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술일기를 통 못썼다. 오늘사 그 생각이 나서 확인을 해봤더니 146번째를 마신 10월 23일 이후 통 기록이 없다. 인간의 머리라는 게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3주치를 어떻게 기억한담? 그래도 술일기를 쓰려고 책 뒤에 끄적거린 게 몇 개는 남아 있는지라, 대충 정리를 해본다.


1주차:

10월 29일(금): 그후 일주간 술을 한번도 안마셨을 리가 없지만, 이걸 147번째라고 하겠다. 번갈아 술을 사던 친구와 마셨는데, 소주를 둘이 합쳐서 다섯병이나 마셨다. 택시를 타는 순간 잠이 들었는지 집에 어떻게 왔는지 도통 기억이 없다.

10월 30일(토): 매달 한번은 보는 친구 둘과 술을 마셨다. 둘다 여자고, 한명은 30세, 또한명은 33세니 친구라고 부르긴 좀 뭣하지만, 그들은 성과 연령을 초월한 친구도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친구들이다. 그날 역시 편하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애인이 있어서 그 얘기를 주로 했는데, 스킨쉽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33세 여자애의 말이 압권이었다. “만난지 4개월밖에 안됐는데 어떻게 손을 잡아!”

내가 만난지 7일만에 26세 미녀의 손을 잡았다는 걸 알면 기절하겠지^^

그날 역시 난 가장 먼저 맛이 가서 일찍 집에 갔고, 그녀들은 3차를 갔단다. 대단한 여자들, 올해의 148번째 술이다.


2주차:

그 다음 일정은 ‘피곤하다’는 제목으로 내가 어딘가에 썼던 글을 그대로 옮긴다.

지난 수요일, 개교기념일이라 26세 미녀와 만나 멀리 놀러갔다 왔다. 집에 오니 10시 반, 비교적 양호했지만 운전을 간만에 오래 했더니 피곤했다.

지난 목요일, 지도학생들과 술을 마셨다. 그들과 만나면 난 언제나 술을 많이 마시고, 그날도 약간 맛이 가려고 해 열시도 못되서 도망갔다. 집에 가니 12시가 거의 다 되어 있었다. 149번째.

금요일, 같은 학회에 있는 친구 둘과 술을 마셨다. 한술 하는 친구들이라 고전이 예상되었는데, 친구 하나가 중간에 도망가는 바람에 나 혼자 주당과 맞서 늦게까지 술 대결을 벌이다 12시쯤 왔다. 150번째.

토요일,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테니스를 쳤다. 집에 오자마자 다시 나가서 26세 미녀를 만났고, 저녁엔 나를 좋아하는 듯한 31세 여자를 만나러 갔다. 26세 미녀에겐 이렇게 말했다.

“담판을 짓고 올게. 나 애인 있으니 괴롭히지 말라고”

하지만 그 여자도 미모가 좀 있는지라 그렇게 잔인한 말은 하지 못했다. 물론 앞으로는 안만날 생각이긴 하다. 여자를 만난 동네가 매제가 사는 곳이라, 9시쯤 만나서 술을 한잔 했다. 집에 가니 12시가 조금 못되어 있었다. 151번째.

일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났다. 글 세편을 쓴 뒤 수시모집에 응모한 학생들 논술채점을 위해 천안에 내려갔다. 채점을 우수한 성적으로 끝내고 26세 미녀를 만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다 집에 왔다. 11시 반 정도, 지난주 집에 온 것 중 가장 빠른 시각이다.


3주차: 

지난주는 기록적으로 술을 안마신 주로 기록될 것 같다. 술을 줄이기로 했던 내 다짐이 빛을 본 한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놀랍게도 술을 한번도 안먹었다!!!!!

금요일(11월 12일): 모교 애들과 MT를 갔다. 놀러갔는데 술을 한잔도 안먹을 수는 없는 일, 숯불에다 맛있는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소주를 마셨고, 방에 들어가선 맥주를 열나게 먹었다. 정신을 잃었지만 그래도 이는 닦고 잤다. 152번째.

토요일(11월 13일): 알라딘 번개를 했다. 호스트 노릇을 하느라 분주했지만 그 와중에도 열심히 마셨다. 상암동에 산다는 찌리릿님이 데려다 주셨는데, 택시 안에서 계속 잠만 자서 죄송하다. 153번째. 이정도로 그간 밀린 술일기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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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4 2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11-1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하하~ 새벽별님의 댓글이 압권이예요 ^.^ 제가 원하는 것도 바로 그거!

으응 그나저나 상암동 사시는 찌리릿님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여기서 무지 가까운데... ㅎㅎ

플라시보 2004-11-14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을 보고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 이제 술 일기는 치우시고 연애 일기를 써 주세요. 하하하

sweetmagic 2004-11-15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취중일기로 페이퍼 제목 바꾸시고 미녀에게 취해사는 걸로 페이퍼 내용을 바꿔주세요 !!

2004-11-15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eylontea 2004-11-16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밀린 술일기만큼.. 제가 알라딘에서 칩거 상태였던 것 같아요... 지금도 일이 많아서... ㅠ.ㅜ 빨리 일 끝내고 돌아와 꼼꼼하게 댓글 달아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