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맥스무비 사이트에서 예매율 1위를 달리는 영화가 바로 <귀신이 산다>다. 코메디에 도가 튼 차승원, 내가 믿는 것은 오직 이거였다. 하지만 영화는 워낙 실망스러웠고, 전반부 한시간은 끔찍하기까지 했다. 그냥 추석 특집으로 TV에서 해줄 때 보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듯하다.
-차승원의 연기는 정말이지 훌륭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배우라도 시나리오가 개판이면 영화가 후져진다는 걸 어제 알았다. 그나마 차승원이 아니었다면 영화가 쓰레기가 될 뻔했다. 그의 연기는 너무 훌륭해 처절하기까지 했는데,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섹시 섹시 라발라’라는 노래를 부를 땐 마음이 아팠다. ‘왜 그런 영화에 나왔니?’
-귀신 나오는 집에 들어간 차승원은 귀신의 훼방에 시달린다. 근데 그게 너무 유치하다. 칼이 날고, 소파가 뒤집어진다. 닭들이 왕창 나올 때는 짜증이 났다. 아무리 영화지만 닭이 목을 잘리는 장면을 보여준 건 역겨웠다. 이다지도 안웃긴 영화를 만들고 버젓이 극장 상영까지 하는 만용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내가 재미있게 본 <신라의 달밤>과 <주유소 습격사건>을 만들었던 김상진 감독, <낭만자객>의 윤제균처럼 당신도 내게 찍혔다!
-40분쯤 지났을 때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중간에 나가기가 도저히 불가능하게 만든 ‘시네시티’의 구조 때문에 할 수 없이 끝까지 앉아 있어야 했다. 그래도 후반부는 좀 나았으니, 참고 기다린 보람은 있었다.

-물론 영화가 획기적으로 재미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한시간이 지난 후부터 장서희가 본격적으로 나왔는데, 안젤리나 졸리 때문에 <툼 레이더>를 보는 것처럼, 이쁜 배우는 영화의 유치함을 참아낼 수 있게 해준다. 장서희는 <인어공주> 때보다 더 이뻐졌다.
-내가 처음으로 웃은 장면. 장서희가 차승원이 누워있는 침대를 번쩍 들자 차승원이 이런다.
“소파도 이런 식으로 한거냐? 너 인생 왜 그렇게 사니?”
이거 말고도 반장으로 나오는, 이름을 잘 모르겠는 낯익은 배우가 막판에 뒤집어지게 웃겨서 본전은 한 것 같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귀신이 산다>는 영화는 극장을 텅 비게 함으로써 귀신들만 영화를 보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세상을 만만하게 보는 감독에게는 응징이 필요한 법이니까. 근데 6점대에 머물고 있는 별점평과는 달리, 이 영화가 왜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걸까?