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레옹>을 보지 않았다. <레옹2>는 개봉을 했는지조차 몰랐다. 영화광까지는 아니지만 영화가 몇 안되는 취미의 하나인 내가 그 영화를 왜 안봤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간다.


난 영화를 주로 극장에서 본다. 그전에는 비디오가 없어서 그랬고, 최근에는 귀찮아서 그런다. 2년 전인가 우리집 앞에 있는 비디오 가게가 망하고 난 뒤부터는 비디오를 빌리려면 용산구청 앞에 있는 지인네 가게에 가야 하는데, 나도 이제 예전처럼 부지런하지가 않은지라 비디오를 빌리러 가는 것도, 다 보고 갖다주는 것도 영 귀찮기 짝이 없다. 빌려보고 싶은 영화는 꽤 있지만, 안보고 버티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차에 SBS에서 <레옹2>를 한단다. 대번에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성우들의 더빙이 귀에 거슬리겠지만, 비디오가 어렵다면 TV에서 해주는 거라도 열심히 봐야지 않겠는가? 문제는 해주는 시각이 일요일 오후 12시라는 것. 다음날 7시에 집에서 나가려면 최소한 6시에는 일어나야 하는 내게 자정에 시작하는 영화는 영 부담스러웠다. 토요일날 해줬다면 마음놓고 봤을텐데. 설상가상으로 주말 내내 신나게 노느라 잠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래서 난 <레옹2>가 재미없기를 바랐다. 전편의 명성을 등에 업고 졸속으로 만든 거라, 초반만 딱 봐도 영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기를. 재미없는 걸 확인하고 나면 잠도 잘 올 것 같았다. 하지만 졸린 눈을 비비면서 본 <레옹 2>는...너무 재미있었다. 초반 5분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머스럽기 그지 없는 게 딱 내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오늘 스케줄이 부담이 된 나는 할수없이 TV를 끄고 잠을 청했다. 6시에 일어나긴 했지만 난 잠을 설쳤다. 뭔가에 쫓기는 꿈을 꾸느라고.


아무래도 안되겠다. 1편까진 어렵겠지만, 2편은 꼭 비디오로 빌려봐야겠다. SBS에서 일요일 자정에 영화를 방영해준 것과 더불어, <레옹2>가 재미있었던 것도 나로선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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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10-12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옹2? 레옹이 속편이 있었어요??

soyo12 2004-10-12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옹2는 레옹과 전혀 관계없이 만들어진 영화로 알고 있습니다.
원래 레옹 2의 제목은 와사비 아니었나요? ^.~

노부후사 2004-10-12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히로스에 료코가 나오는... 전혀 딴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입사에서 이름만 그렇게 붙인 거에요. <글래디에이터>의 속편이 아닌 <글래디에이터 2> 처럼요

비연 2004-10-12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옹은...재밌었는데, 전. 그게...제가 매우 가슴아플 때 봐서인지 기억에 많이 남죠.
레옹 2는...그래서 피하고 싶다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