 현금박치기로 살고픈 생각이 굴뚝같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빚이란 게 한순간이고, 무섭기 그지없다는 걸 알게 된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이자 갚기도 벅차다. 막바지에 몰리면 결국 자신의 인생을 저당잡힌 채, 인간간판으로 살거나 장기매매를 하거나, 생명보험에 들고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빚을 갚아야 한다. 일본이 그런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 금방 대출해준다느니, 빚을 대신 갚아준다느니 하는 회사들이 점점 늘어만 간다. 그 회사들이 당장은 구원의 손길 같지만 그곳은 사실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늪이며, 입을 크게 벌린 호랑이리라. 아직은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니 그럭저럭 살고 있지만, 학교에서 잘리기라도 하면 난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재벌2세를 사칭하며 이곳저곳에서 카드를 긋는 내게 시의적절한 책인 것 같다. 오늘은 절대 술값을 내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