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번째: 수다쟁이의 한


일시: 11월 24일(수)


마신 양: 소주 한병, 그리고 맥주




어린 시절의 나는 퍽이나 내성적이었다. 학교에서는 하루종일 한마디도 안하는 날이 많았고, 당연한 귀결이지만 친구도 없었다. 그 당시 유행하던 구슬치기와 딱지먹기를 한번도 안해본 나, 잠깐이긴 해도 그때 내가 책에 매달렸던 것도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때의 난, 정말이지 웃기고 싶었다. 다른 이를 웃기면서 인기를 쓸어가는 친구들이 부럽기만 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난 유머에의 꿈을 꾸었다.




세월이 흘러 난 평균 이상은 되는 유머감각을 갖추게 되었다. 순간의 침묵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수다쟁이가 되버린 것도 말없이 보내던 지난 시절에 대한 반발 때문이리라. 친구 하나 없어 쓸쓸해하던 옛날과 달리, 지금의 내겐 얼굴 한번 보자는 친구들이 즐비하다. 어린 시절 꿨던 꿈들을 대충 이룬 지금은 별 불만이 없을까.




내 여친이 말한다. “난 부리가 싫어!” 수다에 대한, 그리고 유머에 대한 강박이 있다보니 생각없이 하는 말이 너무 많다는 거다. 어머님이 편찮으시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전혀 엉뚱한 말을 한 것이 “이 사람은 우리 어머니가 아프신 거엔 관심이 없구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 때로는 침묵도 필요하며, 가끔 생각은 해야한다.




* 현재 순위를 보니 내가 25위, 부리 녀석이 89위다. 부리의 이름을 ‘주간 서재의 달인’ 리스트에서 발견하니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대견하다.




158번째: 한턱




일시: 11월 26일(금)


마신 양: 겁나게 많이...




지난 8월, 모 방송의 퀴즈프로에 나간 적이 있다. 4라운드까지 갔으니 예상상금은 70만원, 거기에 출연료까지 더하면 80만원 가량은 될 것 같았다. 사람들은 한턱을 내라고 했고, 난 알라딘에서 갈비를 쐈다. 친구와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걸 감안한다면 갈비만으로도 내 몫의 두배 이상을 쓴 셈이다.




출연료가 통장에 입금된 것은 10월 중순께, 통장에 찍힌 액수를 보고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출연료가 9만원인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상금은 왜 37만원밖에 안되는 걸까. 총 받은 돈이 46만원인데, 이걸 친구와 반으로 나눈단 말인가. 친구들은 출연료가 언제 오냐, 오면 한턱 쏴라, 그것만 기다리고 있다면서 날 맘 아프게 했다. 은근슬쩍 넘어가려 했지만, 그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어제 오간 대화.


친구1: 어디어디 가자.


친구2: 거기 너무 비싸잖아.


친구1: 민아, 너 전에 출연료 들어온 거 왜 한턱 안내?


끈질긴 놈들... 결국 난 그 비싼 집에 가서 난 마시지도 못하는 포도주를 샀고, 비싸기만 한 안주를 두 개나 먹었다. 카드로 그으면서 생각했다.


“앞으로 TV에 나가나 봐라!”


 


-퀴즈 프로 때문에 거덜난 마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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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11-27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그 거덜에 동참한 것을 생각하니.....무지하게 찔립니다.^^;;;

니르바나 2004-11-27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머러스한 마태우스님이 좋아요.

풍자는 보거나 들을 때는 시원하지만

뒤끝이 술마신 뒤 두통과 비슷한게 영 찜찜하지요.

돌아가신 서영춘 선생님의 웃음 때문에 한국인들이 얼마나 건강에 도움이 되었는지

이런 것은 연구대상이 안되겠지요?

마태우스님은 코메디계로 진출하셨어도 잘 하셨을텐데...

파란여우 2004-11-27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이들이 왜 댓글을 달지 않는 걸까요? 1. 마태님에게 애정이 식었다. 2.지난번 거덜난 사건때문에 후환이 두려워서. 3. 마태님 여친이 이 글을 보고 있다고 여겨 조심스러워졌으므로. 4. 다들 잠 자러 가서. 5.알라딘의 음모..어느 걸까요?..후후^^

마태우스 2004-11-28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안그래도 고민했는데, 여우님이 멋진 분석을 해주셨군요. 아마도 1번이겠지요. 여친한테 빠져서 알라딘에 불성실하니 애정이 식을만도 하다는...^^

니르바나님/아니어요. 남 웃기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요. 돈받고 웃기려면 정말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진우맘님/아닙니다. 진우맘님은 갈비 다섯대(되?)밖에 안드셨잖아요.^^

마냐 2004-11-30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엉엉....제가 잘못했어요. 앞으론 습관성 결제 모드를 바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