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매우 감동적으로 봤던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이름이 슈퍼스타가 뭐야? 타이거즈, 라이온즈, 다들 동물 이름인데...우리도 코브라즈 같은 걸로 했으면 좋잖아?”
아닌 게 아니라 ‘슈퍼스타즈’란 이름은 정말 촌스럽다. 내 기억에 의하면 회사 직원(삼미사)들을 대상으로 응모한 것 중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게 그거였다는데, 내 생각에는 회사의 높은 분이 “슈퍼스타 어때?”라고 한마디 했고, 당시의 시대분위기상 아래 직원들이 과잉충성을 하느라 죄다 ‘슈퍼스타즈’에 표를 던진 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말고.
그당시 만들어진 프로야구 6개 구단 중 가장 뛰어난 이름은 MBC 청룡이었다. 다른 구단들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다들 동물을 갖다붙인 것이고, 외국 구단에서 쓰고 있는 이름인데 반해 청룡은 용을 숭배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특성을 잘 살린 수작이다. 그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프로야구에 뛰어든 MBC는 팬들의 흥미도 고취시킬 겸 팬투표로 이름을 정했고, 이름을 맞춘 사람 중 한명에게 엄청난 경품을 줬는데(뭐였더라?) 거기서 뽑힌 이름이 바로 ‘청룡’이다.
경품에 눈이 어두웠던 나도 13장의 관제엽서를 보냈었다. ‘선더버드’라는, 겁나게 유치한 이름으로. ‘피닉스’도 한 장 보냈고, ‘유니콘스’도 한 장 보냈지만, 11장은 모조리 선더버드였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당시 내가 지금처럼 돈이 있었다면 아마도 엽서를 훨씬 더 많이 보냈을 것이고, 그랬으면 프로야구의 역사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그때 ‘청룡’이 얻은 표가 500여표에 불과했었으니, 내가 애들을 풀어서 1천장 정도 엽서를 보냈다면 MBC 청룡 대신 ‘MBC 선더버드’라는, ‘슈퍼스타’에 버금가는 유치한 이름의 프로구단이 탄생했을 게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당시의 나한테는 13장이 고작이었고, MBC는 청룡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돈이라는 건 그러니까 지위에 걸맞는 인품을 가진 사람에게 주어져야 하는 법, 양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돈을 갖는다면 주위 사람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 나라를 소유한 부시 때문에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앞으로 4년간 더 고통을 받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건 불과 두달이 남았고, 그 결정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